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없이 무거워지는 마음이 가여울 때
요즘 들어 비나 눈이 자주 온다. 그 덕분인지 내가 일하고 있는 기관을 찾는 의뢰인이 조금은 뜸해지고 있다. 날씨가 빨리 어두워져서 그런가, 마음도 갈수록 차분해진다. 그런 날들을 보내고 있던 중 이런 일이 있었다. 오늘 점심을 먹고 난 뒤 다른 건물에서 일하시는 분과 대화할 시간이 생겼다. 그분의 표정에는 생기라곤 없었다. 기빨렸다는 말은 그분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었다. 궁금한 나머지 내가 그분에게 먼저 물었다.
" 선생님 무슨 일 있어요? 기가 다 빨린 표정인데.."
그러자 선생님은 한숨을 내쉬며 그 이유를 토로하기 시작했다.
"본인이 하면 되는 일인데 저에게 아무렇지 않게 통째로 넘겨주더라고요. 차라리 좀 도와달라고 하던지 하면 생각을 좋게 해 보겠는데 일을 저한테 다 맡겨버리시네요."
내가 그 입장이 되어도 피곤할 것 같다고 자연스레 생각했다. 결국 그 일은 다른 팀에서 잘 처리해 주었다 다행스러운 결말로 끝났다기에 안심이 되었다. 일이 힘들었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이유가 있다. 바로 그 이야기를 내게 말하며 나아졌던 그분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람은 감성적인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이나 생각을 다른 사람과 나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벼워지는 게 있다. 바로 마음이다. 마음이 가벼우면 움직이기 좀 더 쉬워진다. 그러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가볍게 빨리 달려들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생긴다. 결국 말하고 싶은 건 이 말이다.
직장 동료든, 친구든, 연인이든, 가족이든 꼭 누굴 특정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인생을 잘 나아갈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면 누구든 좋다고 생각한다. 일부러 그런 사람들을 힘겹게 찾아 나설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인생이 좀 더 가벼워질 수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