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낭화 Nov 28. 2020

어린이집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이는 현재 어린이집을 다닌다. 가장 높은 형님반이다. 만 3세가 이곳의 최고 연령이다. 아이는 내년이 되면 그동안 다녔던 정든 어린이집을 떠나야 한다. 곧 5살이 되기 때문이다. 유치원에 다닐 수 있는 나이로 접어든다. 7세까지 큰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선택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줬다. 새로운 기관을 알아보는 것은 고스란히 아이의 엄마인 내 숙제였다. 내년 5세가 되는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기관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딱 1년 전을 뒤돌아봤다. 인터넷으로 동네 어린이집을 검색했다. 가장 우선순위에 둔 것은 집과의 거리였다.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 오전에 아이와 함께 집 앞 놀이터에 나갔다. 어린이집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바깥놀이를 하고 있었다. 선생님들의 지도하에 아이들이 안전하게 노는 것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 어린이집 앞에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있는 것이 참 좋아 보였다. 집에서 가장 가깝고 놀이터가 있는 어린이집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어린이집 입소대기 버튼을 눌렀다.


어린이집 원장님과 상담을 하였다. 선생님들의 밝고 푸근한 인상과 따뜻한 어린이집 분위기가 참 맘에 들었다. 아이를 맡겨도 되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지금도 그때의 선택이 옳았던 것 같다. 한결같은 원장님과 선생님들의 태도에 감동을 받았다. 혼란의 코로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 보육을 원활하게 받을 수 있었다. 집 앞에 어린이집이 있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이 든든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다음 기관도 비슷한 기준으로 고르려고 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선택할 것. 그 기준만 머릿속에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아쉬웠다. 집 주위 전방 1km 내에는 유치원이 없었다. 난생처음으로 대단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아이가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유치원이 있는 것이 행운으로 보였다. 아이가 어릴 때는 몰랐던 집에 대한 조건들이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실 유치원 등 하원 거리가 멀면 셔틀버스를 태우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셔틀버스에서 일어났던 안전사고 때문이었을까. 잠이 덜 깬 어린아이를 아침부터 셔틀버스에 밀어 넣고 싶지는 않았다. 집 앞 유치원이 없다는 현실이 서글프게 다가왔다.


반면 사설 영어학원은 주변에 많았다. 소위 '영어유치원'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 자꾸 눈길이 갔다. 남편은 직장에서 돌아오면 동료들과 나눈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중에는 영어유치원에 대한 얘기도 섞여 있었다. 교사 한 명당 아이를 돌보는 숫자가 적어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닌다더라. 아이가 영어를 즐겁게 배워서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더라. 영어유치원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을 쏟아냈다. 현실적인 문제는 비용이었다. 한 아이당 한 달에 들어가는 비용이 일이백만 원선이라고 했다. 어렴풋하게 알았던 비용을 현실적으로 들었을 때 너무 놀랐다. 그 금액을 생활비에서 매달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한창 고민을 하고 있는 나에게 언니는 경험담을 들려줬다. 언니는 과거 유치원 교사를 했다. 예체능으로 특화된 사설기관에서 유아반 담임도 맡았다. 언니는 예쁘게 옷을 차려입고 왔던 아이들이 셔틀버스를 타고 오고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가끔씩 불쌍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비싼 학원비를 내는 것을 보고 교육의 효과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아이가 좀 더 큰 뒤에 다녔으면 소위 우리가 따지는 가성비면에서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과연 나는 어떤 기준을 우선으로 두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유치원은 어린이집과 다른 점이 많았다. 원마다 등 하원 시간부터 차이가 있었다. 유치원은 어린이집에 비해 등 하원 시간이 늦은 곳도 있었고 보육 시간이 어린이집보다 짧기도 했다. 비용이 거의 안 들었던 어린이집에 비해 유치원은 학부모의 부담 비용이 꽤 있었다. 유치원 수업이 일찍 끝나면 나머지 보육은 학부모에게 돌아가는 구조였다. '00 유치원은 워킹맘에게, @@ 유치원은 전업맘에게 더 적절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 나라는 애를 낳으면 도대체 어떻게 키우라고 하는 것인가... 워킹맘이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도와주는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 같아 배신감에 화도 났다. 집에서 좀 멀지만 5세 아이들도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을 찾아 입소대기를 신청했다. 보육기관을 선택하기보다 내 조건을 받아줄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더 맞는 것 같았다.


이 모든 것을 염두해가며 유치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1년 전 어린이집을 고르는 것보다 선택의 폭은 넓었다. 하지만 정작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엄마의 정보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동네 맘 카페에 가입을 하고 인터넷 검색을 열심히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3년간 머물 곳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신중해졌다. 그렇게 3개월이 흘렀다. 그리고 원하던 유치원에 추첨되었다는 결말로 일단락되었다. 생애 첫 입시를 무난히 통과한 셈이다. 입소 결정이 나기까지 끙끙 앓았다. 지금부터 해피한 결론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하려고 한다. 삶의 기록은 나에게 추억이 되고 누군가에겐 정보가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