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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Dec 06. 2024

곰팡이 꽃

내 마음속 깊은 심연에 대하여

나의 심장에는 꽃이 있다.


피어오르는 꽃에는 뿌리가 없어,

언제든 털어버리고 꺾어버릴 수 있는 곰팡이 꽃.


언제 어떻게 피어날지 모르는 그 꽃은

아주 작게 피어오르다 

내 눈을 가리고 내 입을 막고

내 몸 전체를 뒤덮는다.


티같이 피어오르는 곰팡이 꽃이

가볍게 털어낼 수 있음을 아는데도

나를 덮어버릴 만큼 크게 피어날 수 있음을 아는데도

나는 그러지 못했다.


작으니까, 손으로 으깨어 사라트릴 수 있는 그 꽃을

조금씩 피어 겹겹이 올라 꺾어 털면 털어질 그 꽃을

내 눈과 코와 입을 다 막아서야 떨쳐내려 했다.


크게 꺾고 작게 남은 곰팡이 꽃


살려면 털었어야지. 

닦았어야지,

끊어 냈어야지.


내 심장 한켠에 자리 잡았던 곰팡이는 

언제 어떻게 들어왔는지 몰라.

언제 어떻게 피어날지 몰라.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기 싫어-

피어난 모습을 그대로 두었소.


털어내면 또 자라나는 곰팡이 꽃

흩날리는 포자에 질식할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내가 안고 가야 할 내 것이렸다.


내 아픔이었다.

나의 음침하고도 끈질긴 꽃이었다.


언제든 다시,

작게, 크게 피어날 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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