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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화 Dec 01. 2020

#5(4-2) 엄마가 너무너무 미안해

엄마는 틀렸다. 나는 참 나쁜 딸이다.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한 난임 병원의 지하주차장, 나는 내 차 안에 있다. 이곳은 안전하다.


 안에서 엄마한테 카톡 메시지를 써 내려가는데 왜인지 손가락이 부르르르 떨린다. 추워서는 아니다. 5월이니까.

 

"병원에 왔는데 희망이 거의 없다고 하네요.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 같다고."

"1-2% 정도 나 같은 여성이 있다고."

"100% 조기폐경이라고."

"의사가 가능성이 없다 하는데 여기를 다닐 수도 없고."



 띠링~♬



 엄마한테 답장이 왔다. 메시지 내용에 관계없이 카톡 알림음은 왜 항상 이토록 밝은 걸까.



"엄마가 너무너무 미안해서,"

"뭐라고 너한테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착한 딸인데.."



엄마는 틀렸다.
나는 참 나쁜 딸이다.



 이제는 내 손가락이 아니라 온몸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엄마의 메시지를 읽자마자 동그란 운전대 12시 방향에 머리를 쾅ㅡ 박았다. 하염없이 눈물이 뚝ㅡ뚝ㅡ 떨어졌다.


'왜 엄마한테 사실대로 말했지?'

'엄마가 미안해할걸 알면서도,

위로받을 사람이 엄마밖에 없다고 생각했을까?'

'왜 참지 못했을까.'


 지금 이 순간, 나 혼자만 아파하면 되었다. 나는 도대체 왜 이 지구 상 나 말고 또 다른 누군가를 아프게 한 걸까.




 


 엄마는 자식인 나에게 미안해하고,

 나는 만나지 못한 내 자식에게 미안해하고 있었다.


'미안해 아가야. 엄마가 너무너무 미안해.'

'이런 부족한 엄마라서.'

'너를 만날 수 없어서.'


 다시 오지 않을 병원의 지하주차장에 내 차는 한참을 세워져 있었다. 괜찮다. 이곳은 안전하다. 혼자 소리 내어 울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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