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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May 02. 2024

떠나는 날에

떠나는 날에

하루의 동선이 매일 거기서 거기지만 놀이터의 나무들과 상가에서 키우는 꽃들에게서 싱그러운 오월을 느낄 수 있는 요즘입니다. 매일 가는 공원의 꽃사과나무와 감나무, 그리고 작은 들꽃들이 더없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다니는 태권도 학원에서 공개 심사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몇 주 전부터 기다려온 아이들은 승진심사가 아니라 잔칫집에 가는 것처럼 홍조가 되어 도장으로 갔습니다. 엄마 아빠가 어렸을 때 들었던 '아빠의 청춘'을 개사해 율동을 하고 '너는 나의 에너지'라는 노래를 맞춰 춤을 추며 재롱을 부리는데 어찌나 예쁘고 사랑스럽던지 웃음이 절로 났습니다. 심사가 끝나고 나서 부모님이 아이들의 얼굴을 씻어주는 세안식도 하고 아이들이 부모님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도 했습니다. 작디작았던 손이 제법 야물어져서 발가락 사이사이를 지나다니며 물로 씻기고 안마도 해주는 걸 보니 언제 이렇게 컸나라는 생각과 그새 이렇게 자랐구나 하는 감격스러운 마음이 한꺼번에 몰려왔습니다.


손도 크고 발도 부쩍 크더니 요즘은 마음도 한 뼘씩 더 자라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생각과 행동이 어른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커가면서 여행 가는 걸 더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내일은 바닷가로 떠날 예정입니다. 파도가 저만치 밀려간 곳, 바다의 텃밭에서 조개도 잡고 꽃게도 잡으며 아이들을 위한 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더 예뻐지는 아이들이 너무 빨리 자라 버리는 것 같아 더 많이 떠나고, 더 많이 추억을 쌓고 싶은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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