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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낭화 Dec 01. 2020

영유에 가보셨나요?

지금부터 내가 방문했던 유아 영어학원(이하 영유)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참 조심스럽다.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평가가 미칠 영향이 있을까 봐이다. 원에 대한 감정은 없다. 그냥 느꼈던 것들을 나열하려고 한다. 그것이 어떻게 받아들여 질지는 독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K영유는 미술을 활용한 영어놀이학교였다. 입구 벽면이 아이들의 미술 작품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마음이 따스해졌다. 우리 아이도 이곳을 다니면 영어와 미술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겠구나. 영어로 조잘대며 미술 작품을 자랑하는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흐뭇해졌다. 미술뿐만 아니라 쿠킹, 체육 수업도 있었다.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체득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었다. 


한 반에 꾸려지는 아이들 인원수가 마음에 들었다. 5세의 경우 한 반의 정원은 8~9명이라고 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는 한 반에 같은 연령이 7명이다. 반 인원수가 적어 선생님이 아이를 잘 돌봐줄 것 같았다. 담임 선생님은 원어민 수준의 한국인 교사라고 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오로지 영어만 쓴다고 했다. 이곳은 또 하나의 특징이 있었다. 실내 놀이터가 키즈카페를 연상케 했다. 아이는 그곳에서 하루 종일 놀아도 다음 날 또 가고 싶어 할 것 같았다. 


온종일 아이 돌봄이 가능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워킹맘들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에 비해 교습비가 저렴했다. 다른 원에 비해 거의 반값이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점토놀이, 신체활동을 실컷 할 수 있었다. 장점들이 꽤 많았다. 상담을 마치고 원을 둘러봤다. 아쉬운 점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에 있었다. 하나의 화장실에 남녀 변기가 같이 있었다. 부모의 마음에서는 이런 시설이 달갑지 않았다. 상담을 한 시간은 오후 5시였다. 교실에 아이들이 남아있었다. 작은 컴퓨터 모니터 하나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영어 만화를 열심히 보는 아이들의 표정이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상담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수많은 질문들이 떠올랐다. 궁금한 점들을 노트에 기록했다. 아쉽게 생각했던 점들에 대해 선생님에게 묻고 부연설명도 듣고 싶었다. 다음날 전화로 다시 문의를 해보려고 하다가 관뒀다. 꼭 여기가 아니더라도 우리 아이를 보낼 수 있는 곳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의아했던 점을 놓아버리기로 했다. 이곳에 보내겠다는 확신이 들면 다시 물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었다. 초등학교 자녀가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중학생 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가 성인이 되어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의 영유에서 원어민으로 교사생활을 하기도 했다. 


"영어유치원 보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적극 찬성하지!!!"


친구는 영유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효과적인 인풋과 아웃풋을 생각한다면 이만한 곳이 없다. 영어를 매일 듣고 말할 수 있다. 방과 후 영어학원에 보내는 법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귀찮고 어려울 수 있다. 엄마가 아이 영어에 대해 신경을 덜 쓰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며 웃픈 농담도 던졌다. 차라리 믿을 수 있는 기관에 어릴 때부터 아이를 맡기는 것이 낫다고 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면 보내라고 적극 추천해줬다. 


친구는 현실적인 말을 하나 더 해줬다.


"아이가 엄마 곁을 떠나는 순간,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어.

소위 엄마가 생각하는 나쁜 것들에 대한 노출, 그것들이 아이들에게 많이 생겨.

미디어 시청은 일부야."


아이는 집에 있을 때 가끔 텔레비전을 본다. 하지만 집 바깥에서는 안 봤으면 좋겠다는 게 내 마음이었나 보다. 내가 가진 '내로남불'의 아이러니를 느꼈다. 


인터넷에는 정보에 발 빠른 엄마들의 올린 정보가 올라왔다. 동네에 있는 영유와 대략의 가격, 설명회 날짜 등을 정리한 것들이었다. 그 목록을 들고 9월의 어느 날, 우리 가족은 '영유투어'를 했다. 아이는 유모차에 태우고 남편과 무작정 걸었다. 영유에 미리 상담 예약을 하지도 않았고 주말이라서 문을 연 곳은 당연히 없었다. 단순히 영유의 위치와 건물만 구경하면서 3시간을 걸었다. 


영유의 겉모습은 다양했다. 건물 독채를 쓰는 경우도 있었지만 상가건물의 한 두 층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 시대라 소규모 업체는 시설운영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돌아본 C영유는 정말 달랐다. 번쩍번쩍한 건물 한 채에 모든 것이 들어있었다. 내 아이를 저기만 데려다 놓으면 교육이 완성될 것 같았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학원비도 남달랐다. 그 이유를 건물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돈이 있으면 다 되는 세상 같아 보였다. 이곳 엄마들은 사는 곳 가까이 이런 좋은 곳이 있으니 참 좋을 것 같았다. 교육때문에 이사 다니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영유를 직접 돌아본 남편은 돈을 더 벌어야겠다고 했다. 우리는 아이를 셔틀버스를 태울 것이 아니라 그 멀리까지 보낼 생각은 없었다. 3시간을 걸어 지쳤던 우리는 나중에 아이가 더 크면 여기로 이사오자하며 영유투어를 급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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