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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밴허 May 06. 2021

'쿠팡'에는 없지만,
'29cm'에는 있는 것.

멋지고, 착하고, 엉뚱한 이들이 만드는 브랜드 문화

한국 최대의 e커머스 기업 ‘쿠팡’이 한국 시장이 아니라 미국의 뉴욕 증권 거래소에 상장을 했다. 상장 직후 기업 가치가 시가 총액 기준으로 100조원에 가까워 지면서 한국 주식시장 기준이면 단숨에 삼성전자 다음인 2위규모이고 전통의 유통 강자인 신세계, 롯데를 다 합친 것 보다 더 큰 브랜드가 되었다고 호들갑을 떨던 것이 엊그제인데, 상장 후 2개월도 안 된 시점에 시가 총액이 33%정도가 내려 순식간에 13조 원이 증발해 버렸다고 한다.(그래도 아직 우리 주식시장기준으로 현대자동차 보다 큰 3위 규모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이익을 내지 못하는 이 좀비기업의 성공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쿠팡은 아직 까지 흑자를 내본 적이 없으며 적자가 줄고는 있지만 아직도 연간 적자 5천억원에 누적 적자가 5조에 가깝다. 아무리 미래 가치가 이런 플랫폼 기업을 보는 척도라지만, 같은 조건의 중국의 ‘알리바바’가 오래전에 뉴욕증시에 상장 할 때와 비교해 봐도 영 뭐가 빠져 있는 느낌이다. 당시 알리바바는 1조 8천억원 수준의 이익을 낸 것은 물론, 중국 내 시장 점유율도 70%대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비하면 ‘쿠팡’은 이익은 고사하고 연간 5천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도 역대 최고 라는 지난해에 15% 내외를 달성 한 것을 보면 ‘더 빠른 배송’ 서비스를 차별화된 가치로 주장하고 있는 쿠팡의 기업가치를 우리나라 3번째 기업의 반열에 올리는 것이 탐탁하지만은 않다.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재무 전문가들이 이 회사의 뉴욕증시 상장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 것을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브랜드 전문가로서 대한민국의 대표  플랫폼 브랜드 ‘쿠팡’을 바라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점이 많다. 규모면에서 비교도 안되게 작은 이커머스 브랜드 '29cm'를   보면서  쿠팡에는 없지만 29cm에는 있는 특별함을 느끼는 것은 필자 뿐은 아닐 것이다.


모바일시대의 미디어는 'shop'

상품은 콘텐츠다.


‘쿠팡’에는 없지만, ‘29cm’(29센티)에는 있는 것이 있다. 브랜드가 가진 문화다. 쿠팡의 자기다움을 말하는 문화가 ‘저렴한 가격’과, ‘총알 배송’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그것은 더 좋은 기술과 시스템, 혹은 더 큰 자본이 나타나면 사라지는 ‘더 나은 쥐덫’이기 때문에 언제든 없어질 수 있다. 소비자 인식 속에서 ‘샛별 배송’에 의해 ‘총알 배송’이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29cm’에는 문화가 있다. 다른 플랫폼에서는 볼 수 없는 고객 경험을 끊임없이 추구하며 자기다움을 강화하는 ‘29cm’식의 제품 소개와 브랜드 스토리로 무장한 콘텐츠가 있다. 그들의 멋지고(Goody), 착하고(Hearty), 엉뚱한(Wacky) 그것에 열광하는 팬덤이 있다. 이런 문화를 가진 브랜드의 CEO를 만나는 것은 무척 흥미롭다. 지금까지 e커머스 업계가 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방식의 브랜딩을 펼치며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29cm의 윤자영 대표를 만났다. 물론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직접 만나지 못하고 서면으로 인터뷰를 했지만, 더 깊이 있는 브랜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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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cm’는 가장 싼 물건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보통의 e커머스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반발 앞선 감각을 가진 제품들이다. 내가 원하는 아이템 중 가장 멋진 브랜드만을 골라놓은 곳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건을 꼼꼼히 따져 보지 않아도 나를 대신해 잘 따져 보았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미처 알고 있지 못하던 브랜드를 발굴하고 그들이 지닌 가치를 29cm만의 방식으로 소개한다. 그러면서도 나의 취향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어 왠지 믿고 사도 될 만큼 나를 대신해 좋은 물건을 잘 골라놓았을 것 같다. 

