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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Aug 11. 2024

주말 지내기 일상


주말과 5일 월요일이 British Columbia Day라고 공휴일이 붙어있었다. 그래서 우리 숙소 호스트도 어쩐지 휴가를 갔더라.. 지난주도 연휴기간이라고 들었는데 이번주 연휴도 여기 사람들에게 휴가를 갈 수 있는 황금연휴였나 보다.


캐나다에 오면 공기가 맑으니 조깅을 해봐야지 생각했는데.. 이 동네에 오니 밴쿠버보다 너무 덥고..

산불 연기로 공기질이 나빠서 엄두를 못 냈다.

그런데 토요일 아침, 불 냄새도 안 나고 하늘이 맑고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서 집을 나서봤다.


집 앞을 가볍게 뛰어볼까 하고 아들과 남편이랑 셋이 길을 나섰는데.. Genelle Community Hall. 아담하지만 잘 관리된 예쁜 놀이터와 공원이 있었다.


무슨 이벤트가 있다고 작은 표지판이 있었는데 몇몇 아이들이 놀고 있고 사람들이 조금 있었다. 어떤 할머니가 다가오시며 반갑게 인사를 하시고..

알고 보니 Community Hall의 회장 할머니..^^


인자하신 표정으로 오늘 여기서 가족 행사가 있으시다고.. 할머니의 아버님이 92세 생신을 맞이해서 가족들이 모이기로 했단다. 아일랜드에서도 오고 미국, 캐나다 각지에서 사는 가족들이 모인다며 밝은 표정으로 말씀해 주셨다.

입구에 놓인 팝콘과 아이스크림은 공짜니 마음껏 먹으라고 인심 좋게 얘기하셨다.


그곳엔 작지만 물놀이터와 축구장, 농구장, 피클볼장이 깨끗하게 잘 관리되어 있었다.

아들과 축구랑 농구도 하고 간식도 얻어먹고 즐겁게 오전 산책을 했다.


오는 길에 보니 어떤 집 앞에  커다란 러닝머신이 놓여있었는데.. 붙어있는 종이에..'컨베이어 벨트는 고장 났어요. 필요한 분 가져가세요..'라고 적혀있었다.^^; 저 크고 무거운 걸.. 게다가 고장 났는데 누가 가져갈까. ㅎㅎㅎ

그리고 집 안에 안 쓰는 별별 물건들을 다 내놓고 공짜로 가져가라고 써 놓은 게 곳곳에 보였다.

사소하고 별게 없어 보이는 물건들이지만 그 모습들이 정겹고 귀엽게 느껴져서 슬며시 웃음이 났다.




조용하고 작은 마을 Genelle


깊은 숲 속에 널찍널찍하게 예쁜 집들이 곳곳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

Genelle에 흐르는 콜롬비아 강


저녁 무렵이었는데, 강가에 캠핑의자를 놓고 연세 지긋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여 앉으셔서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지나는 사람마다 누군지도 모르지만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정겨운 마을.


저녁을 먹고 치우고.. 그래도 밝아서  캐슬가에 가보는 길..



제넬에서 10분을 달려가면 캐슬가가 나온다.

캐슬가에서 어디를 가볼까 하다가 밀레니엄 파크가 크게 있어서 구경을 가보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어제까지 37도 가까이 되며 그렇게 덥더니.. 오늘은 왜 이렇게 선선한 바람이 불까? 하루 만에 온도차가 이렇게 날 수 있다는 게 이상하고 신기했다. 어쨌든 사막처럼 뜨거운 날씨를 겪고 나니 시원한 바람이 너무나 반가웠다.




예쁘게 정돈된 잔디, 꽃, 나무와 아찔한 미끄럼틀.


산책을 하거나 저녁을 먹고 우리처럼 놀러 나온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나와 아들이 미끄럼을 타는 사이에 남편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분은 오늘 막 캐슬가에 도착하신 이란 국적의 남자.


