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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리 삼번지 May 30. 2023

시골에서 살아남는 법? 살아가는 법!

(부제: 안녕, 30대는 처음이지? - 14. 백수 경험치 획득 +1)

며칠간 시골에서 지냈다.


태어나기를 서울이었고, 명절마다 남들 흔히 간다는 할머니댁조차 서울이었다. 학교와 회사를 다니고, 어쩌다 보니 결혼을 하고 나서도 수도권역을 벗어난 적이 없다. 시골을 경험해 본 적도, 겪어본 적도 없는 것이다.



그랬던 나에게도 시골이 생겼다.


다년간 교제해 온 친구와 결혼을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새로이 만난 그의 가족들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시골은 시어머님의 고향이었다. 전라북도 순창읍. 태어나 처음으로 시골집을 가보았다.

널따란 논과 밭, 졸졸졸 흐르는 냇가와 파이란 하늘, 푸릇푸릇한 나무를 보고 있자니 숨이 탁 트였다. 영화 <리틀포레스트>가 떠오르는 곳이었다. 





귀농이나 귀촌을 꿈꾼 건 아니다. 


그동안 수차례 겪었던 하룻밤 여정의 끝에는 항상 "난 역시 도시가 좋다."였다. 취미생활 삼아 밭을 가꾸시는 어머님을 도와드리려 가끔 방문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엔 좀 달랐다. 스스로를 집어삼킬듯한 잡념을 쫓아내기 위해 내려온 만큼 도시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바삐 움직이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들의 하루는 새벽 동이 트기 전부터 시작된다. 예상은 했지만 농사는 생각보다 더 고된 일이었다. 앉아 있을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경이로울 정도다. 나이로 따지자면 체력은 내가 단연코 일등이어야 하는데, 금세 뻗어버린 나와는 다르게 그들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들의 땀은 어떤 무엇보다도 빛났고 향기로웠다. 부끄러웠다. 농작물의 재배만을 위해 뜨거운 햇빛 아래 부단히 움직이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그저 그늘 밑에 앉아 불필요한 고민과 걱정들만 하염없이 하던 내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도시에서의 생활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내려왔건만, 금세 또 이렇게 <도시에서의 나> 다운 생각이 떠오른다. 




시골생활을 통해 정말 내가 잊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


그들은 농사라는 목표를 위해 기꺼이 하루를 할애한다. 매일, 매주, 매달, 그리고 매년 반복되는 일상을 보낸다. 다소 따분하고 지루해 보일 수도 있지만, 땀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노동의 끝에 맺히는 열매는 달콤하다. 이토록 고생해서 키운 배추, 상추, 고추, 깨, 고구마, 감자, 호박은 우리네 일용할 양식이 된다. 여태껏 내가 먹은 반찬의 식재료는 그들이 애써 키워온 결과물이다. 나는 그것들을 먹고 숨 쉬고 있다. 이토록 숭고한 노동이 어디 있을까. 이처럼 내가 해야 하는,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서"라는 거창한 목표 따위 말고, "나만을 위한" 소박한 목적이라도 찾아야 했다. 스스로의 성장만을 위해서라도 이들처럼 결연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간 백수로 지내면서 많은 것을 했다.


스스로의 시간을 보내면서 다년간의 회사 생활 끝에 흔들렸던 멘탈과 건강을 회복하고, 생애 첫 한라산 등반과 유럽 여행도 다녀왔다. 새로운 배움을 위해 시작했던 공부 또한 어느덧 끝이 보인다. 많은 것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운동이 무엇인지, 내가 몰랐던 음악과 스포츠 취향까지 말이다. 



이 시간들을 보내며, 내가 놓친 건 무엇일까.


나는 무엇 때문에 지금 이렇게 불안감을 놓지 못하는 걸까. 어쩌면 나는 불안감을 핑계로 용기를 내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길을 갈 때에, 필요한 건 용기 한 스푼이다. 삼십 대가 되면서 결심한 건 한 가지였다. 이십 대 때와는 다르게 살아보자. 진짜 나를 찾아보자. 결심의 끝은 퇴사였고, 서른 살 백수가 되었다. 나는 무조건 회사는 가지 않을 거야! 는 아니었다. 회사생활이 질려서 떠났지만, 직업의 귀천이 없듯이 다양한 회사가 있을 테니까. 다시 회사로 돌아가든, 새로운 영역에서 시작을 해보건, 그건 온전히 나의 선택이다. 나에게 필요한 건 용기였다. 어떠한 선택을 할 때가 온 것이 틀림없다. 준비할 때가 되었다. 이제 그 용기를 세상에 펼칠 때가 온 것이다.






앞으로의 날들을 살아가는 방법이자 목표는 단 하나다. 삼십 대의 나를 한 단계 성장시키기. 나에게 불필요한 의심은 거두자.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자. 그 하나만을 생각하고 집중하자. 그에 따른 어떠한 고민과 노력이건, 노동이건, 그 끝은 창대하고 달콤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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