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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 Ception Jan 25. 2021

좋은 마술 선생님이 된다는 것

마술을 배우는 학생들과 가르치는 선생들을 위한 책

마술을 가르치는 책은 많았지만, 마술을 가르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은 없었습니다. 유진 버거의 〈Teaching Magic〉은 바로 이 때문에 나오게 된 책입니다.    

- 루카스퍼블리케이션〈티칭 매직〉상세 설명에서 인용


마술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이 질문은 내가 군생활을 하던 중 갑작스레 찾아왔다. 선임 한 명이 마술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문제는 내가 이전까지 마술의 방법을 알려준 적은 있어도 가르쳐본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나 자신 또한 선생님 없이 독학으로 DVD나 영상을 통해 마술을 습득해왔고, 솔직히 말하면 방법만 알고 영상을 끄기 일수였다. 


그러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마술도 잘 보여주는 마술사와 그렇지 못한 마술사가 있다. 피아노의 건반을 누를 수 있다고 곡을 연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마술도 하는 방법을 넘어 잘 보여주는 것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물론, 마술을 잘 보여주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강의는 앞서 언급한 DVD나 영상 속에도 들어있고 다양한 마술 서적에도 이러한 내용이 다뤄지고 있다. 


〈티칭 매직〉은 거기에 더해 마술을 가르치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이 마술이라는 분야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다. 이어지는 글을 통해〈티칭 매직〉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임과 동시에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좋은 선생님의 역할


마술을 가르치는 것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과는 다르다. 직접 해봐야만 아는 무언가가 있다. 나에게 꼭 맞는 것이 상대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사례를 이야기하며 저자는 좋은 선생님이란 학생의 본질적인 모습과 가능성을 파악하여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모습과 가능성을 깨닫고 그것을 아낌없이 드러낼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관점은 내가 뭔가를 가르치는 것에 대한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뀌게 만들었다. 이전에는 내가 경험한 것이 옳다고 믿으며 나의 관점을 강요했다면 지금은 상대방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하며 그 사람 속에서 답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다시 말해, 상대방이 스스로에게 맞는 답을 찾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직접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르침의 자세는 2017~2018년 동아리 정기공연 감독을 맡아 동아리원 각자의 공연을 피드백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상대에게서 답을 찾아나가기에 답을 찾은 당사자도 확신을 갖고 공연에 임할 수 있었고 불필요한 의견 충돌을 상당수 줄여주었다. 또한, 피드백을 주는 나 자신도 공연자를 더 잘 이해하게 되어 공연의 방향성에 맞게 공연자의 액트를 잘 조율할 수 있었다.




2. 연습과 리허설의 차이


부끄럽지만 나는 연습과 리허설의 차이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연습은 일상생활에서 하는 것, 리허설은 공연장에서 공연하기 전 하는 연습이라고 말이다. 저자 또한 자신의 일화를 밝히며 이 둘의 차이와 중요성을 몰랐다고 저술하며 후에 이어진 이야기가 연습과 리허설에 대한 나의 시각을 완전히 바꿔주었다.


리허설은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진짜 공연처럼 진행하는 연습이다. 단순히 연습을 공연장에서 해보는 것이 아닌, 복장과 도구를 모두 갖추고 자신이 이야기할 대사와 관객의 반응을 예상하며 모든 것을 실제 공연처럼 해야 한다. 덕분에 리허설 동안 실제 공연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돌발상황과 실수와 마주하게 된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리허설은 멈추지 않고 이어진다. 실제 공연도 그러할 것이기에. 이를 토대로 공연자가 실제 상황에서만 겪을 수 있는 돌발상황에 따른 대처 방법과 그것을 자연스럽게 이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리허설을 통해 이런 것을 당사자가 미리 경험하고 고민하여 대비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경험한 예시를 한 가지 들어보고자 한다. 무대에서는 조명이 마술사를 비추고 있는데 이 조명이 생각보다 밝다. 그렇기에 암전인 상태에서 조명이 켜지면 눈이 부시어 눈을 찌푸리는 게 되는 경우가 있다. 관객이 보기에 좋아 보이는 모습은 아닐 것 같다. 공연에서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조명이 켜지기 전에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옆을 보고 있다가 조명이 켜지면 고개를 돌려 인사를 한 뒤에 시작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티칭 매직〉은 좋은 마술도 알려주지만, 그 내용이 주된 책은 아니다.


좋은 마술이 무엇인지,

마술을 잘 보여준다는 것이 무엇인지,

마술을 잘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마술을 잘하고 싶은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다루는 책이다.


책은 4부로 나뉘어있는데,

1부에서는 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담겨있다.

2부에서는 저자가 다양한 매체에 기고해 온 에세이가 담겨있는데 하나하나 정말 깊은 통찰이 돋보인다.

3부에서는 이제까지 출판되지 않은 저자의 마술 7가지를 배울 수 있다.

4부에서는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무언가를 잘하는 것과 그것을 가르치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그리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을 통해 한 분야에 대해서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도 이미 자명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마술사가 되는 것을 넘어 마술을 이해하고 가르치는 것에 대한 저자의 깊이 있는 식견을 공유하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1.〈티칭 매직〉은 〈루카스퍼블리케이션〉에서 출판한 번역서다.

https://lukaspublications.co.kr/product/teachingmag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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