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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Oct 16. 2024

캐나다에서의 첫 경험들

특별하고도 평범한 날들

개강을 맞은 후, 심심치 않게 주말에 붙은 공휴일이 세 번이나 지나갔다.

노동절, 국경일, 추수감사절.

많은 사람들이 밴프나 대도시, 아니면 2~3시간 거리에 있는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많이 간다.

겨울이 다가오면 고속도로 이용이 불편하니 가을을 만끽하며 여행하기 딱 좋은 계절이 지금인 것 같다.

아직 우리 가족은 여행보다는 소소하게 보내는 일상을 더 즐기며 지내고 있다.

9월 중순 즈음부터 예쁘게 물들어가는 가을 단풍들. 단풍국답게 온 산이 알록달록 아름답다

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선선해지나 싶더니.. 어느새 단풍이 예쁘게 물들기 시작했다.

우리 동네는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보니 시선을 돌려보면 온통 알록달록 고운 단풍이 가득하다.

10월이 지난 지금은 언제가 절정인지 모르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단풍이 짙고 곱기만 하다.


10월에 접어들고 더욱 짙은 빛깔

길을 걷다 보면 너무 예뻐 자꾸만 사진을 찍게 된다.


요즘 동네는 핼러윈 준비로 분주하다. 핼러윈에 진심인 사람들.. 커다란 해골과 큰 호박 풍선이나 갖가지 장식으로 마당을 멋지게 장식한 집을 종종 볼 수 있다. 지나가다 장식하는 사람에게 멋지다고 칭찬해 주면 함박웃음을 지으며 기뻐한다. 우리에겐 낯선 문화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의미 있고 즐거운 행사 중 하나라 그런지 10월 초순부터 핼러윈의 설레는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우리도 처음으로 아들과 호박을 조각해서 잭-오-랜턴도 만들어보고, 알전구로 집 앞도 꾸며보았다.

캄캄한 길을 배려해서인지 현관 밖에도 예쁜 전구를 걸어두거나 불빛을 밝혀둔 집을 보면 왠지 따스한 마음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소박하게 꾸며 본 우리 집 앞


저녁을 먹고 집에서 쉬고 있다가... 동네에서 오로라를 보았다는 페이스북 글을 보고 정신없이 뛰어나갔다.

이곳에서도 흔한 일이 아니라 모두가 신나서 오로라를 보기 위해 애쓴다. 오로라 추적 앱이 있어 관측 확률이 높은 날을 서로 공유하기도 하고, 누군가 지역에서 보면 공유해 주어 몇 차례 우리도 보기 위해 시도했었다.

지금이 태양활동이 강해지는 시기라 BC주 남부에서도 관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몇 번을 시도한 끝에 우리도 드디어 볼 수 있었다..!


집 앞에서도 보이던 아름다운 빛깔의 오로라와 무수한 별들

빛이 없어야 잘 볼 수 있다고 해서 캄캄한 호숫가로 한밤중에 달려가보기도 하고..

북쪽 하늘을 뚫어지게 바라봐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이 날은 우리 지역 대부분의 마을에서 모두가 관측할 수 있었다. 예쁜 오로라를 보며 너도나도 흥분했던 그 밤!


사실, 육안으로는 구별이 잘 되지 않고 카메라로 훨씬 아름답게 찍을 수 있었다. 오로라는 매우 미세한 빛을 방출하는데 인간의 눈으로는 약한 빛을 식별하는 게 한계가 있다고 한다. 오로라를 관측할 때도 빛 한 점 없는 캄캄한 곳에서 어둠에 한참을 익숙해져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마을은 밝다 보니 직접 눈으로 보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그래도 카메라에 멋진 모습을 담은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언젠가 육안으로 오로라를 보고 느끼는 날도 기대해 본다.


매년 열린다는 Pumkin fest_ Linden lane farm!

