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란 1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한 지 25년이 넘었다. 25년의 생활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 내가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 25년간의 소득이다.
25년 전, 가르치는 일을 처음 할 때 나는 열정이 많은 선생이었다. 학생들에게 깨알같이 설명을 해주고 디테일을 확인하곤 했다. 그러고도 안심이 되지 않아 별의별 숙제를 다 내주곤 했다. 하루에 40명을 일대일로 가르치면서 한 명 한 명에게 무슨 설명을 어떻게 해주었는지 다 기억하고 다음날 또 하나하나 확인질문을 했던, 꼼꼼하기 그지없는 선생이었다.
지금은 설명이란 걸 잘하지 않는다. 기다려주고 지켜봐 주고.. 그러다 한마디 툭, 던지는 게 지금의 교육방식이다. 내가 열심히 가르치고 이끌어가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 안에 있는 모터가 스스로 돌아가고 있는지만 지켜봐 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스스로 “생각”이라는 것을 하도록 가끔 쿡쿡 찔러봐 주는 방식이다.
분주했던 예전의 모습에 비하면 여유 있어 보이고 일을 안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학생들의 성장 속도는 훨씬 빠르다. 아이들의 일 년 전 모습을 떠올리면 딴 사람이 되어 있다는 사실에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지식을 머릿속에 구겨 넣어 줄 수는 있지만, 그것도 학생들이 스스로 필요성을 절감하여 달려갈 때와는 비할 수 없이 효율성이 차이가 나기에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활동이 되었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내가 집중하는 것은 선생인 “나”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권해주기 전에 ‘나는 요즘 책을 잘 읽고 있나’를 생각해 본다. 그닥 잘 읽는 것 같지 않다. 늘 스마트폰만 손에 들려 있다. 반성하고 다시 책을 집어든다. 그럼 어느새 아이들은 책을 읽고 있다. 책이 재미있다고들 한다.
형 누나 역할을 하는 학생들에게 동생들을 잘 돌보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내 자식도 잘 돌보지 못했다. 동생들이 과자 달라고 할 때 주기 싫으면 “싫다”고 말해도 된다고 가르친다.
바르게 살아라고 하지 않고 솔직하게 살라고 한다.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어차피 니 실력만큼 하게 된다. ”
실력 자체를 끌어올려야지, 실수하지 않으려 실패하지 않으려 바둥거리는 것은 실력향상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나도 하지 못하는 것을 학생들에게 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내가 아직 극복이 안된 부분은, 나도 못하면서 아이들에게 하라고 할 수는 없기에 말할 필요가 없고, 내가 되는 부분은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도 저절로 되기에 말할 필요가 없다.
교육은 무엇인가, 선생인 내가 나만 똑바로 가르치면 되는 것이 교육이다. 아이들은 내가 이른 곳만큼 온다.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을 인도해 줄 수는 없다.
“저기 어딘가에 천국이 있다 하더라, 니가 먼저 가봐 “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엄마인 내가, 선생인 내가
”내가 있는 곳이 천국이니 너도 이리로 와 “라고 말해주는 것이 교육이다.