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교회에서는 언제나 믿음을 강조했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말씀을 있는 그대로 믿는 믿음 그것이 신앙의 정수인 것으로 느꼈습니다. 불행히도 저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질문보다는 방언으로 기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던 제가 다니던 교회 분위기상 저는 늘 침묵하며 지냈습니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90년대 대형 교회에서 고민하는 학생이 설 자리는 없었습니다. 찬양을 잘하고 밝고 관계성이 뛰어난 사람이 중요한 공동체에서 저는 늘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을 붙들고 지냈습니다. 소심한 성격 탓인지 사역자분들께 반항하거나 교회를 떠나지는 못했습니다.
대학에 올라가 우연히 들어간 심화 과정인 윤리교육과에서 배운 인문학 수업을 통해 해묵은 신앙의 질문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대학 강의실에서 들었던 철학 강의는 인간이 중심이 된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제가 속해있던 캠퍼스 선교단체에서 배운 신학과 말씀 연구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캠퍼스 선교단체 활동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학점이 높아지는 기이한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그리스도인은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는 대학 시절 제가 고민했던 부분을 명료하게 설명합니다. 200쪽이 채 되지 않는 이 책은 저자의 강의를 책으로 만든 것이기에 어렵지 않게 읽힙니다. 주님이 우리에게 감정뿐만 아니라 이성을 주신 이유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책입니다. 시대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사진과 그림은 덤입니다. 잠시 생각의 시간을 가지기를 권하며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