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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 Oct 21. 2021

지옥에서 돌아온 소년들

웹툰 <신도림> 비평(시즌1을 중심으로)


0. 웹툰 <신도림>을 들어가며

-> 계획? 있지. 더+더 강한 놈들이 간다 (신도림 中에서)

2016년 8월부터 연재하기 시작한 웹툰, <신도림>. 오세형 작가의 작품으로 장르는 스토리, 액션이다. 세상이 무너지고 세워진 지하도시 신도림. 그곳에 들어가지 못하고 생존한 소년들이 지하도시의 비밀을 파헤친다는 내용의 소년 만화로 현재 네이버 웹툰 플랫폼에서 연재 중이다. 웹툰 <신도림>은 다른 만화들과는 다르다. 전형적인 소년만화인 것 같으면서도 소년만화가 가지고 있는 클리셰를 전부 깨부수고 있는 <신도림>. 오직 생존만이 목표인 지옥에서 살아가고 있는 소년들이 온다.




웹툰 <신도림>의 서사 – 시즌1을 중심으로

어느 날 알 수 없는 이유로 세상이 무너졌고, 그로 인해 방사능에 오염되며 사람들은 방사능을 피해 지하도시를 만들기 시작한다. 바로 그곳이 지하도시 ‘신도림’이다. 유동인구가 제일 많은 신도림역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에 자연스레 지하도시는 '신도림'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지하도시가 완성됐지만, 도시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되어 있었다. 매일 아침 9시 선착순 500명만이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신도림행 급행열차를 탈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급행열차마저 끊기는 순간이 온다. 그리하여 지상에 남겨진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강해져야 했다. 그중에서도 성장판이 아직 닫히지 않은 청소년들은 방사선에 적응하여 신체 변화로 인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된다. 이곳의 세계에서는 이들을 바로 ‘키즈(kiz)’라고 칭한다. 그렇다. 이 웹툰은 키즈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을 일컬어 '피도 안 마른 녀석들'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키즈들은 바로 야구선수 출신이었던 천둥과 점보이다. 그들은 지하에 또 다른 도시 ‘비돌’을 짓기 위해 사채업자인 하트히터에게 돈을 빌린 빚쟁이 신세이다. 천둥과 점보는 이 빚들을 갚기 위해 지상에 있는 범죄자들을 신도림에 있는 지하 감옥에 넘기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이때까지는 신도림과 이 무모한 빚쟁이들의 대립은 시작되지 않은 것이다. 신도림의 권력자는 이 작품에서 메인 빌런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가장 큰 범죄로는 지상에서 현상금이 붙어 사냥당해 신도림으로 잡혀온 이들로 신체 실험이라는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한 짓들이다. 그렇기에 생존을 위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도시 ‘비돌’을 건설하는 천둥 패거리는 반드시 신도림의 권력자들과 대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웹툰에서 가장 최강자로 그려지는 신도림의 총리는 이 혼탁한 세상을 정돈한 인물과도 같이 그려지며 신도림 안에서 절대 권력자로 존재한다. 아직 그에 대한 정확한 정체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현재 독자들의 가장 큰 의문점 중 하나로 남아있다. 천둥과 점보는 스토리가 진행되어 감에 있어서 그들의 동료를 천천히 모으기 시작한다. 일명 ‘강한 녀석들’은 천둥, 점보, 럭키, 진수, 퐝코로 구성된다. 그렇게 ‘비돌’을 짓기 위한 자금을 모으던 그들은 엄청난 식량이 있다는 ‘깊은 숲’으로 향하게 된다. 바로 여기서 <신도림>의 분위기가 한차례 반전되는 것이다. ‘깊은 숲’에는 바로 모든 것을 날려버릴 수 없는 핵이 존재했고, 천둥 패거리 즉 ‘강한 녀석들’과 대조되는 인물인 신도림 측 사람들과 깊은 숲에서 결투를 벌이면서 시즌 1이 마무리가 된다. 이 깊은 숲에서의 전투로 천둥은 자신의 동료인 럭키와  진수를 잃는다. 신도림 측에서도 많은 사망자가 있었으며 그들의 피로 얼룩진 깊은 숲을 끝으로 이야기는 다시 새롭게 시작된다. 더욱 강해져서 돌아온 천둥과 점보로 말이다.


강한 녀석들



2. <신도림>에 대하여

 

(1) 선과 악의 불분명


<신도림>이 다른 소년만화와는 확연하게 다른 점이 존재한다. 바로 주인공이 행동하게끔 하는 선한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천둥이 움직이는 이유로 오직 ‘비돌’이라는 또 다른 지하 사회를 위해서다. 물론 천둥에도 정의가 존재하기는 한다. 그러나 천둥은 그러한 자신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여느 소년만화와 같이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히어로가 아니다. 오히려 다크 히어로에 가깝다. 그는 자신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때로는 편법도 쓰며 세상을 살아간다. <신도림>이 그려내는 세상에서는 완전한 선도 악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이들은 단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살아갈 뿐이며 사람들을 한데 묶는 법과 질서가 없는 자연 상태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사회 계약설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계약을 맺었고, 이 계약은 하나의 사회가 되어 현대 사회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을 묶어주는 사회는 사라졌다. 선과 악을 정의할 법과 질서가 사라진 것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실력을 다수로 간신히 이기는 천둥 패거리는 독자들에게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앞서 말했듯이 이는 소년만화가 가지는 전형적인 특성들과는 다른 점이다. 주인공은 선을 대표하는 인물로 악당과 대립하며, 어느 순간 고뇌하기도 하며 선을 지켜나간다. 천둥은 전형적인 선이 아닌 자신이 만들어 낸 가치관에 부합하는 선을 지키는 인물이다. 결국, 이 작품에서 전형적인 선과 악의 구분은 불분명해지는 것이다.



