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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Jan 10. 2022

소소한 행복이란. 일상의 행복이란.


금,토요일 체력적으로 참 힘들었습니다.

일요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지요.



© kalvisuals, 출처 Unsplash





아침 6시 아침미사 


알람이 울립니다.

고민합니다.

그래도 가야지...라는 생각에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섭니다.

걸어서 10분 남짓 걸리는 성당에 갑니다.

근래 다시 다니기 시작한 성당은 요즘 퍽이나 소중한 존재라.. 갈때마다 행복했었는데..

어제따라 참 힘들었습니다.

너무 피곤했나봅니다.




아침 7시 30분 아침식사 - 샐러드빵, 커피, 과일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은 이미 깨어있네요.

전 다시 침대에 누웠습니다.

잠을 또 잤어요. 



아침 9시.


"엄마, 언제까지 누워있을거야?"

"아빠, 언제 일어날거야?"

주섬주섬 일어나서 샐러드빵을 만들어 커피와 함께 먹었습니다.





아침 11시 산책


설거지를 마치니 벌써 11시네요!

헐.

더이상 차도 타기 싫은데.. 집에 있기는 싫어요.

비꿍이랑 외출준비를 합니다.

역시나 아이들은 외출이 싫다고 하고요. 

반납할 도서관 책을 챙겨 집을 나섭니다.

도서관까지 거리는 2km정도로 도보 30분 거리입니다.

둘이서 열심히 걸어갑니다.

반납만 합니다. 


집쪽으로 걸으면서 의논을 시작하죠.

'점심을 무엇을 먹을 것인가.'


방금 아침을 먹고 바로 출발했으니 식당을 봐도 감흥이 없습니다. 

포장해서 갈 만한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컨셉을 드디어 정했습니다.

근래 자주 가는 '백합칼국수'의 메뉴를 그대로 재현해보기로 합니다.

백합칼국수와 파전을 만들자!

필요한 재료는 '백합'과 '낙지', '칼국수면' 입니다.

30분 정도 걸으면 집이었겠지만 집을 지나쳐 농수산물 시장으로 갑니다.

단골 아줌마를 찾아 백합과 낙지를 삽니다.

고등어와 오징어도 샀어요.

이제 비꿍이의 손도 무겁고 제손도 조금 무거워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옵니다.





1시 30분 점심 - 백합칼국수 재현하기 : 백합칼국수, 낙지파전 


비꿍이는 사온 낙지, 고등어, 오징어를 씻고 손질하고요

저는 파전 재료를 준비합니다.


인덕션 위

한쪽엔 다시마를 담그고, 백합을 넣고, 다진 마늘을 무지하게 넣고 끓이기 시작합니다.

백합칼국수 레시피를 검색해보니 백합은 차가운 물에서부터 넣고 끓여야 맛있다고 하더라구요.

다른 한쪽엔 낙지를 데칠 물을 끓입니다. 낙지는 데쳐서 아주 잘게 잘라 파전 위에 뿌릴 예정입니다.

백합칼국수 집을 그대로 재현하려면 낙지 잘게 자른 건 꼭 필요하니까요.


파전 재료도 대충 완성이 되었고 백합 냄비를 보니 이제 입을 벌리기 시작합니다.

원래는 백합을 건져내고 건져낸 것도 이따가 칼국수와 함께 파전과 함께 먹을 계획이었는데

비꿍이를 쳐다보니 마음이 통했습니다.


아이들을 불러 먼저 백합을 먹자.

백합 먹고 난 뒤에 칼국수를 끓이면서 파전을 구워도 늦지 않아!!

너무도 맛있습니다!!!!

백합을 30마리 정도 먹고 나니 이제 칼국수 욕심이 납니다.

흠.... 아직 파전을 올리지도 않았는데... 칼국수 면을 넣고 또 끓이기 시작합니다.

파전 욕심이 난 저는 그 사이 얼른 낙지를 자르고 파전을 굽기 시작하죠.

파전도 똑같이 되었습니다.

칼국수도 완성되었고요.

이거이거 우리 팔아도 되겠는데? 감탄하며  먹습니다. 


설거지를 하고 나니 아까 씻어둔 고등어와 오징어가 방긋 웃고 있네요.

압축포장해서 냉동실에 얼려둡니다.

설거지를 합니다.




4시 비꿍이는 환수, 나는 빨래정리


산책하고 칼국수, 파전을 만들어먹고 설거지했을 뿐인데 벌써 4시입니다. 

비꿍이는 거북이 수조 환수를 하고요.

저는 빨래를 개키기 시작합니다.




6시 저녁준비 


비꿍이가 또 배가 고프다네요???

밥을 또 하기 시작합니다.

아까 사온 고등어를 오븐에 넣고 10분 굽고, 국도 끓입니다.




7시 30분 발바닥이 아프다.


드디어 설거지까지 끝났습니다.

하루종일 무엇을 했는지 이제 발바닥이 아픕니다.

책을 갖고 침대에 좀 누워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누웠는데..


눈을 뜨니 2시 30분 입니다.


© olianayda, 출처 Unsplash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군요.

어제 하루를 생각해보았습니다.

하루종일 밥하고 설거지하고 잠시 산책하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잠만 잔 하루인데...



저에게 그렇게 행복했던 하루였던 거에요.

별거 안했는데도 

산책하면서도 마음껏 걷고 웃고 이야기하고

장보면서 함께 얘기하고

밥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간을 맞추고 맛있다고 칭찬받으며 먹고

빨래정리하면서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또 저녁을 먹고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고..


온전히 우리만 바라보고 우리만 느꼈던 하루였던 거에요.


생각해보니 비꿍이와 저만 있을 때, 연애할 때에도 그랬어요.

그땐 경제적으로 지금처럼 여유롭지도 않았고, 원룸에 살고 있었고요.

마음만은 자유로워서 둘이 별 곳을 다 돌아다니고 집에 돌아올 땐 소소하게 장을 봐서 집에 와서 요리하는게 주말의 일과였어요.

원룸이면 어떤가요.

주머니가 가벼우면 어떤가요.

그냥 둘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맛있게 둘이서 함께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재료 손질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끝도 없이 불평불만했다면 그런 상황이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참 행복했었습니다.




어제도 우리가 연애할 때처럼, 신혼때처럼 그런 하루여서 

돌이켜 생각해봐도 그리도 행복했었나봅니다.




근래 

결정해야할 일도 많고 

한없이 기다려야할일도 있고

걱정해야할 일도 있었습니다.


아직도 진행중이고요.


무엇을 위해 난 이렇게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했었습니다.

이제는 이런 소소한 행복을 위해서였음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제와 같은 소소한 행복을

아무렇지도 않게 누릴 수 있기 위함이었음을.


쫓기지 않고

걱정하지 않고

나의 시간을 내가 쓸 수 있는 하루를 위함이었음을.



아직은 멀었지만 어제를 생각하며 빠이팅해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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