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궁금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일찍 일어나 아침을 간단히 먹고 넬슨으로 출발했다.
캐슬가에서 넬슨까지는 42km 정도 떨어진 거리..
꽤나 먼 거리이고 내가 앞으로 통학해야 할 길인데 어떨지 궁금했다.
캐슬가는 주로 집들이 모여있는 작고 조용한 동네고.. 마트나 몇몇 식당이 모여있는 다운타운 풍경..
아... 진짜 뭐가 없고 작구나.....
상상했던 것보다 더 작은 동네라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고.. 내가 여기서 과연 잘 살아나갈 수 있을까 조금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게다가 우리가 도착했을 때, 근처 산불의 연기가 넘어와 마을이 매캐한 불냄새로 마치.. 우리나라에 미세먼지가 아주 심한 날처럼 하늘이 뿌옇게 보였다.
그렇게 30분 남짓 달려서 도착한 넬슨. 슬프게도 넬슨의 공기질은 더 나빴다... 불냄새...ㅠㅠ
드디어 도착한 넬슨의 작고 아담한 우리 집. 좁고 아담한 길이지만 울창한 나무들이 있는 예쁜 길
집은 비어있지만 아직 렌트가 시작된 기간이 아니라 겉에서만 둘러보고 오늘은 동네 탐방이 목적이다.
사진으로만 보던 집에 직접 와서 보니 기분이 묘했다.
집 바로 앞에 있는 아들이 다닐 학교.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을 거리라 기뻤다.
아들은 한국에서 5학년 1학기까지 하고 왔는데, 여기에 와보니 9월부터 6학년이 시작된다.
캐나다 학제는 주마다 차이가 있는데.. 같은 BC주인데도 불구하고 차로 30분 떨어진 동네인데 교육청이 달라서 학제도 달랐다.
캐슬가의 경우에는 School District#20 교육청에 해당해서
k~7학년까지가 Elementary school, 8~12학년은 Secondary school이라고 한다.
옆 동네 넬슨의 경우에는 School District#8 교육청으로
k~5학년 까지는 Elementary school, 6~9학년은 Middle school, 10~12학년은 High school로 나뉜다.
우리 아들은 한국에서 초등학교 졸업도 못 했는데 갑자기 Middle school이라니.. 걱정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른 아이들도 다 같이 처음 오니 친구들 사귀기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고 하고... 겪어봐야 알 수 있겠지..
아들은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몸으로 뛰노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약간의 내성적인 면도 있어서 초반에는 쉽지 않겠지만 진심을 알아주는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나나 남편 또한 성격이 외향적이고, 이리저리 발 넓게 만나는 스타일이 아니라.. 소수로 진짜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과 깊이 교류하는 걸 선호한다. 내 첫 직업이 승무원이어서 많은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만들어진 사회적인 외향성이 나에게도 있지만 나를 깊이 들여다보면 나는 조용히 있을 때나 소수의 아주 가까운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때 힐링이 되는 걸 느낀다. 내 아들도 우리를 닮았겠지 누굴 닮았을까...ㅎㅎ
이사를 앞두고 생활에 필요한 생활용품들은 챙겨 왔지만 큰 가구(침대, 책상, 식탁) 정도만 최소로 구입할 예정이다. 집이 크지도 않고 이사를 몇 번 더 다닐 수 있으니 최대한 간단한 가구나 물품으로 생활하려 한다.
근처에 중고용품 가게가 있다고 해서 한번 들러봤다.
들어가 보니 소소하고 진짜 낡은 물건들도 많은데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확실히 캐슬가보다 넬슨에 사람이 많기는 하구나..
그릇, 가구, 소품, 옷, 보드게임, 장난감 등등 아주 다양했다. 잘 고르면 저렴하게 괜찮은 물건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치 보물 찾기처럼 ㅎㅎ
그 와중에 좀 신기했던 물건..ㅎㅎ
비디오 테이프가 들어가는 비디오 플레이어도 진짜 오랜만 ㅎㅎㅎ 예전엔 꽤나 좋은 제품이었을 테지만..
테이프가 있는 사람은 구입할 수도 있겠지??^^;
막상 사고 싶은 물건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구경만 재미있게 하고 나왔다.
