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uis Dec 04. 2020

"이래서 전문가 손길을 빌려야 하나 봐요."

유치원 현장학습 서칭 플랫폼 프로젝트 제작 스토리 (2/3)

2019년 11월이 끝나가고 추위를 많이 타는 내가 패딩을 꺼내 입기 시작한 날, 클라이언트와의 두 번째 미팅이 이어졌다.


첫 번째 미팅이 끝나고, 우리는 약 열흘 정도의 기간 동안 클라이언트의 아이디어를 플랫폼화 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고, 전 세계 유아 관련 플랫폼은 다 뒤지고 다녔다. 이렇게 생각하고(Think), 뒤지고(Search), 제작하는(Make) TSM과정을 마치고, 플랫폼에 대한 기획을 가지고 두 번째 미팅은 이루어졌다.



Client - " 드린 게 없어서 고생 많으셨죠. "

    나    - " 다들 비슷하시죠. 그래도 필요한 정보들을 주셔서 한결 수월했습니다. 하하 "

Client - " 진짜 드린 게 없어서 미팅하고 나서도 걱정이 많았습니다. "

    나    - " 그나저나 조사하느라 주변 유치원도 가서 알아보니, 다른 곳들도 고충이 정말 상당하더라고요. "

Client - " 네. 아마 거의 모든 원장님들이 공감하실 겁니다. "






# 누구에게나 익숙한 디자인은 있다.



지난번 미팅에서 클라이언트가 우리에게 가장 처음 이야기한 건, 근무 중인 직원들의 고충이었다. 그만큼 Needs가 크다는 것은 사실 우리한테 오기 전에 이 플랫폼의 가장 큰 목적이 정해진 것이기도 하다. 수익창출보단 Needs 해결이 이 플랫폼의 주목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린 '수익보단 편리하게'이라는 큰 목적을 인쇄하여 회의실 TV 모니터 옆에 실제로 붙여놓고 회의를 하였다. 아주 많은 의견을 조율하다 보면 자칫 목적이 희미해지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물리적 조치'였다.



    나    - " 기본적으로 디자인은 야놀자나 에어비앤비를 따라가려고 합니다. "

Client - " 혹시 이유가 있나요? "

    나    - " 아무래도 오랜 시간 사용자들이 익숙해진 UI/UX는 존재합니다. 그걸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

Client - " 그럼 정말 똑같아 보이는 거 아닌가요? "

    나    - " 하하하. 그러면 안되죠. 기본적인 UI/UX만 유지하며 제작하는 거라  절대 그러지 않을 겁니다. "



UI/UX를 에어비엔비를 따라가기로 했던 것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 디자인팀장은 더 좋은 UI 설계를 할 수 있을 거라며 계속 반대했으며, 다른 직원은 에어비앤비는 유저 친화적(User-Friendly)이지 못하다며 반대하였다.


하지만 나와 개발팀의 대부분은 야놀자와 에어비앤비가 자신들의 UI를 사용자들이 익숙하게 하기 위해 한 수많은 노력이, 무조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으로 맞섰으며 결국 에어비앤비의 UI/UX 분석을 다시 한번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결국 에어비앤비가 플랫폼 내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한 금액이 50억이 넘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따라가기로 결정되긴 하였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완벽한 비즈니스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아니, 만약이라도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 이런 게 있으면 무조건 이용할 거 같은데요?



전체적인 형태에 대한 컨펌이 긍정적으로 이어지자, 나는 어느 정도의 확신을 얻으며 이 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떠한 플랫폼이든 얼마나 잘 만들어놓던지 사용자들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거의 모든 제작물들의 숙명이랄까.) 그래서 신규 사용자들이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하는지가 중요하고, 어떻게 다시 이용을 하게 할지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며,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여러 항목 중 이미 어느 정도 해결된 것이 있다. 바로 '신규 사용자'들에 대한 마케팅이다. 이는 1차 미팅 때 내용을 꽤 벗어난 이야기라고 생각되어 다루지 않았는데, 이미 원장님들은 현장학습지 관련하여 오래전부터 고민거리였고, 이를 해결해 줄 플랫폼이 있다면 오히려 기존보다 비싸더라도 이용할 것이라고 했다.



    나    - " 그렇다면 고객들의 재구매를 위해선 포인트샵을 운영하는 건 어떠세요? "

Client - " 포인트샵이요? "

    나    - " 원장님들을 위한 포인트 샵을 만드는 겁니다. 예를 들면 유치원을 위한 교구를 판매하거나, 원장님들을 위한 물품들을 판매하는 거죠. "

Client - " 현대카드의 M포인트샵 같은 거네요? "

    나    - " 맞습니다. 여러 곳에서 하고 있지만 가장 유명한 건 M포인트 샵이죠. 다른 기업들은 '사내 복지몰'로 많이 이용하죠. "



우린 원장님들만의 M포인트 샵을 제안했지만, 클라이언트는 동의를 하면서도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부모님들이 알게 되면, 민원이 들어올 수도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이는 내부 미팅을 하면서 나왔던 의견 중 하나로 실제로 주변 유치원에 물어본 결과, 비슷한 경우로 민원이 들어왔던 적이 있다는 대답도 들었다. 근데 반대로 내가 부모 입장이라도 충분히 오해를 할 수 있겠다고 이해가 되었고, 우리는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했었다.



퍼블리셔 1(미혼) - " 근데 제가 생각해도 진짜 그럴 것 같아요. 내 유치원비로 원장이 개인물품 사는 느낌이랄까?

