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독서하는 아이 만들기?
드디어 까꿍이와 나꿍이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고민해왔던 것은
아이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되, 어떻게 아이를 유익한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책'만은 많이 읽기를
궁금한 것이 있으면 스스로 찾아볼 수 있는 '행동'을 가지기를
어떤 일이든 적극적으로 '도전'해보기를
우리아이들에게 바라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저는 참 답답한 엄마입니다.
"~학년이 되었으니 이제 ~~를 해야한다는 분들이 많아요."
라고 예쁘게 저에게 말씀해주시기도 하죠.
하지만
숙제의 늪에 빠져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지 못한 아이들의 생활이
저의 시각으로 보면 오히려 불안합니다.
의문없이 시키는대로 하고,
짜여진 계획표대로 비판없이 살아가고
공부하라 하니 공부하고
그것이 맞다고 단정지으니 맞는줄 아는 아이들의 미래가 오히려 불안하기만 한 겁니다.
까꿍이와 나꿍이를 키우는 엄마로, '어린이', '청소년'의 시기는
스스로 판단해보고 행동해보는 것을 도전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그들의 의견을 많이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지금도 그렇게 키우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큰 문제는 엄마의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는 아이들의 행동입니다.
엄마가 아무리 이런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엄마의 교육방법이 틀렸다면 아이들은 엄마의 교육철학대로 성장하지 않더라구요.
어느 순간 아이들이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고 판단하니 말로 시키게 되더라구요.
'책을 읽어라.'
'정리해라.'
난 좋은 엄마이고 싶은데, 제가 원하는 방향을 말로 하면 아이들이 툭툭 튀어나오고
아이들과의 관계가 안 좋아지고.. 잔소리로 느끼고...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대로 아이들이 움직이지도 않고
그 상황이 저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그러면 또 아이들과의 관계가 안 좋아지고...
끝도 없는 쳇바퀴 같더라구요.
이 방법이 틀렸구나.
고민을 시작합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움직일까.
아이를 믿고 스스로 판단할 때까지 기다리자.
부모가 모범을 보이자.
환경을 만들어주자.
를 염두에 두고 실천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믿고 스스로 판단할 때까지 기다리자.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것이요. 언젠가는 스스로 판단하겠지...
(아직도 기다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정해진 플랜대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는데,
그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너무 조바심이 납니다.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놔두어도 될지 너무도 불안합니다.
거기다 지금 내가 하는 교육방법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은 훨씬 큽니다.
차라리 내가 행동할 수 있다면 당장 제가 움직이면 끝날 일인데,
제가 아닌 아이들이니 속이 터질 수밖에요.
눈을 꼭 감아보기로 했습니다. 대신 아이들이 잘 했을 땐 엄청난 칭찬 세례를 퍼부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숨과 인내의 시간이 지나갑니다.
속이 터집니다.
학교 갈 때에도 밥먹는 시간 말고는 옷입어라, 세수해라.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시간에 대해 생각하지 않다가 어느순간 시간을 생각하게 됩니다.
각자의 생활리듬대로, 순서대로 정해서 학교갈 준비를 시작합니다.
영어학원 숙제도 아침에 눈뜨면 대충 눈뜬채로 컴퓨터를 켜고 하기 시작하더라구요.
(잠이 덜 깨서 해도 상관없는 과제들입니다)
학교숙제도 비록 시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꼭 다 하고 학교에 갑니다.
까꿍이는 미리 숙제를 다 해두고, 편안한 아침을 맞이하구요
나꿍이는... 휴... 학교 가기 직전 10분전에 학교 숙제를 시작해서 그래도 나가야 할 시간에 맞춰서 학교 출발합니다.
옷도 스스로 맞춰입기 시작했습니다.
가끔씩 엄마의 조언이 필요할 땐 스스로 엄마를 불러 도움을 구하기도 합니다.
제 눈엔 못 미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다.를 수없이 외쳐봅니다.
어느순간 등하교 시간이 참 편안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전 제 할일만 하면 되고,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할일을 하고.
부모가 모범을 보이자.
하지만 하교 후 아이들의 생활은 변화가 쉽지 않았습니다.
학교 마쳤다고 쉬고 싶어했고,
학원 마쳤으니 쉬고 싶어했고
언제나 놀이시간은 부족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무엇보다 그들의 엄마아빠는 TV도 보고싶었고, 맥주도 마시고 싶었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하루가 힘들었으니 TV보면서 맥주 마시고,
너희는 어린이니까, 책 읽어야 하는 나이니까, 책 읽으면 좋으니까, 책이 필요하니까 책 읽어라~~
라고 얘기하기엔 제 양심이 너무 찔립니다. 그냥 같이 TV를 봤어요. 이건 아닌데.. 생각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래도 제 머릿속 제가 원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독서하며 깔깔대며 웃는 아이들의 모습인데요..
아무래도 엄마아빠가 모범을 보여야만 할 것 같습니다.
과감히 쉬고싶어하는 비꿍이에게 책을 주었습니다.
어릴때에도 책을 안 보고 살았고,
국어영역 문학도 원문 전체를 안 읽고 요약본을 읽으며 공부했다던 그에게
책을 읽으라고 책을 줬더니 30분 읽으면 잠이 잘 온다고 오히려 좋아합니다. ㅋㅋㅋㅋ
TV를 켜지 않으니 저도 책을 읽게 됩니다.
아이들은요?
엄마아빠가 읽으니 아이들이 읽기 시작했습니다.
환경을 만들어주자.
어느 순간되니 아이들이 집에 읽을 책이 없다고, 있는 책들은 재미가 없고, 다 읽었다는 둥의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정말정말 제가 기다렸던 순간입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갔습니다.
아이들에게 읽고 싶은 책을 모두 고르게 했지요.
우리 가족 모두 대출회원으로 등록하니 도서관 하나마다 20권의 책을 대출할 수 있었구요.
세 군데의 도서관에 등록하니 우리는 60권의 책을 빌릴 수 있게 되었어요.
책장의 한켠을 도서관에서 대출해온 책만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골라온 책이니 더욱 신이 납니다.
저녁이 되면 엄마아빠는 책을 읽고 아이들도 그들이 빌려온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엄마아빠가 늦잠을 잘 때에도 아이들은 스스로 거실로 와서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날.
나꿍이가 말합니다.
"엄마, 책이 TV보는 것처럼 재미있어!"
와우!
물론... 이 상황이 매일매일 벌어지는 것은 아니구요^^
항상 이런 것도 아니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TV프로가 하면 우리 모두 함께 보기도 하고
맥주가 마시고 싶으면 맥주를 마시고 아이들은 음료수를 마십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게임을 좋아하고, 항상 TV에 목마름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등교준비를 하고
시간이 다르고,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스스로 자신들의 과제를 하며
모든 일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에 이런 변화가 끝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확신하지는 못합니다.
앞으로 우리 가정의 환경이 많이 변화하기에 끝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직 다른 분들이 말씀하시는 사교육의 루트를 그대로 실행하고 있지 않기에 이 길이 맞는지 틀린지는 모릅니다.
또, 겉으로 보기에 아이들을 너무 내버려두는 것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계절에 맞춰 옷을 바꿔두지 않으면 그저 있는대로 맞춰입고 나가더라구요)
하지만 전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아이들의 인생은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아이들에게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이 제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아이들의 이러한 변화가 저에게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고 기다려야 할일은 산더미처럼 있고요.
오늘도 인내와 고난의 시간을 또 보내려고 합니다.
하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