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암센터
갑작스러운 제 암밍아웃으로 놀라셨죠? 따뜻한 응원해 주신 분들 한 분 한 분 너무 다 감사합니다.
저는 어제 다시 귀국을 해서, 오늘 세브란스 암센터에서 정밀검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아침에, 난소암 3기로 투병하셨고 지금은 사회 복귀를 하셨을 양양님의 유튜브를 보다가, 혹시라도 난소암에 대해 더 많은 분들께 제 암밍아웃 과정을 공유하면, 한 분이라도 더 빨리 발견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 시간들을 기록으로 남겨볼까 합니다.
1. 난소암을 발견하게 된 과정
4년만에 한국에 와서, 정기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갔는데요, 채혈검사 결과 중에서 CA125라는 수치가 기준치인 0-38.3 (U/mL)의 거의 세 배가 되는 107.00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CA125는 호르몬이나 생리주기에 따라 높아질 수 있고, 자궁내막이 두꺼운 경우에도 높게 나올 수 있으니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또, 이때 간수치와 갑상선 수치, 그리고 고지혈증이 있다고 해서, 우루사를 비롯한 약을 한 보따리 받아 들고, 동네에 좀 더 큰 병원에 가서 다시 정밀 검사를 받았습니다.
일단 전신 조형 CT를 찍었고, 마모그램, 유방 초음파, 갑상선 초음파, 질 초음파, 그리고 두 번째 채혈검사를 했습니다. CT 결과와 채혈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 당일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께서, 생리 끝나고 5~6일 기다리고 난 후 다시 초음파를 해야 하는데 출국을 해야 한다고 하니, 출국이 문제가 아닐 거 같다고 말리셨지만, 이때까지도 암 얘기는 없었기에 별로 심각하게 듣지 않고 저는 그다음 주에 열심히 서울, 경주, 부산을 오고 가면 신나게 놀았습니다.
그리고 공항에서 뉴욕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탑승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CT 검사와 채혈 검사, 그리고 ROMA 난소암 위험 표 예측 검사, 질초음파의 결과를 종합해 볼 때 난소암이라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친한 친구의 어머님께서 두 달 전 난소암으로 돌아가셨고, 그 친구의 어머님의 경우 재발이 된 후, 3주 만에 급격히 복수가 차 올랐고 응급 수술을 하신 후, 돌아가시기 전까지 계속 항암 치료를 하셨습니다. 그 얘기를 들으니 정신이 버쩍 나더라고요.
난소암 위험도를 측정하는 ROMA는 폐경 전, 폐정 후 둘 다 고 위험군이 나왔고, 저는 아이를 출산한 적이 없고 비만이기 때문에 고 위험군에 해당했습니다. 이 외에도, 노화, 난소암이 있는 가까운 친척, 월경을 일찍 시작하거나 폐경이 늦게 오거나 하는 경우에도 고 위험군에 속한다고 합니다.
2. 난소암, 조직 검사했냐고요?
난소암의 특성상, 난소는 조직 검사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암이 초기 단계라 확실치 않다면, 복강경으로 난소를 떼어낸 후 조직 검사를 통해 확진을 하고, 어느 정도 진전이 된 경우라면, 바로 개복 수술을 통해, 난소, 나팔관, 자궁, 충수, 막, 케이스에 따라 약간의 장을 절제하는 수술을 하고 항암 치료에 들어가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선행 항암치료를 통해, 암을 최대한 줄이고 나서, 수술을 하고 다시 항암을 하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별 초기 증상이 없는 난소암의 경우에는 대부분 3기나 4기에서 발견한다고 합니다. 또한, 난소는 매달 배란을 책임지는 활동적인 장기이기 때문에, 주변 부위나 복강, 림프계를 통해 골반과 복부의 다른 부위, 드물지만 혈류를 통해 신체와 먼 부위 (간이나 폐까지) 전이되기 쉽습니다.
3. 초기 증상을 느꼈나요?
난소암은 위에서 말씀드렸듯, 큰 초기 증상은 없는데 그래도 복부 팽창, 소화 불량, 더부룩한 증상, 생리통과 비슷한 불편함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하루 평균 13-16시간이었고, 때에 따라 20시간씩도 앉아서 일을 했었고, 위산 역류 등 항상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더부룩함과 소화 불량은 매일 있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요. 이 외에, 지난 1년 정도, 8개월 임산부처럼 윗배까지 배에 가스가 가득 차서 가슴보다 배가 훨씬 많이 나와서 때때로 고통스러워했는데, 스트레스 때문에 소화가 안 된다고 생각했지, 난소암의 가능성은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4. 연세대 세브란스 암센터에서 추가 검사
오늘은 세브란스 암센터에 가서 다시 채혈을 하고, 복부 MRI를 45분 정도 찍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동안 서초동 친구 집에 있는데, 경복궁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면, 세브란스 무료 셔틀이 있어서 편하게 갈 수가 있었습니다.
미리 등록한 환자 번호를 가지고, 원무과에서 수납을 하고, 채혈을 먼저 했습니다.
채혈 전 8시간 금식이 있어서 아침 식사 후 금식을 하고, 오후 6시쯤 채혈을 마치고 MRI가 저녁 8시 반이어서 등록만 하고, 그 사이에 지하 1층에 가서 요즘 '우영우 변호사' 때문에 먹고 싶어진 김밥과 순대를 먹고 다시 암센터에 돌아왔습니다.
MRI실에 들어가니, 탈의를 하고, 손등에 주삿바늘을 하나 꽂고, 어깨에도 이미지 흔들림을 방지하지 말라고 주사를 한 대 더 맞았습니다. MRI를 시작하기 전에 복부 쪽에 방사선 가리개를 덮어 주셨고, 귀마개용 이어 플러그 후, 헤드폰을 씌워 주셨는데 여기를 통해, 숨을 들이쉬고 내쉬다 참으라는 지시가 반복적을 나왔습니다. 45분 정도 통에 들어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음 속에서 MRI를 무사히 마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5. 7/25 종양내과 내진
오늘 다시 채혈한 MRI의 결과로 아마 어디까지 확산이 되었는지, 악성인지를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네요. 25일에 종양내과 교수님과 내진 후에 치료 방향이 잡히겠지요. 암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20%에 희망을 걸고는 있지만, 암이라도 말 잘 듣고, 잘 치료받고 갈 예정입니다.
6. 난소암의 생존율과 재발률
난소암은 5년 생존율이 50:50이고, 2년 안에 재발하는 경우가 무려 80%라네요. 그래서, 이번에 잘 치료를 마쳤다고 해도 경우에 따라 매 달마다 또는 3개월마다 재검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항암치료 말고도, 요즘에는 표적치료 (암세포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치료법)도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몇 년 전부터 표적치료제에 대한 보험은 하나도 안 되도록 법이 바뀌었다네요. 그러니, 현실적인 문제가 고민이 되더라고요.
오늘 세브란스 암센터를 방문하고, 다시 한번 대한민국 의료선진국임이 확 느껴졌습니다. 암센터라 그런지 다들 잘 도망가고 숨는다는 제 핏줄을 한 번에 똬~악 찾으셔서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시설도 깨끗하고 모두 친절하셨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 또 업데이트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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