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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Feb 24. 2021

아이의 용기는 가슴에서 나온다

흔들리지 않은 편안함이 아닌 용기

첫째 아이는 어느덧 5살이다. 이제 3년만 있으면 벌써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시기이다.

둘째는 3살이긴 하지만 아직 한창 아기 같은 모습이라 둘을 보는 건 상당히 많은 시간과 보살핌이 필요하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나서, 브런치 북으로 묶을 이야기들을 쓰기 위해 우리 첫째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썼는데

아이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넌 참 용기가 많은 아이구나"


우리는 살면서 남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고 자신이 한 말이 남에게 트집 잡힐까 두려워 말을 조심스럽게 한다.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은 용기가 있는 사람이고, 어느 옛 광고에서처럼 다른 사람들은 모두 yes라고 할 때

본인은 no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힘든 세상이 되어버렸다.

나의 같은 경우에도 뉴스 기사들을 보면 이상한 댓글에 답글을 남길까 싶다가도 진흙탕 싸움이 될 것 같은

마음에 답글을 적으려는 마음을 과감하게 접어버린다.

사실, 내 댓글 밑으로 반박하고 욕하는 댓글이 달릴까 후환이 두려운 이유도 있다.


언제부터 나는 남의 이유 없는 비난을 무서워하고, 내 의견을 냈다가 남들이 싫어할까 주저하는 그런 어른이

되어버렸다.

결혼을 하지 않고 출산을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마음들을 깨달았을 때가 있는데 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에게 배우는 점이 많다.


첫째의 경우 5살이지만 할 줄 아는 언어가 많지 않다. 또래보다 느린 발달도 문제가 있다. 그러한 행동에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경험한다.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면 부모가 문제 있다고 흔히들 생각한다.

그런 편견과 견해는 어쩔 수 없는 것이기에 굳이 반박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 또래보다 다르다는 것은 어느 정도 부모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니까.

그럼에도 나는 아이를 방치하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무엇이든지 해주려고 한다.

다만, 그것을 따라오지 않을 때는 속상하고 화가 날 때가 있지만

아직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신랑의 말을 듣고 난 뒤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이들을 보내고 어린이집에서 활동한 사진들을 보면 유독 우리 아이의 행동이 더 뒤처져 보인다.

동영상과 사진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상했다. 겉으로는 나는 잘 웃는 편인데 어느 순간 웃음을 잃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과 느린 아이를 키운 다는 것.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자면 끊임없이 지하 땅굴로 들어가는 기분인데

어느 날은 문득 깨달았다.


나는 우리 아이보다 못하다는 것을.

아이는 어린이집을 참 좋아한다. 주말이 되면 어린이집 가자고 신발을 챙겨 오고 밖에 나가자고 보채는데

어떨 때는 다른 사람들 앞에 아이를 내보이는 것이 주저할 때가 있었다.

괜찮은 척 용기를 내어도 나는 아직까지 5세의 또래 엄마들이나 같은 엄마들에게 밥 한번 먹자고

말하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비교대상이 될 아이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하지만 우리 아이는 땅굴에 있는 나보다도 세상과 소통하기를 원하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진심으로

원한다. 모르는 어른들에게 손으로 인사를 하고 밝게 웃고.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용기를 내어 보이며

살아가고 있다.

남의 눈치를 보고 정해진 삶 안에서만 살려고 하며 큰 틀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은 32살의 나보다는

이제 겨우 5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더 잘 알고 있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며, 어떠한 편견과 고정관념에서도

벗어나 있는 멋진 5살의 아이

가슴에서 나오는 용기 하나가 내 마음을 울린다.

나도 그런 아이를 보며 다짐한다. 조금 더 용기를 내서 너 만큼 엄마도 이 세상을 살아가야지!

남들의 시선을 생각하다가 나를 놓쳐버린 건 없는지, 앞으로도 원하는 것을 미루고 있지는 않은지

오늘 하루도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또한, 아이의 행동으로 나와 같은 엄마는 한 편의 철학을 깨우친다.!

돈을 주고도 못 살 비싼 값어치의 철학을 말이다. 용기라는 것은 돈 주고 살 수 없기에 그저 가슴속에서만

나와야 인생을 더 멋지게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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