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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리 Nov 20. 2022

갑자기 들어온 공격을 피하는게 고수지

애키우던 아줌마의 복싱 도전기

복싱에선 공격만큼 중요한 것이 잘 피하는 것과 방어일 것이다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는 기본 스탭(풋워크)과 가드를 세우는 것을 배운다 

양손을 눈높이에 올리고 오른손은 턱을 보호하며 45도로 튼 발로 가볍게 스탭을 뛰어준다 

당연히 처음에는 어떤 자세든 어색하고 뻣뻣하기 마련이지만 반복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러워진다

이것만으로도 종아리가 얼마나 당기는지 모른다 

시작과 끝에 종아리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주지 않으면 일상생활을 하며 걷는 데에도 통증이 심할 정도이다


이제는 좀 익숙해지고 나니 근육도 단련이 된 건지 운동 후의 통증은 전보다 심하지 않다 

다음에는 잽, 원투, 원투 원투, 훅, 어퍼, 바디 등의 공격 기술을 차례로 배우게 된다 

왼손을 가볍게 던져 치는 펀치인 잽을 기본으로 체중을 실어 치는 투(스트레이트), 옆으로 돌려치는 훅, 아래에서 올려치는 어퍼, 몸통을 노리는 바디까지. 

스탭과 함께 복압에 힘을 주며 체중을 실어 펀치를 치는것을 반복하여 1 대 1 미트를 할 때에 트레이너의 입에서 나오는 기술을 시간차 없이 바로 칠 수 있을 때까지 훈련을 한다 


기본이 되는 공격 기술을 지겨울만큼 반복하고 익숙해지고 나면 다음 단계인 방어 기술로 넘어가게 된다 

방어는 크게 스탭을 이용해서 상대방의 공격을 피하는 것, 제자리에서 피해 주는 것, 가드로 상대방의 공격을 막는 것이 있다 


트레이너가 갑자기 내 몸 가까이 오거나 방향을 틀 때 그것에 맞춰 스탭을 옮겨 간격을 유지하고 내 몸의 방향을 트는 것도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제자리에서 상대방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하는 방어 기술에는 가드, 커팅, 더킹, 위빙, 스웨이 등이 있는데 보통 방어 기술 이후에 바로 공격 기술이 연결되어 나오는것을 함께 연습한다


예를 들어 커팅-투(스트레이트), 더킹-어퍼처럼 방어 기술과 공격 기술이 바로 함께 나오는 것이다 

트레이너와 1 대 1 미트를 할 때에 트레이너가 말하는 공격, 방어 기술을 미트에 바로 치는 건 조금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편은 아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 말 없이 갑자기 공격이 들어왔을 때 그것을 순식간에 막거나 피하고 바로 다음 공격을 이어가는 것이다 

복싱을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도달하고 싶은 경지가 그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것까지 익숙하고 편안하게 대응이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 복싱을 한다 말할 수 있는 수준이 된것이다  


트레이너가 말로 '더킹-어퍼'를 하면 시간차 없이 바로 미트를 칠 수 있는데도,

말없이 나에게 공격을 찔러 들어와서 내가 순간적인 판단으로 더킹을 해서 피하고 어퍼로 공격이 들어가는 것은 같은 행동인데도 불구하고 몇 배가 더 어렵다 


방어-공격을 연결하는 기술 훈련을 했던 초반에는 시간차가 발생했다 

공격이 들어오면 1초 정도의 버퍼링이 있고 그 후에 방어 기술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몸이 반응하는 데 시간이 걸려서 실제 스파링 중이었다면 아찔할 정도로 제대로 맞았을 것이다 

도대체 저걸 어떻게 알고 순식간에 반응을 할 수 있을까 답답한 마음이 컸지만 

무엇이든 반복과 연습 훈련을 하면 능숙해진다고 이제는 상대방의 공격에 반응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트레이너 선생님들 중에도 실제 복싱 선수를 했던 분들은 우리가 마음먹고 한 대만 쳐보려고 해도 그걸 전부 피해낸다 

아직 그만큼은 하지 못해도 자연스러운 스탭과 방어 그리고 그 후에 공격까지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되어 전보다 실력이 많이 올라온 것 같아서 조금은 뿌듯한 마음이 든다 


그 정도까지는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것들이 긴 시간 꾸준한 집중과 반복 연습으로 능숙해지는 걸 몸소 겪으면서 하면 노력하면 할 수 있구나, 포기할 건 없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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