(2) 신도림이 비추고 있는 아포칼립스


웹툰 <신도림>에는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 자체가 무너진 것이다. 이러한 <신도림>과 같은 장르를 두고 ‘뉴클리어 아포칼립스’라고 칭하기도 한다. 핵전쟁 내지 원자력 발전소 사고 등으로 인한 종말 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하위 장르를 뜻하는 말이다. 여기서 포스트 아포칼립스란 사이언스 픽션의 하위 장르로서 세계 종말을 테마로 하는 장르다. 인류 문명이 거의 멸망한 뒤의 세계관, 또는 그런 세계를 배경으로 삼는 픽션 작품들을 뜻한다. <신도림> 역시 방사능이 터진 이후의 대혼란에 대해서 다루고 있으니 같은 종말 물이라 할 수 있다. 웹툰의 프롤로그에는 이러한 문구가 등장한다. ‘세상이 왜 이렇게 됐는지 아무도 그 이유를 찾지 않았다.’ 아직 웹툰에서는 <신도림> 세계관의 도래 근원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세계관 속 사람들은 아무도 세상이 멸망한 이유를 찾지 않은 것이다. 이미 세상은 사라졌고, 사람들은 생존만을 생각하며 살아가기 시작한다. 이 또한 다른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따르는 작품들과 차이를 보이는 면이다.



(3) 지상과 지하 의미의 전복


‘지상은 방사능으로 뒤덮여 지옥이란 이름으로 바뀌고 인간은 지하 깊숙이 들어갔다.’ <신도림>의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대목이다. 대부분의 문학작품에서는 지상과 지하가 가진 의미에 있어서 지상을 긍정적으로, 지하를 부정적으로 표현했다. 해가 비추는 지상은 따사로운 곳으로, 빛이 들지 않은 지하는 어둠을 상징하는 곳으로 그려졌다. 대표적인 예로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을 들 수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머나먼 미래로 간 그는 인류가 두 가지 분류로 나누어진 것을 발견한다. 바로 엘로이와 멀록이라는 종이었는데, 지상에서 살아가는 엘로이는 현재의 인간과 똑같은 형상을 하고 있으며 밝고 아름다운 종으로, 멀록은 지하에 살아가며 엘로이를 잡아먹는 식육을 하는 종으로 그려진다. 여기서 엘로이들은 어둠을 두려워하며 반대로 멀록들은 빛을 두려워한다. 이렇게 지상과 지하의 상징적인 의미가 <신도림>에서는 완전히 전복된다.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신도림’은 지하에 있으며, 지상은 완전히 무너졌다. 사람들은 삶을 찾아 지하로 향했다.



(5) 신도림 vs 비돌


웹툰 <신도림>에는 수많은 장소가 등장한다. 그러나 그 수많은 장소 중에서도 단연컨대 가장 극렬한 대조를 이루는 것은 ‘신도림’과 ‘비돌’이다. 이 둘은 모두 지하에 있다는 공통점만이 존재할 뿐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누구나 가고 싶어 한 낙원과도 같은 신도림은 신체 개조를 일삼던 온갖 범죄로 얼룩진 곳이었고, 없는 자금을 이용하여 힘들게 만들어낸 비돌은 들어오고 원하는 이들 모두에게 열려있는 평등한 곳이다. 또한, 주인공과 메인 빌런들이 각각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도시는 다시 대립하게 된다. 비돌은 천둥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로 주체적이며, 이상적이다. 전형적인 유토피아를 떠올리게 하는 도시이다. 신도림은 겉은 낙원과도 같이 보이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결국 비돌과 신도림의 대립은 유토피아와 현 사회의 비교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비돌을 꿈꾸지만, 신도림에서 살아가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지상 위의 키즈들인 것이다.




3. 웹툰 <신도림>의 이후 행보


<신도림>이 말하고 있는 강함은 단순히 신체적인 힘의 우세를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해석에 그치진 않는다. <신도림>은 버텨내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을 적화 곳곳에서 보여준다. 천둥은 검은 숲에서 럭키와 진수를 잃었지만, 살아 돌아와 그 누구보다 강한 자가 되었다. 시즌1에서 천둥 일행이 고난을 만나 해결될 때마다 그들을 더욱 성장하였다. 여기서 성장한다는 것은 이 세계관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니는데 키즈(kiz)의 가장 큰 특징은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힘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지만, 비정상적인 힘의 증량은 그 상태에서 멈추는 것이다. 그러나 천둥은 달랐다. 대립하는 인물 중 하나인 이종이의 공격을 처음엔 막아내지 못했는데, 이후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는 이종이의 공격을 막아낸다. 계속해서 성장해나가는 것, 이 지속적인 성장은 이 세계관을 통틀어서 가장 큰 힘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아무도 성장하지 않는 이 지옥에서는 말이다. 시즌2에서는 깊은 숲에서 동료를 잃은 천둥과 점보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또한, 그들은 새로운 동료를 맞이한다. 그들처럼 반쯤 나사가 풀려있고 이상한 농담을 하면서 웃지만, 인간의 존엄이 가지는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런 이 말이다. 천둥과 그의 친구들 ‘강한 녀석들’은 이 세상을 구하겠다는 소년만화의 정석과도 같은 발언은 하지 않는다. 단지 자신의 옆에 있는 친구들을 지키며, 불의는 참지 못하는, 자신들의 세상에 특화된 다크 히어로다. 독자들은 그들의 행보를 더욱 궁금해하게 된다. 그들이 과연 악의 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신도림을 어떻게 무너뜨릴 것인지 상상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같이 천둥의 친구가 된다. 비돌이라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또 다른 키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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