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머물러 주는 곳은 그나마 어제만큼의 온기가 남아있는데 그늘진 곳은 갑자기 겨울 준비를 하는 것처럼 쌀쌀해졌습니다. 가을은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기어코 남기고 싶고, 전하고 싶고, 그립다 말하고 싶은 날들의 연속입니다. 바람에 우수수 쏟아져 내리는 낙엽의 길을 알지 못하듯 우리 인연이 다 한날 당신이 지나고 있는 지금, 현재의 자리를 나는 가늠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주소 없는 편지를 전해야겠지요. 갈 곳을 정하지 않고 흩어지는 낙엽처럼, 갈 곳 없는 마음이 바람에 흐트러져버리더라도 낡고 닳아버린 당신에 대한 마음을 띄워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