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 진료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는 한 여성분이 보였다. 코 앞에서 생방송으로 들리는 그 여성분의 신음소리를 들으니 검사 키트를 들고 있는 내 손에 괜스레 땀이 나는듯했다. 옆에 있는 남편에게 소곤거렸다.
"저거 봐요. 저 거봐. 아픈가 봐. 아프다니까. 어떡해.."
하루 전날 밤에 인터넷을 폭풍 검색해서 코로나 검사 후기를 읽었다. 마치 내가 검사를 받아야 하는 시점을 딱 맞추는듯 즐겨보던 웹툰에서는 작가가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받은 에피소드가 올라왔다. 그 어떤 글보다 웹툰에 상세히 그려진 주인공의 고통스러운 얼굴을 보고 나니 잠자리를 설칠 수밖에 없었다.
'하.. 나 코로나도 아닌데. 꼭 검사받아야 하나?'
출처: 네이버 웹툰 <독립일기>의 한 장면
고생하시는 의료진을 위해 아파도 소리 내지 않기로 다짐했다.
지금 내 손에는 검사 키트가 있다. 고생하시는 의료진을 위해 아파도 꾹 참아보자 다짐했다. 그곳은 지하철역 앞에 설치된 임시 선별 진료소라서 야외 의자에 앉아야 했다.이제 내 차례다.그런데 방금 전 그 비장한 다짐은 어디 갔는지, 그 와중에 "혹시 타액으로만 검사하면 안 되나요?"라고 의료진에게 물었다. 소용없었다. 꽤 길어 보이는 도구를 내 콧속으로 쑤ㅡ욱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코가 시큰하고 눈에선 눈물이 찔끔 날 때까지 그것을 계속 후빈다. '도대체 언제까지 후비는 걸까'란 의문이 들 즈음 채취는 끝난다.
앞에 여성분이 왜 그리 소리를 내셨는지 한편으론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난 원래 아픈걸 잘 참지 않던가.일주일에서 2,3번 피를 뽑고, 스스로 내 배에 주사를 놓고, 무마취로 난자를 채취하고.. 누군가에겐 이코로나 검사도 충분히 고통스러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내 '별거 아니네!'라며 근거 없는 뿌듯함이 들어 부모님께 카톡을 보냈다.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받아야 한다고 해서 지금 받았어요."
난자 채취를 위해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코로나 음성 결과를 제출해야만 난자를 채취할 수 있다는 병원의 규정 때문이다. 다른 채취자들처럼 수면마취를 하지 않음에도 꼭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여러 번 물었다.
막상 코로나 검사를 받아보니 뭘 그리 겁을 먹었나 싶었다. 난자 채취보다 코로나 검체 채취를 더 겁낸 내가 바보 같았다. 코로나 검사를 한다는 것은 즉 난자를 채취할 수 있다는 의미이므로 나는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될 때마다 오히려 뛸 듯 기뻐해야 한다.
코로나 검체 채취 앞에선 아플 것 같다며 남편에게 호들갑을 떨던 나는 그의 앞에서 덤덤한 표정을 보이고선뒤돌아 혼자 난자 채취를 하러 들어갔다.
나는 호흡기 대신 마스크를 끼고 난자 채취를 했다.채취를 여러 번 겪어도 마음에 품게 되는 두려움은 절대 작아지지 않는다. 무려 1년 만에 무마취로 채취를 해서 그런지 더욱 아팠다. 채취 전 질 입구를 소독하는 과정은 통증도 있지만 내 몸안에 쇳덩이가 들어오는 느낌이라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초음파기가 자궁에 들어가도 힘든데 그것에서 바늘이 나와 난소를 콕- 찌른다. 한 번도 난자 채취를 하면서 입뻥긋 한 적이 없는데 처음으로 "아..!"하고 소리를 냈다. 코로나 검사를 받으며 "아..!"하고 소리내던 그 여자분처럼.
코로나 검체 채취를 마치면 다음날 즈음 양성/음성 판정 문자가 온다. 음성이면 문자가 오지만 양성인 경우 전화가 온다는 후기를 봤다. 전화가 오면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난자 채취도 그렇다. 수정된 배아 개수와 등급이문자나 카톡으로 온다. 하지만 내게는 아침 일찍 전화가 왔다.
채취한 난자 1개는 수정시키지 못하고 폐기했다.
시험관 시술이 길어질수록 내가 바라는 것은 소박해진다. 처음에는 '임신'을 원했는데, 더 시간이 흐르니 '수정'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후에는 내 난소에 '난포'가 1개라도 크기를 바란다. 그나마 이번은 채취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며 자신을 위로한다.
하루에도 수 백번 나 자신에게 "괜찮아"라고 위로를 건네지만 사실 괜찮은 적은 단 하루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