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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Nov 20. 2024

자기 살아있는 거지? 집에 오는 거지?

퇴근 후 집에서 쉬고 있었다. 속보를 접했다.


ㅇㅇ공장 3명 사망


아무 생각 없이 내용을 읽어본다. 그러다 눈이 멈췄다.

3명 중 남편과 같은 직장 사람이 2명 죽었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으로 시작하는 부서다.

거기다 나이도 비슷한 사람

남편은 가끔씩 갑자기 일이 생겨 나에게 말하지 않고 출장을 가는 경우가 있다.


설마 이 사람이 남편이면 어쩌지..?
아침에 나 늦잠 자느라 남편 얼굴도 못 봤는데?
남편이 요즘 회사 일 힘들다고 계속 말했었는데?



정신이 아득해져선 할 말을 잃었다.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1이 계속 없어지지 않는다.

요즘 남편이 바빠서 잘 확인을 못하니까...라고 계속 되뇌어도 마음속 불안함이 없어지지 않는다.


다시 속보를 자세히 읽어봤다.


휴.. 다행히 사망한 사람의 성이 우리 남편 성은 아니다...




하지만 말이다.

다행히 아니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의 가정은?

그 사람도 우리 남편처럼 아침에 힘겹게 일어나서 출근버스에 몸을 싣고 가던 그런 사람 아니었을까?

그 사람의 아이들은 아침에 아빠는 만났었을까?

아빠 잘 다녀오라고 인사는 했었을까?

아빠랑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 주고받았었을까?

앞으로 아빠와 함께하는 저녁시간이 다시는 없다는 사실을 그 아이들과 부인은 알고 있었을까?

앞으로 부인은 누구와 함께 힘든 일들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남편은 아니었지만 또 다른 남편이었고, 또 다른 아빠였다.


지금껏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힘겨운 시간을 보냈을지
내가 모르는 그 사람에 대한 슬픔이 몰려왔다.
이렇게 아이들과 부인과 헤어질 줄 알았으면 ~라도 할 텐데..



30분 후 남편이 퇴근한다는 연락이 왔다.

다행히 남편은 아니었다.



그들의 슬픔에 대해선.. 어느 정도의 공감도 그들에 비할 바가 아니란 것을 안다.


많이 슬픈 날이었다.

삶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었다.

미래를 위해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이 순간을 너무 헛되이 넘 노력하며 보내는 건 아닌지.

소중한 내 주변사람들을 오늘부터라도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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