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 중에, 심지어 내가 살아가는 생 또한 온전한 내 것이 아닌 현생에서 나만의 것을 찾는다는 것은 언제나 미궁을 헤매는 망자처럼 한걸음, 한걸음이 아득하기만 하다. 어떤 실을 풀어야 복잡한 미로에서 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가끔 새벽의 꿈과 아침의 미명사이에서 '이런 그림을 그려볼까'하는 이런저런 구상을 해보기도 한다. 아침 운동길에 하얀 서리를 이고 있는 낡은 잎새들의 모습들도 눈길을 끌고, 마른 풀잎들의 날카로운 퇴색에도 마음을 빼앗긴다. 하지만 표현할 길이 없다. 뭔가 가슴을 간질이는 감각들이 손끝에서 색으로, 형태로 나오질 못하면 답답한 마음에 한숨이 절로 난다.
깊이 빠진다는 건 먼 우주에 나 홀로 작은 섬에 갇혀 하늘을 읽어 내려가는 기분이다. 수천, 수만의 미지의 행성에서 먼지보다 더 작은 내가 깊은 어둠 속으로 손을 뻗어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따보려 발버둥 치는 것처럼 허황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반딧불이의 불빛도 모두 쓰임이 있기에 빛나는 것을. 그러니 오늘도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나만의 작은 빛을 반짝여봐야지. 깊고 깊은 어둠 한가운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