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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박변 Apr 28. 2022

뉴욕박변: 김승호 회장님과 휴스턴 번개

결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미래를 말하다.

덜컹거리는 길을 따라, 운전을 해서 들어가는데 양쪽으로 끝도 없이 파랗다. 나중에 여쭤보니 162 에이커 (약 20만 평)의 농장이었다. 그렇게 따라 들어가다 보니, "블루 에그 팜"이라고 적힌 문이 나왔고, 가는 길 중간중간에 방문객을 배려한 표지판도 눈에 띄었다.

드디어, 차들이 주차한 곳에 도착하니, 사장학 학생들이 올려놓았던 파란 평상과, 회장님께서 수업하시던 헛간과, 강남의 오피스 한 채 가격이라는 눈에 익은 작품도 들어왔다. 너무나 신이 나서 함께 걸어 들어가는데, 나중에 들으니 우리 셋이 함께 초대받아 오는 친구들인 줄 아셨다고.

들어가니, 헛간 건초에 둘러앉아 있었다. 곧이어 각자 자기소개가 있었고, 회장님께 자유롭게 질문하고 자문을 구하면서, 또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오랜만에 "I belong here"라는 느낌과 예전에 잘 웃고, 농담도 잘하던 나로 돌아가 있었다. 다들 살아온 내공들이 만만치 않았다. 그중 아이가 5인 젊은 엄마와 신생아를 포함해 아이 셋을 두고 온 젊은 엄마 두 분이 가장 인상에 남았다. 그중 한 분은 데이케어를, 다른 한 분은 라이프 코치로 활동하고 계셨다.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대학 때부터 사업을 시작해, 벌써 벤처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아 사업을 하는 친구도 있고, 간호사를 하면서 식당을 두 개 운영하고 계신 사장님, 엄마가 하시던 식당을 물려받아 매출을 두 배 올리고 2호점을 낸 젊은 청년 사업가등. 다들 남들에게 '유별나다'는 소리를 한 번쯤 들었을 결이 비슷한 사람들을 어쩌면 이렇게도 한 곳에 모아 놓으셨는지.



회장님 말씀을 듣고, 넓디넓은 농장을 4륜 구동 카트를 타고 구경하고, 실제로 닭장에 가서 방금 낳은 청란들을 수거하고, 사장학 제자님들이 구워주신 세상에서 제일 맛난 삼겹살도 먹고, 누군가 직접 빚어서 가져다 주신 막걸리도 나눠 마시고, 해가 지자 다 같이 걸어서 반딧불이를 구경했다. 너무나 짧지만 강한 만남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헤어져야 했는데, 아무래도 아쉬웠다.



회장님께서는 방문했던 모든 이들에게 자필로 서명하신 계란 박스에는 각각 6개씩 닭장에서 가져왔던 청란을 선물로 주셨다. 그 계란 박스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Proudly NOT certified by the USDA or Global Organic Alliance. Certified by MYSELF, Jim Kim, for my family and friends." (USDA 세계 유기농 협회 따위의 인증은 필요 없다. 내가,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인증한다). 스노폭스 김승호 회장님 식의 위트다.


내가 스스로 세운 스탠더드가 그 어떤 기준보다 까다롭고 확실하니, 배짱 있게 쓸 수 있는 말이다.


결국 조이와 유펜에서 오신 동갑내기 교수님과 박변네 집에서 2차를 했다. 2차라고 해 봤자, 와인 한잔씩 마시며 수다를 좀 더 늦게까지 떤 거지만, 나는 박변과 오래오래 보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반 농담, 반 진담으로 박앤박 로펌을 차려서 한 번 휩쓸어 보자고 했는데, 왠지 박변과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휴스턴으로 이사를 해야 하나? 이 놈의 조급증.


이번 주말, 처음 간 휴스턴에서 나는 내 평생 가까이하며 계속 함께 성장하고 응원해 주고 싶은 그런 사람들을 만났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내 온 사람들이 함께 모여 생각을 나누고, 그 길을 먼저 간 스승님의 말씀들을 안내서 삼아 또 계속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간다.

사진: Tom Hong 사장님


우리들의 5년 후가 벌써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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