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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Apr 19. 2021

가식 같은 감사 합니다라는 말을 달고 삽니다

나는 달라


요즘에는 하루의 시간을 단위로 쪼개어서 써도 할 일이 많고 해야 될 일도 많아 머릿속이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었다.

원래는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혼자 산책도 가고 옷 구경도 가며 그렇게 보냈을 시간인데 거의 집에서

글을 쓰는 작업을 하며 , 육아를 하고 첫째 아이와 센터를 보내면서 지내고 있다.

결혼하기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직장을 다니며 일을 했었는데 그때의 나를 떠올려보면 굉장히 감정적이고

총대 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유난히 남의 일에 동감을 많이 하고 들어주기를 좋아하고 그 일을 해결해주고 싶어 하는 유형의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그런 유형의 사람들이었다

이런 모습이 정의로운 모습인 줄 알았는데 나이를 먹고 온갖 사람을 마주하다 보니 관심과 격려는 적당한 선에서 끝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남에게서 관심과 신경을 끄고 내 할 도리만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어쩌면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내가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고 PR 하고 다녀도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은 한정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글을 쓰면서 제일 많이 하는 건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예전이라면 이주일에 한 권씩 읽으며 지내왔는데

지금은 하루에 3권 정도를 번갈아서 읽는다. 하나는 육아에 관련된 책, 그리고 소설을 쓰는 작법서, 또 한 가지는

감사하게도 리뷰를 의뢰받은 책까지

머리에 있는 용량은 정해져 있는데 꾸역꾸역 이것저것 다 집어넣으려고 하니 내 머리가 과연 버텨줄까

걱정도 든다.


어제 육아에 관한 책을 읽다 위로를 받은 적이 있었다.

하루에 5페이지 이상은 읽어야 되겠다는 마음으로 첫째와 둘째가 놀고 있을 때 책을 읽는데 그 책 중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자는 구절이 나왔다.

작가는 오은영 교수님의 책으로 이 분의 책을 읽게 된 건 이 책이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그 내용이 육아에 관한 내용인 줄 알았으나 에세이 구절같이 내 마음을 절절하게 위로해주는 구절이었다.


평소 나는 어딜 가거나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달고 사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대방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는 마음도 있지만 사실 그 말을 하고 나면 내가 굉장히 좋은 사람이 된 것 같고 젠틀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나 자신으로서도 뿌듯하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나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인상에 심어줄 수 있으니 정말 좋은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살아가다 보니 , 그 말이 굉장한 오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을 위하는 말이 아닌, 어쩌면 남의 눈치를 굉장히 많이 보는 나이기에 그 말을 어쩔 수 없이 달고 사는 건 아닐까? 진짜로 감사한 마음이 아닌 나를 좋은 사람으로 봐주세요 나는 진상이 아니에요 라고 속으로 말하고 싶었던 건 아녔는지, 나는 정말 좋은 사람이 맞는 건지 이 모든 게 가식이라면?

그저 남에게 잘 보이고 싶고 또한 욕을 먹지 않고, 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좋은 사람이라고 포장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행동 등을 참고 살아왔던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마음이 든다.


책에서는 그런 구절이 나온다.

나를 무시하고 나에게 불친절한 사람으로 인해 내 마음을 빼앗기지 말자는 내용.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는 일을 너무 마음에 두지 말고 별일이 아닌 데도 별일처럼 생각해서 내 자존감마저 무너트리는 행동을 하지 말자는 그런 내용의 글이었다.


정말 나에게는 필요한 내용의 글이었다.

일상생활 도중 어딘가를 가거나 직장을 다니면서 일을 하거나 그럴 경우에 나에게 해가 되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불친절하고 무례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을 때는 나는 왜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사람일까 라고 자책까지 하게 된다. 내 자존심과 자존감마저 상처를 받게 되는데

이 사람들은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처럼 그저 마주했다가 내 어깨를 스치고 떨어지는 꽃잎처럼

하지만 나는 그 땅에 떨어진 꽃잎을 다음 봄까지 기억하지 않는다.

아름다웠던 추억들은 바람에 흩날려서 점점 잊혀가는데 나에게 상처 주었던 사람들과 그 시절들은 잊히지 않는다. 그 기억들은 나를 옭아매며 옥죄인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기억들을 잊어버리고 나를 버리고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그 마음까지 놓으려고 한다.


감사합니다를 달고 사는 이 마음이 어느 때는 나 자신이 가식으로 살고 있다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남의 말로 인해 내 하루의 기분을 망치는 일은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 마음이 항상 자리하고 있어 누군가도 나에게 친절을 베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나만의 욕심일 수도 있으니 조금은 편하게 세상을 살아보려고 한다.


그리고 끝으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끊을 수는 없겠지만 나에게 불친절했던 사람들에게까지 "감사합니다"라며

사는 삶을 더 이상 끊어내려 한다.

이젠, 남을 위한 삶이 아닌 나를 위해 사는 삶과 마주하고 싶다.

나쁜 말에도,불쾌한 언행에도,무례한 참견에도

"그랬어요 하하하" 웃어넘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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