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최애, 조개잡이
우리 가족은 여행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주말이면 자연을 만끽하며 누리는걸 가장 좋아하는 가족.
사람 많고 복잡한 쇼핑몰보다는 자연이 주는 평온함을 더 선호하는 가족.
그중에 최고는 둘째의 사랑, 조개잡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선재도에서는 동죽과 바지락, 민머루해수욕장에선 가무락조개, 몽산포해수욕장에서는 맛조개, 볼음도에서는 백합.
이번여행은 강화도에서 배 타고 35분 걸려 들어가는 주문도이다. 주문도에서 우리는 백합, 상합, 소라 등을 잡을 기대감에 부풀어 두 달 전에 펜션에 전화를 해서 물때가 가장 좋은 날로 예약을 해두었다. 이럴 땐 참 철저하다.
우리는 그 사이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이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고 지방에 살고 계신 어머니께도 올라오셔서 함께 가자고 말씀드려 놓았다.
그렇게 두 달 전부터 우리의 주문도 여행은 설렘과 함께 시작되고 있었다.
먼저 ‘가보고 싶은 섬’ 앱을 통해 배편을 예약해 두었다. 그리고 여행 당일, 강화도 선수선착장으로 가서 주문도 살곶이항으로 가는 티켓으로 교환했다. 현재 배편은 하루에 3번, 왕복운행 중이다.
아무래도 주말에는 1시간 전에 도착해서, 차를 줄 세우고 티켓도 미리 끊어두고 서둘러야 하지만, 평일인 금요일. 아이들을 학교에서 조퇴시키고 출발한 이날의 여행은 30분 전에 도착했음에도 차가 몇 대 안 되어 확실히 덜 분주했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조개를 잡으러 나가고 싶었지만 물때가 맞지 않아 우리는 저녁까지 기다린 후에 물때가 좋은 시간에 맞춰 소라를 잡으러 나가기러 했다.
섬여행의 핵심은 트렁크를 가득 채워오는 것이다. 마트가 없거나, 있어도 빨리 문을 닫기 때문이다. 주문도 또한 주말에는 열지않는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마트가 있었다. 우리는 낮부터 트렁크 가득 채운 음식들을 풀어, 신나게 먹기 시작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니겠는가!
펜션 데크에서 바로 보이는 곳은 탁 트인 드넓은 바다였고,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10월의 마지막 주였기에 날씨 또한 참 좋았다. 아! 이게 바로 행복이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에 한번 더 감사함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사장님께 미리 말씀드려 놓았던 항아리 등갈비와 함께 진짜 여행이 시작되었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운 우리는 산책을 나섰다. 논밭길을 따라 걷고, 추수가 끝난 논에 들어가 아빠와 아이들은 축구도 했다. 남자 셋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난 먼 발치에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사이 서서히 해가 뉘엿뉘엿 저물기 시작했다.
서해안의 일몰은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아름다워 볼 때마다 감탄을 하게 된다.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홍시 마냥, 붉디 붉은 저 해가 아름답게 천천히 저물어 갔다.
캄캄한 밤이 되고 난 뒤, 우리는 해루질을 나갈 준비를 하고 펜션 사장님을 따라 소라를 주우러 갈 수 있는 곳으로 차를 타고 나갔다. 밤에 소라 줍기의 핵심은 랜턴착용이다. 우리 가족도 하나에 3만 원하는 헤드랜턴을 4개 챙겨나갔지만 어림도 없다. 펜션 사장님의 10만 원짜리 해드 랜턴 정도는 되어야 돌인지 소라인지 어느정도 구분이 가능하다는 것을 당일에서야 알았다.
달빛이 한가득 쏟아지던 그날의 어두컴컴한 드넓은 갯벌에서의 추억. 사진으론 담아낼 수 없었던 밤하늘의 쏟아지던 별들. 우리 아이들 눈과 마음속에 고이 자리 잡아주길…
큰 바위를 들면 박하지와 작은 꽃게가 잡혔고, 처음에는 정말 돌인지 소라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었지만 소라 한 개 두 개, 주워가며 하하 호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너무 작은 소라들은 나중에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욕심내지 않고, 놔주었다.
