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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Dec 19. 2024

겨울 이야기

겨울 이야기 

삼십 년 전만 해도 12월의 거리는 기대감이 가득한 캐럴이 울려 퍼지며 한 해를 무사히 마친 사람들에게 설렘을 안경 었지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더니 더 이상 축복의 말을 전하던 크리스마스 카드도 사라져 버린 겨울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해, 한 해를 보내다 보니 더 이상 안부를 궁금해하지도 않거니와 새삼스레 산타와 요정들의 존재여부 따위는 궁금하지도 않은 허울 좋은 어른이 되어버렸지요. 하지만 아이들이 있어 올 해도 거실 한편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고, 산타할아버지가 주고 갈 선물도 몰래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친구를 집에 초대하거나 친구 집에 방문하는 걸 커다란 이벤트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며칠 전 큰 아이 친구 엄마의 초대로 저희 아이들이 친구집에서 신나게 놀다 온 이후로 오늘은 그 친구를 저녁에 초대했습니다. 어른 친구보다 요즘은 아이들 친구가 더 어렵습니다. 계획된 초대가 아니라 놀이터에서 급하게 결정된 덕에 초대한 친구의 식성을 몰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저녁 메뉴였던 갈비도 잘 먹고 당면도 잘 먹어줘서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아이들의 웃음으로 집이 훈훈해졌습니다. 함께 저녁을 먹고 숨바꼭질을 하는 것뿐인데도 색다른 추억이 되는지 홍조 띤 볼이 루돌프의 코만큼 빛나고, 캐럴만큼 경쾌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오늘도 아이들 덕분에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추억 한 모금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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