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과 역량, 어떻게 다른가
# 사례.1
평소에 문자를 선호하는 친구들과 달리 통화하는 것을 더 좋아했고 다툴 일도 통화하면서 화해할 정도였는데 회사에서는 내 자리의 전화벨이 울리는 것 자체가 두렵다.
업무 때문에 전화해야 하는데 잘할 수 있을까 싶은 걱정만 앞선다.
# 사례.2
학교 다닐 때 리포트나 연구과제는 곧잘 했다. 교수님의 과제가 떨어지면 자료 확보와 참고문헌을 통해 가장 먼저 제출했다. 연구과제 발표도 온라인, SNS 채널 외 선배들의 도움까지 받아 늘 후배들에게 추천되는 결과물을 제출할 정도였는데 도대체 회사에서 기획안이나 보고서는 어떻게 쓰는지, 하다못해 회의내용을 정리하는 것도 막막하기만 하다.
위의 두 가지 사례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 갭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개인과 조직의 차이고 공부머리와 일머리의 차이다.
사례. 1의 경우, 전화 통화로 소통을 잘하는 것은 능력일 수도 있다. 다만 조직 내에서 전화 대응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능력 이상의 것이 요구된다. 전화 에티켓이나 업무 관련 이슈나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부분도 있겠지만 자신의 호불호나 이해관계에 의한 통화가 아닌 부서나 자신의 과업을 연계한 통합적인 사고와 언어습관이 자리매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례. 2의 경우도 기본적인 자료조사나 취합, 문서작성력은 일정 능력이 있다고 보인다.
그것이 조직에서 통용되는 기획안이나 보고서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작성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보고와 전파, 의사결정을 위한 조직 내 소통 차원의 문서기획 및 구성능력이 뒤따라야 한다. 능력과 다른 역량인 것이다.
‘국립국어원’의 ‘묻고 답하기’에 따르면 능력(能力)'의 기본적인 의미는 '일을 감당해 낼 수 있는 힘'이며, '역량(力量)'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고 적시했다.
‘네이버사전’에서도 능력은 ‘일을 감당해낼 수 있는 힘’이고 역량은 ‘힘의 크기’(힘의 분량)라고 구분하고 있다.
이 정의들을 의역해보는 개념으로 풀이해보면 ‘능력’은 살아가면서 대응하고 반응하고 처리 또는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개별적인 힘이라면 ‘역량’은 그 능력들을 조합, 활용, 응용 발전시켜감으로써 향상되는 종합적인 일처리 능력이라고 규정하고 싶다.
하나 더 덧붙여본다면 능력은 타고난 것이라면 역량은 지속 개발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좀 더 쉽게 사례로 풀어보자
이성 친구를 사귀어가는 과정을 보자
일반적으로 말을 참 재미있게 잘한다(능력1), 옷을 잘 입는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능력2), 오글거리지만 달달한 내용의 손편지를 자주 쓴다(능력3), 전국의 맛집 탐구나 데이트 명소 파악 등 정보력이 뛰어나다(능력4) 외에도 관계발전을 위한 다른 능력들도 더 필요할 것이다.
A라는 친구는 능력 1, 2는 자신 있지만 능력 3, 4는 약하다.
사귄 지 1년 기념 이벤트를 위해 재미난 컨셉으로 두 사람의 개성을 반영한 커플 티셔츠를 준비하고(능력.2) 그날의 의미를 각별하게 해줄 멘트를 준비한다.(능력.1) 감동 문구를 준비해서 친구 누나에게 예쁜 손편지를 부탁하고(능력.3), SNS를 통해 춘천 명동의 맛집을 검색한다(능력.4) 능력3과 4는 주변 자원이나 전문가를 발굴, 섭외하는 능력으로 대체한 것이다.
이렇게 아웃소싱하고(능력.3) 네트워킹(능력.4)하는 것을 포함한 자신의 능력들이 역량으로 발휘됨으로써 관계가 지속적으로 달달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사귀는 이성과 서로 좋을 때 말을 잘하는 것과 상대방이 화가 났거나 오해상황이 깊어졌을 때 대화를 통해 풀어가는 것은 들이는 능력과 노력의 차원이 전혀 다른 것이다. 전자가 능력이라면 후자는 역량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먼저 알아채고 챙겨주는 일은 정보력과 경제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방 생일선물을 준비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생일 며칠 전부터 상대방이 원하는 걸 자연스럽게 알아채는 능력, 그 선물을 마음에 들도록 포장하는 방법, 축하카드에 선물의 의미를 손글씨로 담아내는 능력, 그 선물을 극적인 순간에 전달하는 타이밍 등 다양한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 다시말해서 상대방에 대한 교감, 감정의 몰입,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 더불어 일관되고 진정성 있는 애정표시가 뒤따라야 한다. 이처럼 종합적으로 발휘되는 것을 ‘역량’이라고 하겠다.
이제 기업 조직으로 들어와 보면 역량은 비즈니스 가치를 구현해 갈 핵심역량, 조직역량으로 발전된다. 기업에서는 구성원들의 역량개발을 위해 흔히 핵심인재, 또는 우수성과자의 일처리 방식의 패턴화된 프로세스나 방법 등을 통해 핵심역량을 검출하기도 한다. 지식, 기술, 태도 등 눈에 보이는(혹은 측정이나 관찰 가능한) 영역과 보이지 않는 자질과 동기요인까지 포함해서 개발영역을 구분 지어 필요역량을 모델링 한다.
핵심인재라도 모든 것을 두루 잘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신 무엇보다도 자신의 강점과 능력은 분명히 파악하고 있다. 대체 불가한 고유의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나머지 업무수행 과정에서 요구되는 능력은 본인의 강점을 통해 응용, 확대하거나 타인과의 네트워킹 또는 내부 업무지원시스템을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사람들은 저마다 관심사와 흥미가 있기 마련이고 기질과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강점이나 능력도 천차만별이다. 사람과의 협업이나 소통을 통한 업무공조는 그래서 중요한 역량의 하나로 꼽힌다.
때문에 기업의 HR파트에서는 학습능력을 중요시한다. 보고 들으면서 배우는 인지학습을 넘어 자신이 직접 겪고, 부딪치고, 보완해서 다시 해보면서 배우는 체감학습 같은 것이다. 체감학습 능력이 앞으로도 중요한 역량이 될 수 있는 것은 개인이 특정상황에서 겪 고 터득한 학습 부분까지 인공지능 로봇이 대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 고유의 성향과 기질을 토대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노하우와 경력을 확장하고 적용해가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선수들 중 모든 포지션을 능숙히 해내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나 연기와 노래, MC를 넘나드는 다재다능한 예능인도 있지만 이들은 자신만의 탁월한 능력과 학습역량을 기반으로 유사분야로 응용하고 확대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이다. 응용과 연결, 폭과 넓이 등 외연의 확장이 역량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기업조직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핵심인재들도 그렇다.
조직에서 밀려날까봐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인재가 이직할까봐 기업이 더 붙잡고 케어하는 핵심인재들이다. 그들이 진짜 검증된 미래 비즈니스마스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