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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Nov 01. 2024

외박의 날(feat.1박 2일 출장)

꼭 그랬어야만 했냐!!!!


이 교육이 이렇게 빡빡한 교육인 줄 몰랐다.

지친 몸을 질질 끌고 오는 퇴근시간 후 나의 피 같은 휴식시간을 무려 일주일에 한 번 줌에 접속해서 교육에 참여했어야 했다. 그것도 듣기만 하는 수업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내가 말도 하고 과제하고 과제실행하고 또 결과 공유하고..

그걸 무려 두 달 하고 난 뒤에!!

1박 2일 연수까지.. 있는 그런 교육.


이런 힘겨운 두 달을 보냈는데 1박 2일 참여 안 할 수가 있나. 기어코 교육이수를 해야지.


바쁜 남편이 이날을 잊을까 걱정되어 두 달 전부터 말했었다

11월 1일은 1박 2일 연수니 꼭 그때 일찍 집에 와서 애들이랑 함께 있으라고.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오전 업무를 다 하고 바로 양평까지 날아와서

끝도 없는 교육에 교육에, 9시까지 눈 빠져라 수업을 들었다.



애들이 어떻게 밥먹는다는 자랑샷도 없고

아무 말이 없어 기분이 싸하긴 했다.

왜연락이 없지.



교육이 끝난 후 남편에게 전화했더니


응? 혀 꼬부라진 목소리?

응?

애들이랑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회식 중이란다.



"애들 밥은?"

"내 다 전화해 놨다."

전화하면 뭐 하니!!!




애들한테 바로 전화하니 라면 먹었단다. 컵라면 달랑 한 개.

하. 이 와중에 둘째는 아파서 기침하고 코 막히고..







내가 자주 1박 2일 연수하는 것도 아니고

애 낳고 처음으로 이런 교육 왔는데!!!!


꼭 이랬어야만 했냐!!!!!!!!


애들한테 전화하면 끝이냐!!!!!!








부모란 전화 떨렁 한 번 하고 마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부모란. 함께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함께 밥 먹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공. 감. 을 나누는 존재다.


그런 면에서 오늘 내 남편은 엄청 잘못한 거다.

본부장이고 머시고 모르겠다.

사회생활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지금 이 순간도 다시 안 오는 소중한 순간이다.

아이들이 아빠의 빈자리를 당연하게 여기는 순간이 온다면.

또 그것을 편안하게 느끼게 된다면 

그건 아빠가 잘못한 것이다.


전화 한 통 했다고?

그럼 그 빈자리가 메꿔지는 건 절대로 아니다.

그렇기에 부모가 어렵다고 하는 것이며

부모의 책임이 존재하는 것이다.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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