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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였을까

by 이혜연
어디서부터였을까

갑자기 여름이 들이닥치려는지 겨우내 쌓였던 먼지도 치울 겸 집안일만 조금해도 송골송골 땀이 맺힙니다. 아직 감기 기운이 있어 두꺼운 외투차림으로 나가면 반팔을 입고 지나가는 남자와 날아갈 듯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이 아직 게으른 착장을 힐끗 쳐다보는 느낌도 듭니다. 봄인가 싶었는데 어느새 개나리도 피었다고 하고 벚나무 꽃망울과 명자꽃망울이 두툼하게 부풀어 오른 걸 보면 저만 긴가민가 하고 다들 봄인 걸 꿰뚫고 서둘러 잔치를 벌이려나 봅니다. 그네들은 어떻게 봄을 알아채고 준비한 걸까요?


찬 바람 속에 깃든 봄의 씨앗들이 나무뿌리를 풀어내 물길을 다시 채울 수 있었던 건 어떻게 보면 과학적이고 다르게 보면 예언적이기도 합니다. 낮의 길이가 땅에 내리는 햇살을 더 오래 머무르게 해서 계절이 변한 걸 알게 되기도 하지만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 인연의 줄을 따라 꽃을 피울 시기를 가늠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른 가지 끝에 올봄에 세상으로 손가락을 길게 뻗은 여린 새순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형광색 눈을 반짝이며 봄을 더 재촉하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시절인연으로 우리 모두에게 온 따스한 봄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이 계절도 순식간에 지나가버릴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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