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혜연 Nov 07. 2024

가을 장미

가을 장미 

몸살감기가 심한 가을 오후.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도 있겠지만 요 근래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무리를 했는지 아님 새벽에 너무 일찍 일어나 활동을 한 것이 몸을 지치게 한 건지 감기가 걸렸습니다. 평소 약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 그림을 그리고 오후 늦게까지 낮잠을 잤더니 아침보다 몸이 훨씬 가벼워진 듯합니다. 몸이 조금 회복된 덕분에 밖에 내놓았던 식물들도 안으로 들이고 너무 무거운 화분은 비닐로 잘 싸두었습니다. 사람의 감기는 잘 쉬면 회복이 되지만 때를 놓친 식물들은 잠깐의 추위에도 치명상으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들 둘이면 무뚝뚝하다고 하는데 사실 첫째도, 둘째도 애교와 배려가 많은 편입니다. 텃밭에 가다가 들꽃을 보며 예쁘다고 하면 몰래 한두 개씩 꺾어와 선물하기도 하고, 아프다고 하면 어깨며 종아리를 마사지해주기도 합니다. 어느 날은 가을 장미가 예쁘다고 했더니 꺾어준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함께 보는 장미를 함부로 꺾으면 안 된다고 했더니 자기 용돈 모아서 생일 때 선물해 준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들도 시시콜콜 모두 이야기해 주고 놀이터에서 있었던 이야기, 선생님이 들려주신 이야기, 태권도장에서 있었던 일, 피아노 학원에서의 소소한 이야기까지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일 없이 재잘재잘 이야기해 주는 통에 귀에서 피가 날 것처럼 머리가 어질 어질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너무 예쁜 두 똥그리들입니다. 용돈을 모아 사준다는 장미를 언젠가 받을 수 있겠지요. 그나저나 장미공원에 피어있던 가을장미들도 이번 추위에 감기에 걸려 모두 시들해질까 걱정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그러니까 말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