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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Mar 29. 2024

오늘도 갑자기 말하고 싶다.

그럴 때가 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도,

요리를 하면서 멍을 때리다가도

입이 근질근질한 날.


누군가와 대화가 아닌, 주저리주저리 말하고 싶은 날.


신랑하고 있을 때도, 

아이와 함께 있을 때도,

"아! 맞다, 있잖아-"

라고 시작되는 나의 말에 신랑은 늘 말하곤 한다.

"갑자기?"


그러게.

갑자기.


연애 10년이 되어서 늘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수다쟁이 와이프의 말을

잘~들어주던 신랑도,

"귀 아파"

라고 말하는 그 이야기.


정말 시답지 않고, 별스럽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어릴 때는 그냥 내가 이 말을 하고 싶으니까!라고 하면서

시원하게 내뱉곤 했다.

그게 솔직한 매력이고, 엉뚱한 매력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는 내 생각은 바뀌었다.

갑자기 내뱉는 말은

솔직하지도 않고, 매력적이지도 않다. 

그저 상황파악을 잘 못하는 푼수처럼 보이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더 많이 든다.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친구,

결혼해서 살림하는 친구,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바쁜 친구들.

각자의 삶에 집중하는 우리들은 스스로에게 있었던 일들을 말하고 싶은데,

상황이 참 여의치 않다.


갑작스럽게 좋은 일이 생겨서, 좋은 일이 생겼다고 만천하에 알리고 싶은데.

이 친구는 근래에 좋지 못한 일이 있었는데, 지금 정신없이 바쁠 텐데,라는 생각에

입을 꾹, 다물고, 나중에 때 봐서 말해야지~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 말을 못 한다.

또 안 좋은 일이 생겨, 주변에 위로를 받고 싶다가도

괜히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여 영향을 주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입을 다물고 있기도 한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유로 말을 안 하다 보면 외롭기도 하고

갑자기 터져버린 말문은 상황을 어색하게 하기도 한다.


그렇게 문득.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냥 하고 싶을 때,

오늘도 갑자기.

툭. 하고 던질 말들을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쏟아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갑자기.

뜬끔없는 이야기들로 써볼까 한다.


잡담하고 싶을 때, 아무 말을 하고 싶을 때,

막상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상대방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

누구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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