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릴리 Aug 24. 2021

엄마도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



© timkraaijvanger, 출처 Pixabay




아이들이 성장한다는 것은 몸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정신도 커진다는 말이다.


아이들이 성장할수록 나의 마음도 점점 성장해야 하는데, 내 마음은 아직도 아이들이 나의 도움이 없으면 안 되는 아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요즘 나와 아이들 간의 문제였다.


남편과 내가 외출하려고 하면 "엄마 아빠 다녀오세요."라고 얘기할 수 있을 때가 왔는데도, 직접 아이들을 두고 외출을 했으면서도 왜 난 아직도 아이들을 아기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존재고, 인정받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예전만큼의 인정이 아니어서 마음이 섭섭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런 섭섭함을 표현했는데도 아이들의 단순한 말 한마디 '응'에 상처받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아이들은 엄마 아빠라는 둥지를 들락날락하며 점점 성장한다.

점점 둥지 떠나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언제까지 엄마 아빠의 둥지에 아이들이 살고 있을 수는 없다.

그들을 바깥세상은 위험하다며 꼭 붙들고 있는 것은 그들에게 필요 없는 일이다.

둥지 밖은 어떤 세상이며, 둥지 밖의 규칙을 미리 알려주고 대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엄마 난 커서 결혼 안 할 거야.
왜?
계속 엄마랑 같이 살고 싶으니까.





나꿍이의 이 말에 엄마는 행복했고, 그 상황을 머릿속에 간직했다.

나중에는 이 말을 서로 안 지키길 원할 테니까.

아직은 내 마음이 덜 성장했나 보다.







아이들 때문에 화가 났다.

처음으로 "오늘 저녁은 밥 안 할 거야!"라고 말하곤 책을 챙겨 방으로 확 들어와서 누워버렸다.

아이들이 '엄마 잘못했어요'라고 얘기하며 방으로 바로 들어올 줄 알았는데 소식이 없다.

귀 기울여 밖에 어떤 일이 있는지 들어보니

방금 전까지도 입이 툭 튀어나와 서로 삐져있던 아이들이 웃고 있다.

자기들끼리 저녁을 살아낼 방법을 찾고 있다.

"누나, 지금 붕어빵(과자 이름) 4개 있고, xx칩도 있어."

그리고 과자 뜯는 소리

나중에 방을 나와보니 아이스크림도 먹고..

나름 자기들끼리 요기를 했다. 나 빼놓고.




다시 아까 화났던 상황을 되새겨봤다.

생각해 보니 아이들이 잘못한 게 없었다.

나의 예상에 완전 빗난 행동이라 화가 났다. 그 행동은 평소 아이들이 자주 하는 행동이었는데..

아이들이 내 예상에 꼭 맞게 행동하라는 그 무엇도 없는데.

나의 마음이 아이들에게 화가 좀 나 있으니 그 행동으로 터진 것이었나 보다.



아이들은 점점 성장하는데

엄마는 하나도 성장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다.




아이들을 불렀다.

아이들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총총총 다가온다.

엄마가 ~~해서 ~~했다고, 엄마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아이들이 나에게 사과를 한다.

잘못은 내가 했는데.





내가 나빴다.

나 혼자 외출하고 싶을 때는 아이들이 얼른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엄마로서 인정받고 싶을 땐 아이들이 안 크고 엄마만 바라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문제는 내가 그렇게 이중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가 오늘은 어떤 면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계속 헷갈렸을 것이다.



엄마가 성장해야 한다.

내가 성장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초딩의 경험은 유도한다? 원하는 것만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