아이들은 준비해 간 장화바지를 마다하더니, 바지춤이 흠뻑 젖었지만 입꼬리가 귀에 걸린 채로 신나는 갯벌사냥을 했다. 우리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해루질에 푹 빠져있었다. 하지만 갯벌 체험에서 알람 설정은 필수다. 해루질에 빠져있다 보면 물이 들어오는 시간도 잊은 채로 집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시간가량의 조업을 마친 채로 아쉬움을, 내일의 또 다른 체험으로 달래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니 12시가 넘은 시간. 우리는 얼른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이튿날.
저 멀리 일출의 장관에 눈이 부셔서 일어났다. 2층 다락방에서 저 멀리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니 서해안의 일출 또한 이렇게 멋있구나 싶어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우리는 얼른 아침식사를 든든하게 마치고, 물때 시간에 맞추어 바닷가로 나가봤다. 그레와 호미를 챙겨, 오늘은 장화바지를 꼭 입기로 약속했기에, 아이들을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단단히 챙겨 입혔다.
커다란 조개를 잡기 위해서는 조개가 잡히는 갯벌을 30-40 분 가량 걸어서 들어가야 했다. 사고의 위험이 있어 트랙터 운행은 안 한다는 펜션사장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위험했던 경험이 과거에 한번 있었기 때문이다.
끝도 없는 갯벌을 한참 걷고, 또 걸어서 목적지에 도달했다. 마을 주민분들이 쳐놓은 그물은 피해서, 사장님이 말씀해 주신 곳에서 2인 1조로 한 명은 앞에서 그레를 끌고, 뒤에서 따라가는 다른 한 명은 '탁' 하고 조개 걸리는 소리가 나자마자 호미로 그 자리를 파서 커다랗고 묵직한 조개를 꺼냈다. 숙달된 사람들은 소리가 나자마자 그 느낌을 감지해 조개를 잡기가 수월하지만, 우리 같은 초보자들은 여러 번 그레를 끌어봐도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힘이 들어도 두 시간이 넘도록 백합, 상합을 열심히 잡았다. 손바닥만큼 커다란 조개크기에 감탄을 연발하며, 저녁에 구워 먹으면 맛있겠다는 이야기도 더한다.
실로, 갓 잡아온 조개를 새빨간 초장에 찍어 조개회, 숯불에 노릇노릇 구워 조개구이, 팔팔 끓여 육수를 우려내 시원하고 얼큰한 칼국수, 새콤달콤 준비해 간 양념으로 무침회, 어머니표 반죽으로 해물부추전까지 해 먹었다. 먹다 보니 2박 3일 여행일정이 끝나가는 게 아쉽기만 했다.
우리는 돌아오는 날, 또 소라잡이를 다녀왔다. 물때가 좋은 날은 이렇게 2박 3일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 이렇듯, 조개잡이의 핵심은 단연코 물때라고 할수 있겠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매 주말의 추억은 또 한주를 살아가는 큰 힘이 된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우리 가족의 역사는 아이들의 일기장에도, 우리 가족의 마음에도 단단한 추억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아이들이 아빠 엄마와의 여행을 언제까지 반갑게 여길지 모르겠다. 언젠가는 친구를 더 좋아할 시기가 올 것이고, 학원으로 바빠질 시간 또한 곧 올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지금 이렇게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 그리고 삶에서 없으면 좋겠지만, 없을 수만은 없는 힘든 시기에 이런 추억들이 아이들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추억들이 모여 우리의 삶이 된다.
소소하고 소중한 내 일상이 쌓이고 쌓여 역사가 된다.
“엄마, 이번주는 어디가? “
이 말은 나에겐 참 고마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