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에서 여러 차례 언급되었던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의 대항군은 북한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인다. 이를 위해 작전 용어와 일상 용어를 문화어로 교체하고, 복식과 무기까지 모두 북한군이 사용하는 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동구권 전차인 T-80U를 운용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이 전차를 정말 러시아에서 사 왔다면 어떨까? 오늘은 한국에 있는 T-80U와 이를 도입한 불곰사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당시 최신 전차, T-80U
심지어 내수형 새 전차였다
1980년대에 소련에서 기존 T-80 전차의 차체를 공유하면서도 무장, 장갑, 엔진을 개선하였으며, 포탑 역시 재설계하면서 방어력도 향상되었다. 여기에 반응 장갑으로 방호력을 더욱 개선했고, 이러한 성능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동안 개발되었으며,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받아들인 T-80U 계열 전차는 현재까지도 운용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이 러시아로부터 증여받은 T-80U 전차는 수출용으로 다운 그레이드된 수출용이 아닌, 실제 러시아군에 배치될 새 모델 33대였다. 즉, 당장 임무에 투입해도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모델과 동일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러시아가 수출용 다운그래이드를 하는 국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한국은 어떻게 이를 러시아로부터 받아낼 수 있었을까?
부채 현물 상환 사업, 불곰사업
전차만 가져온 게 아니다
이는 구소련을 계승한 러시아가 구소련이 한국으로부터 받은 차관 중 일부를 현물로 상환하면서 진행된 무기 도입 사업, 불곰 사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불곰사업은 총 3차례에 걸쳐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의 항공우주, 군수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준 사업이기도 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가져온 무기 중에는 앞서 언급한 T-80U 전차 외에도 메티스-M 대전차미사일 70문, BMP-3 장갑차 33대, 이글라 휴대용 대공미사일 50문도 포함되며, 이를 한국에서 역설계하는 과정에서 국산 무기 개발에 핵심적인 기술들을 알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K-2 흑표, 천궁, 신궁 개발 도움
하지만 IMF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언급했듯이 이 무기들은 이후 천궁, 신궁 등의 국산 미사일 병기 개발에 큰 영향을 주었고, T-80U 전차 도입은 현재 방산 시장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K-2 흑표 전차를 개발에 필요했던 핵심 기술들을 얻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마냥 불곰사업을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결국 러시아는 이를 빌미로 한국에게 받았던 외환 차관을 갚지 않았고, 이에 따라 한국의 외환 보유고 관리에 차질이 발생하여 IMF 경제위기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