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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Oct 25. 2021

현재를 느끼고, 행복을 찾는 너의 결정을 응원한다


© regina_zulauf, 출처 Pixabay


엄마 저 요즘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해요.

달콤한 미래를 위해 다른 즐길 여유도 없이 마구마구 달려왔었는데요.

어느 순간이 되니 그 달콤한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제가 이 순간을 너무 부족하다 느끼고,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게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저를 붙잡고 있는 저를 놓았어요.

그냥 현실을 느끼려고 노력했어요.

고요하니 주변이 보이고, 아이들의 표정이 보이고, 우리 집이 보이고 제가 보이더라고요.




릴리야.

엄마가 딱 네 나이일 때 얘길 해줄게.

그때 엄마는 정말 잘 나가고 있었어.

내가 유능한 사람이란 것을 여러 기회를 통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었고,

40도 되기 전에 아파트를 여러 개 가지고 있었고

그걸 한 번에 다 팔아 비싼 집을 사기도 했지.

아이들은 예쁘게 잘 크고 있었고, 언제든 내가 직업에 매진하려고 하면 친정엄마가 아이들을 돌봐주시니 참 좋은 상황이었지.

'지금 좀 더 열심히 하면 더 내가 커 있겠지. 지금 더 달리면 내가 더 유명한 사람이 되어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달리고 있었지.

그때 아빠와의 사이가 안 좋아진 거야.

내 눈에 내 손에 가득 쥐었던 모든 것들이 손 사이로 스르륵 빠져나가는 것이 눈에 보이더라.

내가 그렇게도 애써 지키고 싶어 했고, 애써 가지고 싶어 했던 모든 것들이

결국은 손에 잡히기 힘든 고운 모래였다는 것을,

고운 모래를 꼭 움켜잡아야만 그 모래를 꼭 잡을 수 있는데,

내 손의 힘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바로 스르륵 흩어질 뿐인 보잘것없는 것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됐어.

미래를 위해 쌓아 왔던 모래는 지금 나의 행복이 무너지는 순간 흩어질 수 있는 불안정한 것이란 거.

아무리 먼 미래가 소중하고 능력 향상, 승진이 소중할지언정

지금 나와 가족을 내팽개칠 만큼 먼 미래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지.

물론 그 이후 아빠와 사이가 좋아졌고, 엄마는 일에 다시 매진했지만

그때 그 경험으로 엄마가 세상을 대하는 시각과 자세는 많이 달라졌단다.

릴리야.

먼 미래, 밝은 미래를 위해 네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야.

하지만 지금 당장의 행복을 가치 없이 대할 만큼 밝은 미래가 소중한 것은 아니야.

지금 너의 행복이 쌓여 더욱 행복한 미래가 될 수 있는 것이고, 지금이 미래의 연결이니

현재를 열심히 느끼고, 현재의 행복을 찾는 너의 결정을 응원한다.

넌 참 잘하고 있어.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

잠시 네비를 보고 잘못 길을 들어서는 바람에 차에서 엄마와 긴 시간을 함께 있었다.

차라는 공간 덕분에 대화를 흩트리는 산만한 것 없이

온전히 사람 대 사람, 엄마와 딸의 관계로 오래도록 대화할 수 있어 참 좋았다.

엄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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