모바일 시대의 미디어는 ‘숍’이고 ‘그 안의 상품은 콘텐츠라고 생각하는 미디어 커머스 브랜‘29cm’를 둘러보고 느낀 필자의 고객 경험이다.  

    

쇼핑을 하지 않아도 삶의 방식과 

아이디어를 얻는 라이프스타일 안내자     


“저희의 고객들을 대신해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을 먼저 경험해보고, 남들보다 딱 반 발자국 앞선 취향을 제안해줍니다. 좋은 안목을 갖기 위한 시간, 노력,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것이죠. 이런 친구가 있다면 친해지고 싶지 않으세요? 결국, 사람들은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들면 움직이게 되어있거든요. 이것이 10년 동안 29cm가 고객들을 만나온 방식이에요.” Guide to Better Choice(보다 나은 선택을 위한 가이드)라는 기치를 걸고 10년째 ’ 자기다움‘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29cm의 CEO 윤자영 대표의 말이다. 29cm의 고객들은 일상의 모든 부분에서 자신의 좋은 취향을 향유하고 싶어 하는 20~30대다. 그들은 아주 바빠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뒤 지하철이나 침대 위에서 짬짬이 시간을 내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 보니 정말 그들에게 친구 같은 고마운 존재일 것 같다. 그런데  29cm은 고객의 스타일과 공간뿐 아니라 마음을 돌보고 머리를 키우는 과정까지 함께하고자 한다. 쇼핑하지 않아도 즐겁게 방문하고 놀다가는 플랫폼, 삶의 방식과 아이디어를 얻는 라이프스타일 가이드로서 말이다.      

커머스를 의미하는 ‘C’, 미디어를 의미하는 ‘M’이 만나 미디어 커머스를 의미하는 29cm라는 브랜드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함의가 있다.  29cm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설렘을 주는 거리’라는 의미를 포함한다고 한다.  고객과 가장 교감이 잘 이뤄질 수 있는 거리가 29cm이며 그래서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고객과의 교감이라고 이해된다. 한편으론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요즘처럼 온라인에서 ‘가격’이나 ‘빠른 배송’을 기준으로 온라인 쇼핑을 평가하는 세상에 29cm처럼 콘텐츠를 통한 교감의 힘만 가지고 장사는 될까? 

윤 대표는 이에 대해 “고객 관점에서 무조건 많은 상품을 비교해서 최저가로 구매하고 싶을 때 가는 쇼핑몰은 따로 있을 거예요. 하지만 선물을 하면 취향을 칭찬받을 만한, 또는 일상을 환기해 줄 만한 독특하고 매력 있는 상품을 사고 싶을 땐 29㎝를 찾게 되는 것이죠”라며 다른 이커머스 브랜드와 29cm의 차이를 말한다. 그러면 그런 고객들이 과연 얼마나 많을까에 대한 우려에  “고객들 360만 명이 매달 찾고,  지난 3년간은  연속으로 거래액이 매년 2배씩 성장해 왔어요. 지난해 이곳에서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라이프웨어 브랜드인 ‘클로브’는 무려 8배 성장을 했지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29cm의 확장성과 관련해서도 섬세하지만 담대함이 느껴지는 답을 했다.