그분은 몬트리올에 있는 대학에서 강의를 했었는데,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캐슬가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몬트리올의 날씨는 워낙 춥고 눈이 많이 와서 아내의 뜻에 따라 이곳에 오게 되었단다. 서글서글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전화번호까지 교환하고 가족들과 같이 만나기로 했다. 마침 그 집 아들도 우리 아들과 동갑.


둘 다 쭈뼜쭈뼜 어색해하며 인사했지만 곧 같이 뛰어다니며 놀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니 캐나다에 도착해 아들은 계속 우리랑만 다니며 또래가 그리웠을 것 같다. 안 그래도 매일 밖으로 뛰어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인데.. 우리가 얘기를 나누는 사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둘이 땀을 뻘뻘 흘리며 같이 뛰어놀았다. 나중에 물어보니, 미끄럼틀을 먼저 타라는 이야기를 못 해서 서로 손짓으로 했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했다고 ㅎㅎ 둘 다 밝은 표정으로 함께하는 걸 보니 조금은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친구를 좋아하면서도 조금은 내성적인 성향의 아이라 내심 걱정이 되었는데..

아들도 그렇게 같이 처음으로 누군가와 어울리고 보니 자신감이 조금은 붙은 표정이라 안심이 되었다.

학교에 가면 힘도 들겠지만 잘 적응하기를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다음 날, 오늘은 무얼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넬슨으로 다시 가보기로 했다.


거리가 조금 있지만 처음 넬슨에 갔을 때, 산불 연기가 너무 심해서 숨을 쉬기가 답답했고 날도 뜨거워서 정신이 없었다. 오늘은 날이 쾌청하고 바람이 시원하니 출발!




Nelson에 있는 Lakeside Park


처음 왔을 때는 집 근처만 얼른 둘러보고 오느라 이런 곳이 있었는 줄 몰랐는데...

바다 같은 강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 옆에 푸른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고 화창한 날씨와 선선한 바람까지 완벽했다.




넓은 공원을 둘러 걸을 수 있는 산책길과 테니스장과 농구장


나무가 울창한 사잇길로 햇살을 맞으며 산책과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걷다 보니 테니스장과 농구장이 오픈되어 있고 테니스는 라켓만 가져오면 자유롭게 칠 수 있고 농구장에는 공도 놓여있었다. 아들과 셋이 농구도 땀 흘리며 해보고 또 걷기.


100년이나 됐다는 전통 있는 트램



걷다 보니 공원 주변을 지나가는 작은 트램이 있었다. 트램은 계속해서 공원을 천천히 돌기 때문에 역마다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었다. 탑승 비용은 하루종일 탈 수 있는 가격으로 어른은 5불, 가족은 10불 기부라고 쓰여있는데.. 딱히 티켓을 주지 않는 걸로 보아 양심껏 내는 것 같았다. 만약 1년 티켓을 원한다면 가족(인원에 상관없이) 50불. 너무 예쁜 트램을 보니 오늘 하루만 타기에는 아쉬워서 우린 1년권을 선택했다. 1년권은 작은 종이에 발행인과 연도만 적어서 주시는 소박함..ㅎㅎ 우리가 내릴 때, 기관사 할아버지께서 우리에게 1년권 티켓을 구입해 주어 감사하다는 인사까지 하시더라는..^^;


트램에서 내려보니 종착역은 해변. 바다는 아니고 강이지만 마치 바닷가처럼 사람들은 선탠도 하고, 수영도 하고, 카약도 타고, 패들보트도 타고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신기한 풍경....




맑고 깨끗한 강물



패들보드나 카약도 대여를 해준다.




카약을 타볼까 했지만 우린 수영복이 없으니 다음 기회에...


바로 옆은 푸른 잔디밭. 바로 옆은 해변.. 낯선 풍경


다양하게 무언가를 더 경험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 기대되는 넬슨 생활.



몽실몽실 구름이 예뻐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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