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깊은 심연에 대하여
나의 심장에는 꽃이 있다.
피어오르는 꽃에는 뿌리가 없어,
언제든 털어버리고 꺾어버릴 수 있는 곰팡이 꽃.
언제 어떻게 피어날지 모르는 그 꽃은
아주 작게 피어오르다
내 눈을 가리고 내 입을 막고
내 몸 전체를 뒤덮는다.
티같이 피어오르는 곰팡이 꽃이
가볍게 털어낼 수 있음을 아는데도
나를 덮어버릴 만큼 크게 피어날 수 있음을 아는데도
나는 그러지 못했다.
작으니까, 손으로 으깨어 사라트릴 수 있는 그 꽃을
조금씩 피어 겹겹이 올라 꺾어 털면 털어질 그 꽃을
내 눈과 코와 입을 다 막아서야 떨쳐내려 했다.
크게 꺾고 작게 남은 곰팡이 꽃
살려면 털었어야지.
닦았어야지,
끊어 냈어야지.
내 심장 한켠에 자리 잡았던 곰팡이는
언제 어떻게 들어왔는지 몰라.
언제 어떻게 피어날지 몰라.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기 싫어-
피어난 모습을 그대로 두었소.
털어내면 또 자라나는 곰팡이 꽃
흩날리는 포자에 질식할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내가 안고 가야 할 내 것이렸다.
내 아픔이었다.
나의 음침하고도 끈질긴 꽃이었다.
언제든 다시,
작게, 크게 피어날 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