“수많은 상품과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이기 때문에, 고객들은 점점 더 좋은 상품을 선별해서 제안해주는 역할을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 콘텐츠와 스토리는 고객들이 ‘이 브랜드와 제품을 정말 신뢰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주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정보를 글, 이미지, 숏폼 비디오 등 다양한 포맷을 통해 받아들이는 것은 이제는 특정한 연령이나 성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어요. 과거처럼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고, 정보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시대가 되었지요. 스토리 중심으로 브랜드와 상품을 경험하는 것에 대한 니즈는 앞으로 더 보편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커머스 업계에서 앞으로 29cm가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매장의 기능을  완전하게 갖춘 미디어’로서의 방향성을 지향하다 보니 이곳은 가치 있는 콘텐츠라면 새로운 시도라도 무척 과감하다. 심지어 영화도 만들었다. 지난 2018년에 브랜드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단편 영화 형식을 택한 것이다. ‘구례 베이커리’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브랜드 없이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해보면, 우리 일상 속을 채우고 있지만 미처 그 존재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스며 있죠. 그러다가 가장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게 하는 방식이 단편영화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었죠”

영화 속에서는 그저 ‘구례 베이커리’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지기까지 주인공이 부딪치는 시선과 말들 속에서 나타나는 행복감을 보통의 영화처럼 담아낸다. 그 과정에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스며드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29cm는 ‘매일의 가이드’라는 프로그램으로 운영했다. 이 역시 업계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다. 하루도 빠짐없이 100일 동안 각지 다른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직업인 100명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추천 아이템을 소개했던 프로젝트다. 이때 100일 동안 선우정아, 10CM, 옥상 달빛, 박 문치 등 다양한 뮤지션들이 큐레이터로 나섰고, 그 밖에도 프릳츠 컴퍼니 김병기 대표, 월간 <디자인> 편집장 전은경, 마케터 장인성 등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물들이 참여해 젊은 ‘브랜드 러버’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때 100인의 큐레이터가 가장 사랑한 브랜드로 언급된 ‘스탠리 텀블러’는 이전 5개월 대비 무려 4,400% 매출 증대를 보여주어 마케팅적으로도 큰 성공을 기록했다. 그 밖에도 ’ 이들 100인으로부터 가장 사랑받은 브랜드로 오래된 트럭 방수천을 기본 원단으로 자전거 바퀴 속 고무, 폐차 안전벨트를 더해 세상에 하나뿐인 가방을 만드는 스위스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이 인지도를 높이는데 큰 기회가 되었다.  

   

우리의 작업은 브랜드를 문화 콘텐츠화하는 것     


제품의 소개 방식이 다른 쇼핑몰과 확연히 다르다 보니 제품 소개를 읽고 싶은 콘텐츠로 만드는 데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브랜드 스토리 발굴을 위해 일단 브랜드를 대하는 태도에서 차이가 있을 거로 생각해요. 저희는 동료를 대할 때와 파트너사를 대할 때 ‘서로 존중’이라는 키워드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브랜드와 커뮤니케이션할 때도 인지도, 규모, 영향력, 잘 팔리는 상품보다는 그들이 가진 철학이나 이야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잘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저희 MD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본인들만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브랜드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저희와 함께 성장한 신생 브랜드가 많습니다. 결국 ‘인지도나 규모와 상관없이 추천할만한 이유가 뚜렷한 브랜드를 발굴해 그 숨은 매력을 고객에게 제안한다.’라는 확실한 방향성을 가지고 브랜드와 소통했던 것이, 저희 콘텐츠만의 독특한 ‘자기다움’을 갖게 해 줬다고 생각합니다. 또 저희가 해왔던 작업이 브랜드 자체를 문화 콘텐츠화하는 작업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코로나 19가 앞당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속 온라인 쇼핑 시장의 급속한 확장은 우리의 삶이 엄청난 속도로 바뀌고 있음을 반증한다. 그러나 온라인몰들은  헤더(쇼핑몰 간판에 해당하는 디자인)만 가리면  유사한 제품, 같은 디스플레이, 같은 컨텐트로 어떤 온라인 쇼핑몰에서 쇼핑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이 온라인 커머스는 이제 고객에게 더 나은 제품을 선별해서 제안해주고 제품을 팔기보다 제품에 깃든 철학과 브랜드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격과 속도 만이 선택의 기준이 되는 현실 속에 29cm의 콘텐츠는 확실히 신선하다. 어느 구석을 살펴보아도 ‘29cm다움’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그들의 미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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