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쉬리 Oct 07. 2022

빠르게 하려는 욕심

애키우던 아줌마의 복싱도전기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는 속도와 정확도 


두 가지가 자연스럽게 완벽해져야 최고의 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복싱을 배워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도 모르게 정확도에 대한 욕심보다는 속도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수업에 들어가면 처음 단계로 기초 레벨부터 숙련된 높은 레벨의 사람들까지 한데 섞여서 한 타임에 운동을 같이 하게 되는데

마주 보고 2열로 선 사람들을 트레이너가 지그재그로 오가며 미트를 대준다 

레벨이 섞여 있다 보니 어떤 사람은 트레이너가 말하는 기술을 느린 속도로 천천히 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아주 능숙하고 빠른 속도로 미트를 친다 


조금씩 능숙해지고 실력이 늘어가면 복싱의 기본이 되는 기술은 이미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속도를 점점 더 높여가게 되는데 이때가 가장 자세의 흐트러짐이 나오기 쉽다 

그러기 때문에 지루할 수도 있는 워밍업의 기본 기술 연습을 꾸준히 반복해야 하고 매일 빼먹지 않아야 한다 


'어느 복싱장에 갔더니 복싱 기술을 안 가르쳐주고 줄넘기만 시키더라.'

'원투 원투 하는 기본 기술만 몇 달을 시키더라.'

하는 말들이 왜 나왔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내 몸에 자동 반사처럼 나오도록 기술들을 익혀 놓아도 속도를 올리거나 1 대 1 미트를 하다 보면 마음이 급해 흐트러지는 게 자세와 정확도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사실은 우리도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기초 레벨 일 때는 높은 레벨의 사람들이 기본 동작을 하는 속도도 너무 빠르고 멋있어 보이고 

연달아서 미트를 치다 보면 빨라진 박자에 맞춰 같이 쳐보려다 잘 안되어 트레이너들이 내가 높은 레벨의 빠른 속도를 따라가지 않도록 자제를 시키곤 했었다 


나도 빨리 저렇게 실력이 늘었으면.. 하면서 부러워하며 곁눈질로 많이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제 내가 높은 레벨이 되니 낮은 레벨의 사람들이 내가 미트치는 속도를 보며 감탄을 하는 것도, 

간혹은 직접 와서 정말 잘하시더라. 멋지다 하며 말하는 것도 뿌듯하고 즐기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정확도보다는 긴 콤보나 1 대 1 미트때의 기술을 빨리 쳐 내는데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오랜만에 핸드폰으로 내가 샌드백을 치는 영상을 직접 찍어보았을 때였다

익숙한 기술들, 긴 콤보들을 문제없이 잘 치며 능숙하게 했다고 생각하고 뿌듯하게 영상을 돌려본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펀치의 각도나 강약 조절, 파워까지도 내가 생각했던 멋있는 복싱과는 거리가 멀게 보였다 

속도에만 급급해 가장 기초가 되는 자세와 정확도가 많이 흐트러져 있었고, 

객관적인 나의 복싱 모습을 평소에 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나도 몰랐던 모습을 영상을 통해 알게 되었다 


색다른 충격과 함께 운동이 끝나고 한참 동안 거울과 샌드백에서 개인 복싱 운동을 했다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도 중요함을 느끼며 뻔한 얘기지만 기본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다


이 기회로 다시 한번 루즈해진 내 복싱에 새로운 욕심이 생기는 듯하다 

기초와 기본을 늘 마음에 명심하고 앞서 나가지 않도록 다짐을 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복싱도 똑같다, 다양한 사람을 겪어보아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