연기 때문에 하늘이 뿌옇고 공기가 나빠서 걸어 다니기 힘들었지만... 둘러보니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꽤 있다.
배가 고파 무얼 먹을까 찾다가 우리 셋다 반가운 태국식당 발견!
셋 다 좋아하는 메뉴고 익숙해서 고민 없이 들어갔다!
태국에서 먹는 맛과 똑같아서 내내 감탄하며 먹었다.
태국분들이 운영하는 식당이었는데 여기 오니 같은 아시안은 마주치기만 해도 그냥 반갑다..^^;
우리가 시킨 건 팟타이와 볶음밥~ 작년 태국 여행에서 주구장창 먹었던 팟타이랑 비슷한 맛에 아들이랑 환호하며 먹었다 ㅎㅎ
우리 동네 및 근처에도(최소 3시간 30분은 가야 함..ㅠㅠ) 도시에 있는 큰 한인마트 없었고..ㅠㅠ(캐슬가에는 한국분이 운영하시는 작은 마트가 있는데 그마저도 아주 반가웠다) 앞으로 어떻게 익숙한 식자재를 구하고 음식을 해먹을지 나름 고민이 됐다. 먹는 것도 중요하니깐...
그래도 우리 동네는 도보로 걸어서 갈만한 꽤 괜찮은 식당들이 좀 있는 것 같다. 이 태국식당도 앞으로 우리에게 힐링이 될 것 같아서 마음이 좀 놓였다.
여기서 제일 큰 일과. 마트 장보기..^^;;
한국에서는 이마트, 쿠팡, 집 앞 마트, 시장 등등에서 새벽배송이든, 당장 필요한 걸 사러 나가든 아무 문제가 없어 크게 장 볼 일이 없었다. 밤 10시가 넘어도 손가락만 까딱까딱하면 새벽 6시에 집 앞에 배송해 주니...ㅠㅠ
이런 건 한국이 정말 천국...
여기는 Safe way, Save on Foods, Wal mart 등의 마트가 있다. 비록 여기 2주 남짓 머물고 있지만 자주 마트에 가다 보니 마트마다 괜찮은 제품, 채소나 과일의 상태, 가격이 제각각이었다.
나는 한국에서도 아주 잘하지는 못 하지만 이것저것 레시피 보며 요리해 먹는 걸 좋아해서.. 식재료 비교랑 구경도 재미있다.
Save on Foods나 Wal mart가 식품 상태나 가격면에서 장보기 좋은 것 같다. 며칠을 지내다 보니 무얼 사서 어떻게 해먹을지 조금씩 감이 온다.
마트에 가면 냉동식품 종류(피자, 햄버거, 파스타, 라자냐, 너겟, 바비큐립 등등)도 엄청 다양하게 있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아무래도 건강을 생각하면 원재료로 직접 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식은 나물이나 채소 반찬도 많은데 이곳 음식은 아무래도 흔한 게 빵, 피자, 파스타, 고기니깐...
가급적 싱싱한 고기나 야채 등 재료들은 구입해 두고 다양하게 요리해 먹는 게 건강에 좋으니깐.
큰 닭다리를 한 팩 사서 마늘을 넣고 삼계탕(인삼은 없지만 ㅋ)도 끓여 먹고.. 너무 커서 남은 닭다리들은 소금과 후추만 뿌려서 오븐에도 구워 먹었다. 다음엔 얼큰한 닭볶음탕을 만들어 먹어야겠다.
육류 코너에서는 두툼한 소고기 패티를 팔고, 햄버거 빵도 잉글리시 머핀부터 브리오슈, 참깨가 뿌려진 일반적인 빵 등등 옵션이 다양해서 선호하는 재료들을 구입해서 햄버거도 만들어 먹었다.
소소하지만 가능한 식재료들로 이렇게 저렇게 직접 해서 먹는 뿌듯함도 크다.
주변에 블루베리 농장이 많아서 블루베리 1kg에 3.99불(마트마다 가격이 다르더라..)에 팔아 자주 사 먹고 있다.
하루하루 더 적응이 되겠지..
낯설지만 그렇게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