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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Jul 22. 2024

내가 선 내 자리


중국에서는 오십을 지천명이라고 '나이가 오십이 된 후에야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십 지천명'을 '나이가 오십이 되면 우주 만물을 지배하는 하늘의 명령이나 원리를 안다. 는 말로 해석하곤 하는데 내 경험상 하늘의 원리를 안다는 것은 정말 요원한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더군다나 오십의 나의 날들은 감정이 뒤죽박죽, 호르몬이 들쑥날쑥, 괜히 땀이 나고 더위에 민감해져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신랑이 운전하는 차 조수석에 앉아 에어컨을 켜면 바람이 너무 세게 느껴져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작은 모포로 어깨를 감싸곤 했는데 요즘은 덥다고, 힘들다고, 더 시원하게 틀어달라며 보채곤 한다. 

어쩔 때는 땀이 비 오듯 쏟아져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할 만큼 힘이 쭉 빠지기도 한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는 여름 장마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오락가락 비와 함께 몸을 축 늘어뜨리게  팽창된 삶의 무기력이 한 여름 무더위만큼이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고 있다. 어린잎처럼 여린 감성들은 오랜 비에 다 녹아버리고 오래된 익숙한 감정들만이 나를 지탱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제 막 피어나는 새로운 감정들은 이 장대 같은 마음의 변화들을 견뎌낼 수 없다. 

그래서, 요즘 내 삶의 변화들을 조용히 목도하며 기도하고, 구름의 방향대로 쏟아지는 비를 한 발자국 물러나 바라보는 것만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것이다. 그렇게 가끔씩 빗소리에 깨는 새벽을 뜬 눈으로 보내며 오늘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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