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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화 Dec 01. 2020

#3 아들이라고 펑펑 우는 그녀

아들이라 울지 말아요, 딸이라 울지 말아요.



"에휴.. 딸 낳고 싶었는데.."



 친구가 허니문 베이비를 가졌다는 연락이 왔다. 결혼식 드레스를 위해 날씬한 몸매를 만든다며 호르몬 다이어트라 불리는 걸 하고 얼굴이 반쪽이 되었던 친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속으로 아기가 건강할까라는 오지랖 넓은 걱정을 했다.


 당시 4년 넘게 만나는 사람 조차 없는 내게 결혼은 먼 일, 임신은 더더욱 먼 일이었다. 임신한 친구 이태리 식당에서 점심 약속을 가졌다. 그녀는 파스타와 마게리타 피자를 주문했다. 나는 곧장 카운터로 가서 직원에게 임산부가 먹을 것이니 바질을 빼 달라고 요청했다. 친구는 어리둥절했다. 식사를 마치고 신혼집으로 돌아가면서 그녀는 스타벅스에서 카페라테를 테이크 아웃했다. 그녀에게 카페인이 괜찮겠냐며 임산부보다 더 호들갑을 떨었다. 나는 그냥 어디서 주워들은 얕은 상식으로 그녀를 걱정했다.


 친구는 집에 도착해 초음파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을 가리키며 이때를 젤리곰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내 시무룩한 표정으로 "아들이래..."라고 말하며 한숨을 푸쉬었다.



"의사 선생님이 아들이라고 해서
나 병원에서 나와서
 완전 펑.펑. 울었잖아!"



 나는 그녀를 위로했다.  딸을 원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펑펑'이란 표현까지 썼을까 싶어 내 눈썹을 시옷자로 만들며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 끄덕였다.


 나는 결혼을 하고, 아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녀와는 달리 나는 난임 여성이 되었다.  미혼 때 들었던 "펑펑"이란 표현이 내 귓가에서 '핑핑'거린다.






ㅠㅠ


 얼마 전에 회사 동료가 임신을 했다. 그녀에게 조카의 아기 옷을 나눔 하려고 카톡으로 성별을 물어봤다.


"아들 빼박이라고 의사샘이 그러셨어요 ㅠㅠ"

"ㅠㅠ 저도 매우 블링블링한 옷 입히고 싶었는데.. "

"꿈에서 병원에서 아들이라고 해서 충격 먹고 그런 꿈 꿔요ㅋㅋ 진짜 건강해주기만 바라는데 ㅠ"


 느닷없이 메세지의 "ㅠ"모양이 마치 스테이플러 심인양 그것이 내 가슴을 쿡-쿡- 찔렀다. 가슴이 따끔거렸다. 그녀는 아들인걸 알지만 여아 옷을 올리는 인스타를 팔로우한다고 했다.



 나는 더 이상 눈썹을 시옷자로 만들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았다. 대신,


"성별은 중요치 않아요~
건강함이 중요한 거죠 (윙크)"


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윙크하는 이모티콘을 보냈지만 나는 윙크하듯 오른쪽 눈꺼풀을 깜박이면 눈물이 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녀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잘못이 어딘가에 있다면 '그것은 분명 내 몸 안에 있다.' 


 내가 난임을 겪지 않는다면 나도 '펑펑' 울었을지도 모른다고, 나도 아들이라며 'ㅠㅠ'를 보냈을 거라고 나 자신에게 고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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