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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 Feb 25. 2022

숙소 구하기 그 뒷 이야기

인터넷과 현실의 간극

점점 제주살이 윤곽이 잡혔다. 남편은 육아휴직하고, 아이들은 어린이집 퇴소하고, 나도 맡은 것 다 끝내놓고 떠난다. 머리로 생각만 했던 일들이 점점 하나 둘, 현실로 다가오니 덜컥 겁이 났다.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안 해보고 후회할래? 해보고 후회할래? 등의 질문을 받는다면 주저 없이 후자를 택하는 나는 이제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가는 길을 택했다. 남편과의 조율(?)을 통해 기간은 정했으니 이제 예산 내에서 숙소를 정하면 된다.     


이제껏 제주여행을 신혼여행 포함 6번이나 다녀갔다. 짧게는 2박3일에서 길게는 9박10일을 지냈던 제주에서 두 달을 살게 된다면 어느 지역에서 지내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제주도 지도를 보면 하루에도 전 지역을 다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는 그 거리 차가 꽤 되기에 중점적으로 활동하는 지역에 위치한 숙소가 좋다.   

   

고심하는 표정으로 제주도 지도를 한참 동안 내려다봤다. 어디에서 지낼까? 여기도 좋고, 저기도 좋아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내는 기간에 적당한 숙소가 있을까? 여기저기 웹사이트를 가보았다. 많은 정보처가 있었지만 내가 중점적으로 살펴본 곳은 에어비앤비(www.airbnb.co.kr)와 네이버 cafe(제주도 한달 라이프, 제주맘, 일년에 한도시, 제사모 등)였다. 하루에도 열 댓번씩 들락달락했다

.      

열정적인 나의 마음을 대변하듯 마음에 든 숙소는 6곳이었다. 한 달살이(30일) 기준으로 100만원대에서 300만원대까지 분포했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많게는 하루 숙박 기준 10만원대까지만 살펴봤다. 그 이상은 나도 양심이 있어 차마 쳐다볼 수 없었다. 입이 떡 벌어지는 숙소는 하루 기준 20-30만원대라 한달비용으로 환산하면 600만원 이상이었다.      


가능성 있는 숙소 6곳을 찾아놓고 남편을 불렀다.

“여보~ 가성비 있는 숙소부터 당신이 원하는 숙소까지 금액대별로 찾아봤어. 이 중에서 어떤 숙소로 정하지?”

남편이 오케이 한다면 당장이라도 계약금을 넣고 일을 진행할 기세였다. 내가 본 것은 인터넷상에 올라온 사진과 설명이 전부였다. 이미 사진만으로 마음은 기울었다. 이정도면 우리가족이 지내기 충분하다 싶었다.    

 

“사진만 봐서는 모르겠는데? 직접 보고 계약해야 좋지 않을까?”

남편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당장이라도 계약금을 넣으려던 나는 멈칫했다.      


“이 정도 사진과 설명이면 충분한 것 아니야? 꽤 좋아보이는데? 그럼 당신은 직접 가서 보고 결정하겠다는 거야?”

나는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바쁘잖아, 언제 제주를 다녀오려고? 가능하겠어?”

이만큼 알아봤으면 됐지, 대~충 계약하고 넘어가려던 나는 그에게 물었다.

심사숙고가 뭔가요? 느낌 가는대로 선택하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는 스타일로 살아온 나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남편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렇게 성격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나의 결정하는 방식과 달리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결정하는 남편은 단번에 문제점을 알아챘다. 한두 푼도 아닌 금액으로 숙소를 정하는 건데, 인터넷상에 올라온 사진과 설명만으로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시간을 내서 계약하려는 숙소에 다녀오자는 의견이다. 그것도 아이들을 시댁에 맡기고 단 둘이!!     


“단 둘이서!! 숙소를 알아보러!! 제주에 가자고???”

신혼여행 이후 단 둘이 떠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처음이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언제든 어느 곳이든 한몸이 되어 움직이던 아이들을 떼어놓고, 단 둘이 떠나는 것이라니.

상상만으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뜻밖에 리마인드 신혼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철두철미한 남편으로 인해 나에겐 꿈같은 숙소답사여행이 이루어졌다. 비록 1박2일 일정으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다녀왔지만 아주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왜냐하면 답사했던 숙소 중 인터넷과 현실의 간극이 아주 컸던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랑스럽게 수첩에 메모해 간 숙소들을 한 곳 한 곳 둘러보며 나는 민망한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처음에 들른 곳은 서귀포에 위치한 타운하우스였다. 거실 창 너머로 제주 남쪽바다가 보이는 곳이었고, 집도 2-3층을 쓸 수 있다고 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내려간 그곳은 1층은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었고, 우리는 그 윗층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내가 숙소안내사항을 잘 못본 것일까? 아님 기재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일까? 당황하는 내 얼굴을 뒤로 하고 남편은 숙소 내부를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사진상으로 보았던 바로 그 구조였다. 그러나 사진 앵글 안에 담기지 않았던 부분이 더 있을 것이라고, 즉 그 이외의 공간이 더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정말 딱 사진에 나온 만큼 공간이 있었다.     


“좋긴 한데...우리 넷이 지내기엔 좀 좁을 것 같아.”

남편 말이 맞았다. 

아이 둘이 있는 우리는 이 공간에 아이들이 모여 노는 것을 상상했다. 7살, 5살 한창 뛰어노는 아이들이었다. 뛰다가 부딪혀 울고불고 난리칠 것이 뻔했다.     


그렇다면 옥상으로 가보자. 이 숙소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바로 그 사진 속의 옥상! 푸른 바다가 바로 보이고, 밤이 되면 옥상에 밝은 알전구가 늘어져 있던 그 곳!

기대를 품고 계단을 올라갔다. 올라선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푸른 바다가 맞았다. 그 바다를 앞두고 숙소 앞에는 몇 층짜리인지 모를 리조트 같은 건물이 공사 중이었고, 옆을 바라보니 바로 옆 숙소 사람과 눈이 마주쳐 민망할 거리였다. 

프리이빗한 옥상은 사진 속에 있었다. 현실에서는 무엇을 하든 옆집 사람과 공유할 것 같았다.      


이 외에 다른 숙소들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었다. 사진으로는 차마 담지 못할 그런 사연들 말이다. 바다가 걸어서 10분 거리라고 해서 마음에 들었던 숙소는 우리가 예상했던,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해변 같은 바다가 아니라 배가 정박해 있는 바다였다. 발을 담구고 놀기에는 무리였다. 한적한 제주를 느낄 수 있다고 했던 숙소는 정~~~말 한적한 곳에 있는 숙소였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     

 

남편 말 안 듣고 그냥 계약금 넣어 일을 진행했으면 어땠을까? 상상만해도 아찔했다. 그의 계획적이고 이성적인 판단 덕분에 위기를 면할 수 있었다. 

1박 2일의 찰나 같았던 숙소답사여행을 마치며 내심 우리의 다른 성향을, 정반대의 성격을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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