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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리 Sep 20. 2022

복싱, 이 낯선 단어를 내가?

애키우던 아줌마의 복싱 도전기 

나름 여러 가지 운동을 해왔던 나에게도 낯선 단어였던 복싱


복싱이라고 하면 사각 링이 있는 지하 체육관에 어디선가 챔피언을 했다던 전직 복서의 사진과 챔피언 벨트가 걸려있고 

3분 카운터 벨 소리가 띵! 하고 울릴 것만 같은 그런 체육관이 떠올랐다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 하여 바람을 가르는 잽의 쉭쉭~ 거리는 영화도. 

동네 번화가에 있는 이런 체육관의 문 앞까지 갔다가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대다 돌아 나오는 길에 

우연히 어디서 많이 봤던 유치한 말장난의 이름과 비슷한 체육관 간판이 눈에 띄었다 


이름 때문에 그랬는지 생각보다 접근하기 어렵지 않았던 이곳은 내가 생각한 복싱장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체육관이었고 

나이 지긋한 복싱 챔피언이 아닌 체육관 유니폼을 입은 젊은 트레이너분이 자리하고 계셨다 


체육관은 복싱이 가능한 링과 많은 수의 샌드백, 일반 웨이트 운동이 가능한 공간,  유산소가 가능한 로잉머신과 심박 웨어러블로 내 운동량과 운동강도를 체크할 수 있는 컴퓨터, 인바디를 잴수 있는 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체계적이고 전문적이고 깔끔한 느낌

난 그 자리에서 바로 등록을 진행하고 그게 지금의 3년 이상의 인연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일주일 뒤부터 운동을 하기로 하고 걸어 나오는 그 걸음이 둥둥 떠서 걷는 것 같았다 



아이를 낳기 바로 전까지도 쉬지 않고 일을 했던 나는 너무 빠른 복귀를 원하는 회사와 

갓난아기를 어딘가에 맡겨야 하는 불안함 사이에서 끝까지 많은 고민을 하다가 아이를 돌보기로 결정을 했다 

한 팀을 이뤄서 환상의 팀워크을 보여줘야 하는 신랑과는 오히려 라이벌처럼 서로 이기려고 이를 악물었고 

하루 종일 말 못하는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내 머릿속을 피폐하게 만들었나 보다 

우울함과 무력감의 절정에서 갑자기 결정해버린 이 충동적인 선택이 무언가 일탈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것만으로도 현재의 반복되던 날들이 한순간 설렘으로 바뀌는 것을 참 오랜만에 느껴봤다 


첫 시작은 모두 그렇듯 몇 년을 쉬다가 그것도 처음 해보는 종목으로 시작하려니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여 몇일 전부터 잔뜩 긴장이 된 채로 지냈던 것 같다

야무지게 구색 맞추는 걸 좋아하기에 운동복부터 운동화, 보호대, 가방까지 새로운 마음으로 장만하고서 나의 새로운 운동 시작을 기다렸다 



이렇게 시작하게 된 첫 복싱의 스텝이 생각난다 

아직 내 손에 길이 들지 않은 글러브를 어색하게 끼우고 어설픈 가드를 세우고

박자에 맞춰 알려주는 대로 스텝을 뛰었다 

익숙하지 않은 자세로 스텝을 뛰다 보니 얼마 되지 않아 숨이 차고 힘든 것은 물론 

평소 잘 쓰지 않던 종아리 근육이 너무 당기고 아팠다 

내가 이렇게 저질 체력이었나, 나름 운동을 해왔다던 내 몸뚱어리가  이 정도였나를 크게 느끼고서 하루하루 적응해 나가는 시간들을 보냈다



운동은 무엇보다 하면서 즐거워야 하는 것 

재미있어서 더 배우고 싶고 계속하고 싶은 운동을 만난다는 것도 큰 행운이다

가끔은 귀찮기도 하고 게을러지고 싶은 날도 있지만 즐거움이 있으니 나를 계속할 수 있도록 북돋아 주는 것 같다

생각지도 않았던 복싱을 만난 것은 나에게 온 큰 행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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