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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Apr 17. 2024

문득, 후회가 되는 날들이 있다.

요즘, 회사에서 일을 하지 않고, 집에 있다 보면 

여러 잡념들로 지나온 날들을 읊조릴 때가 있다.


이때, 이랬다면 어땠을까,

그때,  왜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


후회되는 날들을 생각해 본다.


나는 주로 자기반성에 익숙한 사람이다.

그래서 안 좋았던 기억에 사로잡혀있는 날이 많다.


회사를 다닐 때는 바쁜 일상으로 그런 과거를 되짚어 볼 여력도,

되짚는다고 해도 잠시 뿐이었다.

집에서 살림을 하다 보니, 익숙해지다 보니.

설거지를 하면서 청소를 하면서 문득문득 나를 부끄럽게 하는 기억들.

아쉽게 하는 기억들의 조각이 날라든다.


입을 꾹 다문채, 그날들을 다시 곱씹어보자니, 입이 쓰고, 마음이 답답하다.


홀로 어둡게 어둡게 스스로를 가두다 보면,

예쁜 우리 집.

예쁜 우리 아이.

든든한 신랑이 보인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지켜야 할 것과 가꾸어야 할 것들이 보인다.

지난날의 후회들이 모여서 나를 부끄럽게 할지라도,

잘한 선택들이 또 모여서 현재의 나를 살아가게 하고 있다.


늘 좋은 선택만은 하지 못한다.

늘 당시의 내가, 제일 최선이었던 선택을 했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늘 앞을 보고 살았다.

그런 나에게 잘 살았다고, 나의 선택들이 다 옳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틀린 선택을 하지 않아서 이렇게 있는 거라고 토닥이게 된다.


내가 힘들었던 일. 부끄러웠던 일. 후회되는 일.

나에게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다른 이들도 그런 일들이 있었을 것이고, 있을 것이고, 지금도 힘들어하겠지.


"괜찮아요. 현재가 중요하죠. 잘하고 있어요."

라는 한마디. 도움이 되기도 하고 영 공감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말.


그래도 그런 뻔한 말이 가끔 와닿을 때가 있다.

'너는 잘하고 있으니까. 너는 행복하니까, 너는 가진 게 많으니까.'

상대가 쉽게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도 사람인지라, 다 마음에 들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문득, 힘들 때, 괴로울 때, 아플 때.

입을 꾹 다물고 이겨내려고 할 때.

타인에게 듣는 뻔한 한마디가 와닿지 않더라도.

스스로에게도 말해주고, 다독여주는 게 중요하다.


때로는 현재의 일로 힘들어하다가도 과거의 일로 힘들고,

과거의 선택이 잘못되어서 현재의 내가 힘든 건 아닌가,라는 생각에 빠지더라도.


볕 좋은 날 하늘 보고, 좋은 날씨에 좋아해 보고,

저렴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세상 다 가진 느낌도 느껴보고,

걷다가도 시원한 바람을 흠뻑 맞으며 상쾌해보고,

그렇게 소소한 것들 하나씩, 즐길 수 있다는 잠깐의 여유에 행복해하다 보면

예쁜 시간, 예쁜 하루, 예쁜 한 달, 일 년을 보내게 될 거다.


긍정적인 생각을 해라.

매사에 사람이 왜 그렇게 부정적이냐-라는 말.

생각이 계속 떠오르는데 어떡하라고.


그래서 나는, 인정한다.

늘 부정적인 생각을 버릴 수는 없다.

그래서 잠깐만 주변을 살펴보려 하는 것뿐이다.


그 잠깐이 나를 숨 쉬게 해 주니까.

오늘도 문득, 후회되는 날을 생각하다가도,

오늘의 하루에 감사함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을 느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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