아들의 베프와 함께 동네 근처 Pumkin fest에 다녀왔다. 작은 농장 안에 작은 마켓도 열려있고 만화에서 본 듯한 갖가지 모양의 호박들이 가득 전시되어 있었다. 잭-오-랜턴을 만들 수 있는 호박을 구입할 수도 있는데 동네 마트보다 조금 더 비싸지만, 이곳의  판매 대금을 어린이 병원에 기부하기 때문인 것 같다. 여기저기 기부 문화가 발달한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옥수수 밭은 미로처럼 꾸며두어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게 마련해 두고 한편에서는 소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화려한 한국의 동물원이나 놀이공원을 생각하면 한 없이 소박하지만.. 소도시 마을에서는 이 마저도 마을의 큰 행사처럼 느껴졌다.


여러가지 채소도 팔고 호박도 팔고
호박 나르는 카트에 앉아서도 마냥 즐거운 아이들

이곳 아이들을 보면 어렸을 때부터 참 강하게 키운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걷지도 못하는 아기들도 흙바닥에서 기어 다니며 자유롭게 놀고.. 우리나라 어린이집과 같은 데이케어 센터에서부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매일 의무적으로 바깥 놀이가 중요한 일과라고 한다.

초등학교도 그렇고.. 아들이 다니고 있는 중학교에서도 온 동네 공원을 여기저기 자주 다니며 이렇게 바깥 활동이 많은 걸 보니 아이들이, 아니 캐나다 사람들이 체력이 좋은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아들은 10월이 훌쩍 지난 아직도 학교에 다녀오면 녹초가 되곤 한다. 이렇게 많이 활동하다 보면 체력도 더 좋아지고 적응이 되겠지..


우리나라 추석과 비슷한 추수감사절인 Thanksgiving day가 월요일이라 공휴일이 하루 더 붙은 주말.

캐나다에 와서 알게 된 분이 감사하게도 한국 친구들과 우리 가족을 본인의 집으로 초대해 주셨다.

캐나다에서 Thanksgiving day에는 칠면조 고기를 먹는다. 닭보다 훨씬 크고 영화에서만 봤던 칠면조를 덕분에 처음으로 먹어볼 수 있었다.

커다란 칠면조 구이에 그레이비소스를 곁들이고.. 매쉬드 포테이토와 빵


마음이 따듯한 캐네디안 친구 Monica 덕분에 그분의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국 음식도 궁금해하셨던 Monica와 가족들을 위해 나와 친구는 잡채와 김밥을 정성껏 준비해서 갔다. 큰 칠면조의 경우에는 오븐에서 8시간 이상을 조리해야 할 정도로 정성이 들어가고.. 칠면조 안에는 빵을 넣어서 굽는다고 한다. 그리고 곁들여 먹는 그레이비소스는 칠면조를 굽고 나온 육즙에 밀가루를 넣어 걸쭉하게 만든 갈색의 소스였다. 고소하고 담백한 소스의 맛.

칠면조는 생각보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에 소스와 함께 먹는 맛이 새롭고 아주 좋았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한 좋은 사람들

얼마 전 알게 된 친구(나보다 나이는 많지만) Monica는 온타리오주에 사셨는데 아들이 아이를 낳아 도와주러 BC주 우리 동네로 이사를 오셨다고 한다. 그분의 형제도 7명, 아이도 7명. 대가족이 익숙하셔서인지 많은 인원이 모여도 당황하지 않고 기쁘게 우리를 맞이해 주시고 대접해 주셨다.


캐나다에 와서 살짝 당황하고 문화 차이를 느낀 것 중 하나가.. 이곳은 파트너와 사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파트너는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고 함께 동거를 하는 사이인데 캐나다에서는 일정기간(보통 1년 이상) 함께 살면 법적으로도 다양한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고 한다.

가끔 새로운 사람을 만나 파트너라고 소개하는 경우를 보면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이제는 쿨하게 이해하고 넘기게 되었다.


