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사람들도 예외는 없더라고요
출판을 준비하던 중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한 구간이 생겼다. 자금에 관한 것은 아니고 등록을 해야 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좀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올해 2월부터 이번 연도가 끝나가는 12월까지 가족들에게는 거의 숨기다시피 했던 책을 내는 과정에 대해 결국은 이야기하게 되었다.
"엄마, 나 사실 그동안 책을 내려고 준비를 했었어, 책은 다 썼고 등록을 해야 하는데 좀 도와줄 수 있어?"
애초에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는 내 행동을 긍정적으로 봐주지 않을 걸 진작에 알았기 때문이다.
몇 분이 흐르고 난 뒤, 후회는 당연하다는 듯 찾아왔다.
어떻게든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스스로 준비를 했어야 한다고 후회했다.
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그 말을 곱씹었다. 특히 이 말이 내 마음을 가장 깊게 찌르고 들어왔다.
"사실 엄마는 네가 예전부터 뭘 하겠다 그러는 게 좀 그랬어."
어쩌면 내 생에 처음으로 가장 열심히 준비한 일에 대한 부정을 당했다. 나보다 글을 훨씬 잘 쓰는 사람들, 좋은 책을 낸 사람들이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것은 이미 알고 있다. 근데 난 그렇게까진 잘 되길 바라지 않았다. 내가 그런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싶어 시작한 글쓰기가 아니다. 그냥 내가 쓴 글이 세상에 나왔을 때 좋은 반응이든, 무반응이든 혹은 글을 정말 못 썼다는 평가를 받든 그저 세상에 내보이는 시작을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건 너무 터무니없다는 말을 들었다. 책이 팔리기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니, 직장을 먼저 잡아야 한다느니,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며 신경 써야 할 것 또한 얼마나 많은지 등의 조언을 가장한 설득이 내게 쏟아졌다. 안다. 저 말들에 거짓은 없다. 현실이 그렇다. 그래서 더욱 비참했다. 내가 그동안 열심해 노력했던 것들이 다시금 방황의 일환으로 치부된다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다.
나는 그 말들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 말도 맞지, 근데 나도 그걸 고려 안 한 건 아니야."
라는 말만 연거푸 뱉었을 뿐이다. 그렇게 한바탕 태풍이 지나갔다.
예전 같았으면 그런 풍파에 정신을 못 차리며 그저 쭈그린 채 울고 있었을 거다. 글을 쓰는 지금도 마음이 정말 좋지 못하다. 하지만 지금은 마냥 그렇진 않다. 어떻게든 무너진 마음을 다잡고 일어나야겠다고 다짐한다.
이전에 내가 어떠한 일을 하려거든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영상을 봤던 기억이 불쑥 떠오른다.
그 말이 맞았다. 근데 대부분 자랑을 하고 싶든, 도움을 구하고 싶든 어떻게든 내가 가진 계획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한다는 것 또한 기억난다. 이제 내가 그 영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여하튼 이야기 끝에 전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 내가 준비하는 꿈을 부정할 수 있다.
그래도 무너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 소중한 사람들은 절대 내가 망하길 원해서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깊은 걱정에 그런 말을 한다. 그렇다고 그게 내가 꿈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놓아버릴 이유가 되진 않는다. 아직 가족들에게 내가 쓴 책을 보여주진 않았다. 책에 대한 마무리를 최대한 빨리 지어서 인쇄를 한 뒤 가족들을 설득하러 갈 것이다. 그렇게 내 꿈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다시 확인하려 한다.
여러분들도 그런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나답게 산다는 것을 스스로 부정한다면 그 누구도 나를 긍정해 주는 사람이 없단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