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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안 Mar 19. 2024

유명세 그게 뭔데 어떻게 하는 건데

작업노트 혹은 잡담노트

May 10th, 2021. Monday.


    과제 구상을 위해 니키 리의 작업을 탐색하다가 - 동일한 주제를 가진 일련의 작업물을 쌓아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The Skateboarders Project - Nikki S. Lee

    일약 뉴욕 예술계의 스타가 되었다는 니키 리. 정체성을 탐구하는 프로젝트들이 매우 흥미로웠는데, 그 흥미와는 별개로 대체 유명세를 얻는 건 언제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일까, 궁금해졌다. 자기 작품을 블로그-그 시절엔 인스타그램도 없었으니-에 올렸나? 아니면 우연히 니키 리의 작업 현장을 지나가던 유명 갤러리의 오너가 대단히 감명받은 나머지 파격적인 개인전이라도 열어줬나?

    그러니까 구체적인 결과물이 있어도 그걸 어디서 어떻게 큐레이팅하냐, 그것이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다. 인스타그램은 빼고 나는 자비에 돌란이 첫 영화로 칸에 간 것도 이해가 안 되거든. 시나리오를 여러 제작사에 투고해서 채택된 걸까? 그 어린 청년이 영화의 제작 비용은 무슨 수로 댄 것이며, 어디서 어떻게 상영을 한 것이냐고.

    이런 부분, 예술작품이 세상에 소개되고 알려지는 과정이 나에게는 항상 답답한 미스터리였다. 그리고 미스터리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고자 주변의 사례를 참고해 보면, 어떤 '기회'를 제안받는 사람들은 보통 강한 개성을 지녔던 것 같다. 재능이나 실력의 유무와 관계없이, 그 제안이 실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대도. 다시 말해 예술가에게는 고유한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꾸준히 작업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깨달음. 왜, 기업이나 대학에서 지원자의 자소서를 한 글자 한 글자 정성 들여 읽어주지는 않잖아. 첫인상, 보통은 그게 제일 중요한 법이다.

시인의 방 (2021)

    얘기가 삼천포로 샜는데, 아무튼 과제를 위한 아이디어 : 가상의 인물을 설정하고, 그 인물의 방을 상상해서 그려보자. 방안의 일부 오브제는 직접 만들어서 사진을 찍은 다음 오려 붙이면 좋겠다. 짧은 글도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지. 우선은 이번 학기에 하나를 그리고, 방학 때 연작으로 이어나가야지.

    적도에 사는 시인, 그 방에는 고대 그리스풍의 화병 속 열대의 새빨간 꽃이 큼지막한 봉오리를 늘어뜨리고 있을 것이다. 화려한 벽지 무늬와 유래를 알 수 없는 기이한 조형물의 눈. 새벽에 더욱 형형하게 빛을 내는 시인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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