Monica의 아들은 여자친구가 있다고 했는데.. 그날 식사 시간에 여자친구 Esmeraldo가 아이 2명을 데리고 왔다. 알고 보니 한 명은 step son, 한 명은 grand son이라고 하니... 이야기를 듣고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처음엔 어색할까 봐 잠시 걱정했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생각도 사고방식도 너무나 멋진 사람들이었다. 맛있게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주제로 다양하게 이야기를 즐겁게 하다 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곳에서 잠시 들었던 나의 생각은... 나의 이모뻘인 Monica가 식사 준비를 하실 때, 한국 친구들과 나는 부엌에서 무엇을 도와야 하나 안절부절 못 했다. 그리고 문득 한국의 며느리 모습으로 어쩔 줄 모르는 나를 발견했다. 그런데 옆을 슬쩍 보니, Monica 아들의 여자친구는 너무나 쿨하게 거실에 앉아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편히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자신의 그릇과 포크만 갖다 두는 정도고.. 설거지는 아들이 나서서 조용히 우리의 대화에 방해되지 않게 하고 있었다.

우리 집의 경우, 남편은 전형적인 옛날 한국의 아들로.. 그야말로 귀하게 컸다. 지금도 시댁에 가면 어머님이 물도 떠다 코 앞에 갖다 주실 정도이니.. 캐나다에 와서 이런 모습이 나에게는 신선한 문화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Esmeraldo에게 한국의 과거 남아선호사상과 이런 문화를 이야기해 주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먹을 날리며 함께 웃었다.


나의 첫 번째 캐나다의 명절과... 새로운 문화를 나누고 경험했던 참 소중한 시간이었다.


생애 첫 김치도 담가보고......


캐나다의 소도시인 이곳에서는 김치를 구하기 어렵다. 아니 살 수는 있지만 캐나다 스타일이라 단맛이 강한 김치다. 비싸기도 하지만 맛이 아쉬워서 결국 김치를 처음으로 담가보았다.

한국에서 만드는 김치에 비하면 정말 재료도 몇 개 안 들어가고... 무채를 썰면 번거로워 어떤 레시피를 보고 모든 재료를 믹서기로 싹 다 갈아버렸다. 무도 배도 사과도 모든 양념을 한꺼번에..

액체 상태인 양념에 배추를 푹 담그기만 해도 쉽게 양념이 배어서 후다닥 끝낼 수 있었고 맛도 꽤나 괜찮았다.

첫 김장은 성공! 자신감을 가지고 다음에 김치가 떨어지면 또 만들어보려고 한다.



친구네 집 마당에 찾아 왔다는 곰 세마리와 길에서 만난 엘크 무리


곰이 겨울잠을 자기 전이라 많은 양의 에너지를 몸에 축적해야 해서 마을에 곰이 자주 출몰하는 시기다. 내가 사는 넬슨은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그런지 곰을 보기 쉽지 않다. 옆 동네 캐슬가에는 곰이 아주 자주 출몰한다고 한다. 심지어 곰 세 마리가 한꺼번에 찾아왔다고..

곰들이 아주 똑똑하고 후각이 좋아서 쓰레기 통에 버린 음식물이 묻은 비닐이며 작은 음식까지도 찾아낸다고 한다. 게다가 맛있게 무엇인가를 먹은 집에는 찾아가고 또 찾아가고.. 친구도 새끼도 데려가고.. 내년에도 또 찾아간다고 하니 참 재미있다.

처음에는 곰을 본다는 게 신기하고 무섭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겨울잠을 자러 가면 한 동안 못 만나겠지..

그리고 곰도 사람을 무서워해서 서로 피한다니 더 귀엽게 느껴진다. 곰을 만나면 등을 돌리고 뛰지만 않으면 공격은 안 한다고 하니... 너무 코 앞에서 만나지만 않는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동물원이 따로 없는 우리 동네.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매일 선사해 주는 요즘 나의 캐나다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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