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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Jul 23. 2021

죽음이란 관계의 단절이었구나.



© kellysikkema, 출처 Unsplash


며칠 전 장례식장에 다녀온 남편을 보며


난 언제 죽을까

어떻게 죽는 것이 좋을까 

언젠가는 사람이 죽으니까 별 고통없이 내가 정한 날 그냥 죽으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내 목숨이니까. 



어제 아빠의 건강검진 결과가 좋지 않다는 얘길 들었다.

그냥 별 일아니겠거니 '괜찮을 거에요~'라고 말했는데 아침에 엄마가 심각한 말을 톡으로 하신다. 

(엄마는 일삼아 걱정 하시는 분이다 ㅡㅡ;;;)


아직은 검사 전이고, 잘 모르니 벌써부터 걱정은 안하고 싶은데... 엄마의 톡을 보고 나니 마음이 계속 무겁다.



내가 이 세상을 바이바이할 때를 생각할 땐 두고갈 우리 아이들이 걱정이었지 언제든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지극히 당연하게 이 세상에서 내가 해야할 일이 끝났으니 가야할 때가 되었구나라고 받아들일 것 같았다.

그러니 주변 사람들에게도 쉽게 '내가 죽으면 시신 기증해줘'라고 얘기했겠지.


그런데 아빠를 걱정하고 있으니 아빠와 이별할 생각을 하고 있다.

아빠는 마치 내가 나의 죽음을 얘기하는 것처럼 '아프면 죽지'라고 웃으며 얘기하신다. 


좋은 아빠였나 안 좋은 아빠였나 판단할 필요가 없다.

그저 우리 아빠였고, 아빠의 사랑이 나를 여기까지 성장하게 했기에 그저 아빠라는 존재 자체가 나에게는 소중하다.



죽음이라는 것이 

우리의 인연이 여기서 끝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며

앞으로 웃고, 짜증내고, 말하는 아빠의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을 못박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구나.

내 목숨이 내 것이 아닌 이유가 관계였구나..





난 마음이 어둡고, 힘들때만 성당에 간다.

오래도록 성당에 가지 않았다.

성당에 가야겠다.

나를 위해서. 소중한 나의 아빠를 위해서.








** 아오.... 나도 엄마 닮았나보다. 그게 젤 걱정이다 

** 우리 아빠

https://brunch.co.kr/@crom7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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