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짐 정리 완료
정말 덩그러니 빈 집에 들어와서 정신없이 정리를 했다. 15일에 이사 들어오기 이틀 전부터니까 거의 10일간 하루종일 몰두해서 쓸고 닦기, 필요한 물품 사 오기, 아마존에 주문하기, 배달 온 물건 풀고 가구 조립하고... 쉴 새 없이 해댄 것 같다. (그 와중에 밥도 해 먹어야 하니 냉장고도 채우고 요리도 하고..)
캐나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IKEA를 이용하는 것 같고.. 없는 물건이 없다.
가볍고 조립이 간단한 가구부터 무겁고 멋스러운 가구며 주방 가구까지.. 가까운 곳은 물론 배달이 되지만 여기 사람들도 웬만한 것들은 차에 실어서 직접 가져간다.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나도 당연히 IKEA에서 가구들을 사려고 온라인이며 오프라인 몰에서 이미 정해두었는데... 우리 동네에 오고 나니 그러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너무 멀다.. 제일 가까운 IKEA 매장이 600킬로 거리에 있다니... 무거운 가구는 배송은 되지만 배송료가 만만치 않았다.
결국, 우리는 한국의 쿠팡과 같은 아마존에서 모든 걸 주문하기로 하고 매일 검색.. 또 검색..
너무나 다양한 물건들이 많고 직접 눈으로 보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많이 고민이 됐다.
지금 집에서 또 이사를 갈 수도 있으니 최대한 간소하고, 가벼운 것들로.. 그래도 너무 허접하지 않은 걸로.. 고심 끝에 주문한 가구들이 며칠이 지나니 배송이 되기 시작했다.
무게가 어마어마한 물건들이 집 앞에 쌓이기 시작하고.. 어마어마한 박스를 뜯는 것도 일...
뜯고 나니 막막한 형태의 가구들..
한국에서는 가구점에서 가격대별로 쉽게 구입을 하고, 배송이 되고 완제품이 오거나 기사님이 오셔서 깔끔하게 조립을 다 해주었는데....
여기 가구점에서 파는 가구는 정말 무겁고 비싸다....
게다가 우리 집은 뭘 사도 일단 배송료가 비싸니... 열심히 힘내서 조립할 수밖에..
난생처음 남편과 둘이 힘을 합해 조립해 나가기 시작했다.
꼼꼼한 남편이 부속품을 하나하나 체크하면 나는 한 번씩 닦아주고..
복잡하기 짝이 없는 설명서를 남편이 보고 알려주는 대로 같이 나사를 돌렸다.
주문했던 가구 중에 제일 무겁고 복잡할 걸로 예상했던 게 식탁. 좁은 공간을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확장할 수 있는 상품들이 많이 있어서 평소에는 2인용. 제일 크게 확장하면 6인까지 가능한 식탁 중에 재질과 후기와 디자인까지 고려해 어렵게 주문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 무거웠다.
게다가.... 남편이 부품을 체크하다 보니.. 12번 나무판 대신 14번이 2개 왔다...ㅠㅠ
하.... 이걸 또 어쩌나 순간 난감했는데 아마존 앱에 들어가니 다행히 판매자와 쉽게 컨택이 가능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 간단히 처리할 수 있었다. 아마존 잘 돼있네...
그렇게 며칠이 또 지나서 우리는 조립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 집엔 신발장이 따로 없다.
한국에서는 신발장도 수납장도 집 안에 이미 충분히 잘 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접이식 간이 신발장부터 선반형, 가구형.. 온라인 오프라인 매장에서 다양하게 판매한다. 우리는 뒷문에는 저렴한 선반형 신발장 하나, 메인 현관에는 나름 가구형으로 주문해서 남편이 조립에 돌입했다. 제일 처음 시작했던 조립이라 2시간 가까이 낑낑대며 완성.
조립해 놓고 나니 꽤 견고하고 그럴듯하다. 모두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인데 물건의 마감이 꽤 잘 되어있어서 나무판에 번호대로. 나사대로 조립하면 깔끔하게 잘 맞아떨어졌다.
다행이다.... 만족!
철제로 만들어져 무겁지 않고 조립도 목재에 비해 간단했다. 드릴 하나 없이 손으로 튼튼하게 조립 완료.
매트리스도 무겁지 않게 메모리폼으로 주문했다. 처음 써보는데 제일 높이가 낮은 6인치 사이즈였지만 나름 편안해서 또 만족!
낮에는 훤해서 좋다가 밤에 불을 켜면 그대로 집안이 들여다보여서 창문마다 커튼을 걸었다.
뭔지 모를 안정감과 아늑함.. 커튼과 조명만으로도 집 안의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가구뿐만 아니라 소소하게 더 필요한 살림살이들이 있어서 집 근처로 쇼핑을 나갔다. 욕실용품은 Wal mart에 가면 저렴하게 살 수 있고. 컵이나 주방 소품 중에 나름 분위기 있는 소품을 사고 싶어서 다운타운에 있는 골동품 가게와 소품가게에 갔다.
싱크대에 주방세제와 수세미를 넣는 작은 선반을 사고 싶었는데.. 똑같은 상품이 아마존에서는 15불... 골동품가게에서 중고지만 깨끗하고 비슷하게 생긴 상품을 1불에 득템 했다.. 기쁘다...ㅎㅎㅎ
마음에 드는 머그컵 3개, 유리컵 3개, 행주, 앞치마.. 등등
나름 한국에서 챙겨 와도 필요한 물건들을 사다 보니 신혼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이쑤시개 하나라도 없으면 필요하다며 엄마가 전부 챙겨주셨는데.. 뭣도 모르고 엄마의 취향대로 넙죽넙죽 받기만 했는데 내가 직접 하나하나 채워가는 기분이 묘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식탁 조립.. 아무래도 견고해야 하니 드릴 없이 나사를 박기 힘들었고.. 나사들의 지옥에서 벗어나 조금씩 완성되는 식탁
평소에는 내 책상으로 쓸 작은 탁자. 손님이 올 땐 확장해서 사용하기 딱 좋은 식탁.
우리 집은 거실 겸 주방이 있는 형태로 거실이 작은 공간으로 있어서 처음에 1인용 리클라이너 소파를 놓을까 아님 그냥 카펫만 깔아 둘까 고민하다가 집 근처에 가구점이 있어서 방문해 봤다.
매장에 들어가자 입구부터 보이는 가구들이 비싸기도 하고, 너무 크고 고급스러운 물건들만 있어서 그냥 구경이나 하자 싶었는데... 내 눈에 들어온 소파!
게다가 할인하는 몇 안 되는 물건 중 하나였다.
앉아보니 단단하면서도 푹신하고.... 센스 있는 사장님이 독특한 디자인의 벤치를 함께 권해주며 또 할인..
기쁜 마음으로 결제를 하고 우리 집에 도착한 소파.
예쁜 쿠션도 서비스로 주셨다. 감사합니다.
작지만 아기자기하게 집을 다 정리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영어공부도 하고 9월부터 열심히 살아야겠다.
집 정리가 끝나고 하루종일 비가 내리더니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예보를 보니 다음 주에는 다시 28도 정도로 올라가던데.. 벌써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 같고..
집 안이 서늘해서 한편에 있는 작은 난로를 켜보았다. 온돌만큼의 훈훈함은 없지만 나름 난로 주변은 따뜻하다.
벌써부터 그리운 온돌바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