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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밴허 May 16. 2021

BTS라는 브랜드-에피소드1

방탄소년단에서 배우는브랜드 전략

   고백한다, BTS를 지켜보면서 지금까지 수년간 해왔던 ‘글로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강의가 얼마나 의미 없었던가를. 강의에서 던지는 문제가 글로벌 환경에서의 효과적인 브랜드 전략이다 보니 BTS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례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이들의 이야기는 지금까지의 브랜드 전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비단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 오늘날의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브랜딩을 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BTS의 존재감은 지금까지의 다른 K팝 스타들과는 정말 다르다.  그것은 비틀스 이후 최초로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3개의 곡을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렸다는 것,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100인에 올랐다는 것,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아시아 가수로는 처음으로 올랐다는 것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글로벌에서 틈새시장이었던 K팝이 세계 최대의 팝 음악시장인 미국에서 주류에 편입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BTS가 세계 대중음악시장에서의 주류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 대중음악의 역사는 BTS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질 것 같다.(혹자는 미국 팝시장도 BTS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도 한다) 이들로 인해 K팝시장은 단순히 아시아 중심에서 주류 시장인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진정한 글로벌이 된 것이다. 특히  ‘다이너마이트’의 ‘빌보드 핫 100’ 1위 진입은 그들의 팬덤인 ‘아미’들에 의한 팬덤 효과를 넘어 이루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BTS의 성공에서 보는 글로벌 브랜딩 관점에서 우리 기업과 브랜드들이 얻어야 할  통찰은 무엇인가?      


BTS의 브랜딩 1: 충성도 높은 팬덤을 형성시켜라.     

BTS와 아미, BTS Live 콘서트(위키미디어)

BTS의 성공 비결에 대한 수많은 논문과 방시혁 대표의 인터뷰를 포함한 기사에서 한결같이 지적하는 것이  1천3백만에 이르는 ‘아미’(ARMY)라는 팬덤이다. 아미는  BTS의 음악적 성공뿐 아니라 브랜딩 관점에서의 성공에서 역시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요인이다. 팬덤은 누구나 원하는 것이지만 ‘아미’는 좀 특별하다.  일반적으로 팬덤은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자체가 삶에 활력을 주는 것임에 비해 아미 팬덤은 열광적인 지지와 응원은 물론 그들로부터 받은 ‘선한 영향력’을 타인과 세상에 적극적으로 쓰기 위해 ‘행동’ 한다는 데 그 차이가 있다.  그럼 무엇이 이 같이 특별한 팬덤을 만들었을까? BTS의 소통방식이다. 이들의 대중과의 소통방식은 만들어진 이미지, 혹은 나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우상으로서의 아이돌이 아니라 자신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내가 가진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와  같다. 위로를 받는 팬들은 이들의 노래를 사랑하고 전파하고 이들이 하는 모든 것에 부모와 같이 이유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낸다. 

물론 이러한 평등의 소통방식은 처음부터 의도된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서도 비주류인 이들이 자본과 기획력으로 무장한 주류들과의 경쟁에서 자신들을 알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SNS를 통한 직접적인 소통이었다. 그래서 그때까지 금기시(여러 가지 부작용과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에) 되었던 팬들과의 직접 소통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의 소소한 일상, 연습하는 모습들이 담긴 영상과 사진들을 콘텐츠로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  팬들은 이러한 소소한 일상까지를 공유하는 특별한 관계로 발전했고, 이들은  BTS의 이념을 지키기 위해 서라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별한 팬덤으로 진화했다.      

스타트업이나 자본력이 약한 비주류 기업들도 해외로 눈을 돌리는 시대가 왔다. BTS의 팬덤 현상을 이런 기업의 관점에 접목해서 볼 수는 없을까?   우선 그들의 서비스와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이념과 철학에 동조하는  서브 컬처(하위문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NS가 만든 세상은 그동안 비주류로 머물렀던 수많은 서브 컬처들을 네트워크를 통해 조직화하고 이들을 결집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좀비처럼 골방에 앉아 식음을 전폐하고 게임에 몰두해, 비주류의 대표였던 컴퓨터 게이머들이 이제는 당당히 수억 원을 벌어 들이는 영웅이 되었고 이런 게임을 욕설하며 해설하는 ‘퓨디파이’ 같은 친구가 최고의 유튜버로 수십억의 돈을 버는 세상에 살고 있다. 자신의 브랜드와 연결시켜 조직화할 수 있는 서브 컬처를 발견하고 그들을 팬덤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그들의 아픔과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함께하는 친구 같은 브랜드를 만들어 보자, 한국의 ‘배달의 민족’이 그랬던 것처럼. ‘배달의 민족’의 초기 브랜딩은 대표적인 배달음식인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서브 컬처에 주목해서 크게 성공했다. 또한 조직의 최말단에 있지만 배달음식 주문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던 ‘조직 막내’들을 위로하는 B급 콘텐츠로 이들을 배민의 광팬을 만들었다.   

  

BTS 브랜딩 시대정신을 진정성 있게 소통하라     


 그렇다면  BTS를 사랑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 시대정신과 진정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BTS는 활동을 시작했던 2013년부터 그들의 메시지에는 시대에 대한 저항, 그리고  자아성찰과 현실참여를 통해 퍼지는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3포 세대 5포 세대 그럼 난 육포가 좋으니까 6포 세대 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 왜 해보기도 전에 죽여 ” – <‘쩔어’ >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저항이, 매우 거칠지만 10대~20대 청춘들의  가슴에 와 닿는다. 언더독 출신의 아이돌들이 이 시대 언더독들의 고민을 이해해 주고 ‘나도 그랬어’라고 말해주는 그 진정성에 전 세계 젊은이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진심 어린 대안을 제시해 준다.      

"어쩌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하자… 우리 인생은 길어미로 속에선 날 믿어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은 오는 거야– <‘Love myself’ >     

이런 한국어로 된 이야기가 전 세계 청춘들에게도 통했다. 방시혁의 통찰처럼 “문화는 달라도, 전 세계 청춘들이 가진 고민의 본질은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대안은 어떤 철학책보다 큰 울림을 주며 청춘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진정성(Authenticity)은 일관성을 가지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천연원료로 만드는 화장품 '러시'의 진정성을 담은 과일가게 같은 매장디스플레이(출처:플리커)

브랜드의 진정성 이슈는 비단 BTS의 사례뿐 아니라 SNS시대 브랜드 전략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알려진 요소다. 비슷비슷한 기능을 가진 수많은 상품과 브랜드가 넘쳐나는 시대이기에 진실 같은 거짓이 판을 치고 심지어 ‘뒷 광고’라는 듣도 보도 못한 용어가 횡횡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정보를 생산하고 전파하는 주체가 된 SNS의 시대에는 그렇기에 진실이 더욱 쉽게 드러 난다. ‘러시(Lush)’라는 영국 화장품 브랜드가 있다. 천연원료를 콘셉트로 한 이 화장품은 모든 제품에 실제로 천연원료를 사용함은 물론 그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샵을 과일가게처럼 꾸몄다. 제품의 포장도 없고, 비누도 칼로 잘라 종이에 싸서 판매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 브랜드는 ‘친환경’이라는 시대정신을 진정성 있게 전달해 성공한 브랜드로 유명하다. 국가 간 문화적 차이가 있지만 소비자의 본질적 고민은 같은 오늘날, 글로벌 브랜딩에 있어 진정성은 제품, 혹은 서비스의 차별적 우위를 더욱 빛나게 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중요한 요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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