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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Feb 01. 2022

편안한 감옥

태어나보니.

 화장실에 가기 위해 방 밖으로 나가고자 다짐한다. 방문을 열기 전 3초가량 멈칫한다. 아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표정을 하고 문을 열고 나오자 음식이 만들어지는 소리와 함께 식탁에 모여 있는 가족들이 보인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들은 나를 못 본 듯 나에게서 바로 시선을 떼거나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머뭇거린다. 속이 조금 타들어가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들을 못 본체 무시하고 지나쳐 화장실로 향한다.  

   

 방문 너머로 화기애애한 가족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강아지와 놀아주는 소리, 그들의 웃음 섞인 대화 소리. 그들의 행복 담긴 소음은 나를 더 깊은 어둠 속에 가둔다.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고 불쾌감이 밀려온다.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재빨리 이어폰을 끼고 음악 소리를 높인다.      


 계속되는 불안함에 약을 먹고자 방 밖으로 나갔다. 너무 따뜻해 땀까지 나는 나의 좁고 어두운 방과는 달리 내 방을 제외한 집 안은 시원하고 쾌적하다. 엄마가 나에게 말을 건넨다.

“목걸이 못 봤니?”

나는 짧게 대답한다.

“아니.”

그러자 엄마는 다급함이 느껴지는 혼잣말을 한다.

“대체 그게 어디로 간 거야?”

이어 아빠의 굵직하고 걸걸한 목소리도 들려온다.

“이곳저곳 제대로 찾아봐. 안방에 있는 거 아니야?”

별 거 아닌 그들의 일상 대화가 나의 마음을 타들어가게 한다. 나는 목구멍에 걸려있는 알약을 무시하고 아무것에도 시선을 두지 않으려 기를 쓰며 또다시 빠르게 내 방으로 들어간다.   

   

 오늘도 무의식에 다짐했다. 반드시 이 편안한 감옥에서 나오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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