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경심 Mar 11. 2024

나에게 주는 선물

지역 소식지에 인물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어요. 최근엔 50년간 한길만 걸어온 은공예가 명인을 취재했습니다. 2014년 중국 시진핑 주석의 한국 순방 국예품으로 명인의 작품 ‘칠보 꽃다관’이 선정되기도 했죠. 

 은공예 작업은 오롯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데 은 주전자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만 번의 망치질이 필요하며 완성하는데 평균 열흘 이상이 걸린다고 합니다. 작품성 또한 뛰어나기 때문에 작품들의 가격은 상당히 고가입니다. 


 인터뷰 중 인상적인 스토리가 있었어요. 어느 날, 명인의 작업실에 어느 여성분이 찾아와 말씀하셨대요. 힘들고 지칠 때 명인의 공방 블로그에 올라온 작품들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위로를 받았다고요. 그리고 이제는 작품을 곁에 두고 싶어 직접 사러 왔다고 합니다. 여성분이 말했습니다.


“제가 이 작품을 살 여유가 충분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동안 고생하고 살아온 저에게 꼭 선물하고 싶습니다.” 


명인은 그 말에 무척 감동했다고 해요. 사실 명인은 그동안 자신이 만든 작품들을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까워서 감히 쓸 수가 없었다고 해요. 그러나 그 여성분이 방문한 이후로 자신이 만든 작품 은주전자로 물을 끓이고 은으로 만든 커피 드러퍼로 커피를 내려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명인은 이 시간을 힘든 일을 마친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여긴다고 합니다.


저는 그날 명인이 내려준 커피를 마셨습니다. 그러한 스토리를 듣고 마신 그 커피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커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광이었죠.


삶의 힘든 순간과 도전 속에서도 우리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물론 이 선물이 고가의 물건일 필요는 없습니다. 좋아하는 음악 듣기, 짧은 산책, 일몰 감상하기 등 일상 속 작은 행복을 찾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전 01화 기본으로 돌아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