기획자 1(기혼) - " 솔직히 유치원에서 큰돈 나갈 때마다 뒷돈(?)이 없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원장님들도 사람인데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

퍼블리셔 2(미혼) -" 그럼 그걸로 개인물품이 아니고, 공용물품을 사면 되지 않나요? "



이게 내가, 그리고 스프린트가 웃고 떠드는 회의를 하는 진짜 이유다. 우린 미팅 중 여러 의견들을 나누다가 돌파구를 찾아냈고, 이걸 발전시켰다.



    나    - " 포인트 샵이 안 좋게 보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거기서 유치원 공용물품이나, 교육자재들도 살 수 있게 하는 건 어떨까요? "

Client - " 오, 그거 좋네요. 아! 마침 제가 아는 도매업 하시는 분이 계세요. "

    나    - " 너무 나이스 한데요? 조금이라도 싸게 팔 수가 있겠네요. 그 외에, 종이 접기나 만들기 설명서를 무료로 다운로드하게 해도 되고요."

Client - " 너무 좋네요. 이러면 눈치 볼일도 없고,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



그래서 원장님들을 위한 물건뿐만이 아닌, 교육자재들이나 원내 필요한 물품들을 판매하는 포인트 샵을 만들기로 하였다. 그리고 무료 또는 약간의 포인트로 그림 그리기, 종이 접기와 같이 PDF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교육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도 제공하기로 결정하였다. 클라이언트가 결정을 망설였던 것과 같이, 고객을 위한 혜택이 도리어 고객을 쫓아내는 상황이 올 때도 있다. 그렇기에 철저한 환경 분석이 있어야 하며, 환경 분석이 미흡하다면 클라이언트가 귀찮을 정도로 붙잡고 물어봐야 한다.(제발 모르면 물어봐야 한다. 제발.)



# What 보다는 Where



이제 플랫폼에 대한 가장 중요한 뼈대가 어느 정도 결정이 되어갔다. 하지만 우리가 마지막까지 고민을 하던 것은 바로 '임팩트'였다. 어떤 플랫폼이든 꼭 '임팩트'는 필요하다. 플랫폼의 임팩트는 때에 따라 디자인이 되기도 하고, 때론 어떠한 작은 기능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린 아직 그게 없었다.


그래서 그 임팩트를 찾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한번 세워보기도 하며, 벤치마킹을 위해 온갖 어플들을 다 뒤지고 다니던 때. 나는 좀 더 많은 의견과 조언을 위해 조카가 다니는 유치원에 갔던 적이 있다. 마침 조카가 보고 싶기도 했고, 그 핑계로 겸사겸사 의견도 여쭤볼 겸 해서 방문한 유치원에서 뜻밖에 귀인을 마주쳤다.



유치원 선생님 - " 생각해보니 정말 필요한 거네요. 아마 그거 있으면 저희도 많이 이용할 것 같아요 진짜! "

        나           - " 혹시 그럼 선생님을 장소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있으신가요? "

유치원 선생님 - " 아마 가격도 제일 중요한 거 같고... 실내인지, 실외 인지도 중요하고... 근데 제일 중요한 건 가까운 곳이에요. 아마 다 그럴걸요? "

        나           - " 네...? "

유치원 선생님 - " 아이들이 버스를 오래 타면 너무 지루해하거든요. 성인에 비해선 차멀미하는 아이들도 많고요. 그래서 일단 가까운 곳을 찾아보는 편이에요. "



" 가까운 곳 " 



유레카를 외치고 싶었다. 조카를 데리러 오가며 몇 번밖에 못 본 선생님이었지만, 정말 큰 절하고 가야 되나 생각될 정도로 고마웠다.

저 이야기를 듣는 순간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보았던 수많은 플랫폼 중 어떤 한 기능이 떠올랐다. 바로 위치기반 서비스였다.


이를 내부 회의에서 제안했고, 어렵지 않다는 개발팀에 이야기를 전달받은 나는 이를 '임팩트'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위치 기반 서비스가 적용된 숙박 어플 '여기 어때 >



    나    - " 모든 체험학습장 리스트에 '위치기반 서비스'를 적용시킬까 합니다. '여기 어때'라고 아시나요?

Client - " 아~ 압니다. 이렇게 하면 가까운 데로 가는 게 가능하겠네요! 이거 좋은데요? "

    나    - " 플랫폼을 이용하는 타깃층이 조금 더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자, 이 플랫폼의 특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Client - " 분명히 알고 있었던 불편함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했네요. 이래서 전문가 손길을 빌려야 하나 봐요. "



나의 가장 큰 목적은 프로젝트의 완성도와, 클라이언트의 만족이다. 웹을 넘어서서, 어떤 에이전시가 되었든 PM의 역할은 그럴 것이다.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 프로젝트의 '화룡정점'이 이루어지는지, 어떤 부분에서 클라이언트의 '만족'을 이끌어내는지에 대한 건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나는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위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면, 클 아이언트의 만족은 따라올 거라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클라이언트의 아이디어를 '플랫폼 화'시키는 기획기간에 대한 피드백이 마무리되었다. 큰 변동 없이 마무리되었기에, 내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미팅을 마무리 지었다.





[Project Story] 첫 번째 이야기. 유치원 현장학습 서칭 플랫폼 프로젝트 제작 스토리


①  " 정말 아이디어만 가지고 와도 되는 거였나요? "

②  "이래서 전문가 손길을 빌려야 하나 봐요."

③  플랫폼 안정화를 위한 3가지

작가의 이전글 "정말로 아이디어만 있어도 되는거였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